*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어크로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이 책이 일갈하고 있는, 가장 통렬한 성찰은 바로 이것. 적어도 현대사회에서는 단순히 열정과 노력만으로 쉽사리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깨달음은 좀 더 현실적이고 버팀목이 될만한 지침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덕목을 가졌다 볼 수 있겠다.
오히려 글쓴이는 아래와 같은 말을 강조한다.
"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단 하나의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내가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내 일을 포트폴리오처럼 꾸미는 것이다.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욕망들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과 균형을 이뤄줄 일거리의 조합을 만들려고 애쓴다. 적당한 돈벌이와 적당한 사회적 의미와 적당한 자아실현을 조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나의 최선이다. 욕망 사이의 우선순위는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그래서 내 일의 조합 역시 늘 변하고 있다."
워낙 다양한 재능과 기회가 넘쳐나는 현대판 일자리이나, 반대로는 늘 아마추어리즘과 지나친 프로페셔널리즘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어정쩡한 허송세월만 하다가 토사구팽을 당하듯 막막한 실업자의 신세로 내몰리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비애다. 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고 또 새로운 모색을 끊임없이 주문한다는 것은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금기시조차 해온 일이기도 하다. 단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구석이나 기웃거린다면 누가 좋아할까? 하지만, 엄연히 직장은 내 사업도 아니고 또 내 능력이 온전하게 평가받으리라는 보장조차 없는 동네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글쓴이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지 않을까?
책에서는 현대판 처세술에 대해 기가 차도록 냉정하고도 솔직해진다. 또 한편으로는 취업전쟁과 임금격차 사이에서 늘 절망해온 세대한테도 일말의 격려와 위로를 담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따스해진다. 아니, 좀 더 적극적이게는 회사를 스스로 선택하라고까지 말하며 협동조합과 '공동체'를 논한다. 옳은 말들이다. 하지만 과연 현실적일까?
"그리하여 다르게 살고자 한다면 결국 더 유능해야 한다."
* 2019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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