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경제][경영] "리모컨" 이론을 생각하며,

단테, 2017. 10. 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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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몇몇 담론들을 당대의 시류에 맞게 스스로 생각해본 적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최초로 "갓길"이론이랍시고, IT 서비스 모델에서의 수익에 관한 통로는 결국 물이나 전기 같은 '인프라' 요소로도 이해될 IT 서비스 자체보다는 그 주변부에서 기인해야 한다는 역설쯤을 일컬어 "갓길"로 표현했던 건데... 대표적으로 그후에 나온 것들로는 싸이월드의 도토리, HP 프린터의 소모품 가격, 또 최근에는 유튜브의 레드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보겠습니다. 여기서의 맹점은 제품 그 자체에서의 고수익을 실현한 애플과 여전히 '인프라' 일색인 구글 등이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연구대상인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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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특정 부서에서 명실상부한 에이스급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침에도 뚜렷한 Recognition을 얻지 못하는 현상을 일컬어 "박지성" 이론이라 칭한 적도 있는데, 특정 개인의 멀티플레이어 스타일을 이용할 줄만 알고 오히려 팀 성과 전체의 실패부터 당장 그의 일부만을 놓고 힐난하는 그릇된 양상을 비판하기 위한 비유였습니다. 득점력이 뛰어나니 최전방에 세워놓다가 미드필드가 중요한 국면에선 주전공을 살리라며 미드필더를 겸직까지 하랍니다. 후반부에 게임이 열세에 놓이니 이번엔 수비에도 능한 공격수라며 최후방의 수비까지 독려를 하고 막판에 이르러서는 심지어 골키퍼 장갑까지도 채우더니, 역전골 한방을 얻어맞자 곧장 박지성 선수의 기량 부족을 탓하며 손가락질을 해댑니다. 그때 박지성 선수의 심경이 어땠을까... 맨유라는 명문구단에서조차 늘 비판을 받던 한 훌륭한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동기부여로서는 가히 꽝인 조직에서의 웃픈 상황들을 축구에 빗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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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에서 몇년전엔가 이른바 'Growth-Share Matrix'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수주산업 특성을 고민하다가 다른 Toolkit의 모습을 변형해 스스로 만든 시장분석도구로서의 "풍선" 차트와 그에 해당하는 이론도 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표현되곤 하는 매출과 성장세와 Market Share 등은 차치하고서 Backlog에 기초한 일종의 'Potential'까지를 계량화해 종전의 'Growth-Share Matrix'를 2D가 아닌 3D 방식으로 고안해낸 모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파워포인트 장표에서 그려내기가 좀 힘든 부분도 있지만 시장의 모든 상황들을 단지 이미 벌어진 결과인 매출보다는 향후 예상되어지는 수주 및 경쟁력 진단 등을 토대로 종합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다 내놓게 된 산물이었습니다. 비록 더 연구개발을 할 기회가 그후로는 없었어서 그때 그 모습대로 무슨 문화유산쯤처럼 남겨져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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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애기하고자 하는 "리모컨" 얘기도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었던 현상들에 기초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거실에서 TV를 볼라치면 끝끝내 말썽만 피우는 녀석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멋대로 채널이 바뀌거나 미세조정이 잘 안됐다거나 화질이 구리다거나 또는 영 채널이동이 불편해 도대체 인공지능 시대에 이런 구닥다리 같은 TV가 다 있냐며 화를 냅니다. 보다 성능이 좋은 TV가 있긴 한데 화면 크기가 좀 작습니다. 괜한 욕심에 이것저것을 먼지작대기도 하고 어떤 TV가 더 낫냐며 치열한 논쟁을 펼치기도 합니다. 정답은 TV가 아닌 리모컨의 문제. TV들은 사실 멀쩡한 편입니다. 오히려 최근 수년에 이르러서는 사실 각 회사마다의 TV 성능들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평준화되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결과적이게도, TV와는 전혀 무관하게 리모콘의 센서 작동속도나 버튼 조작의 편의성 등이 거꾸로 쓰기 편하고 반응속도가 빠른 "좋은 TV"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빠릿빠릿한 리모콘 하나로 최상의 기능을 자랑할 수 있는 TV에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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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리모컨 배터리가 닳았거나 부품불량으로 접촉이 애매하거나 해서 수백만원을 들여 새 TV만을 살 일이 아니고 동네 매장에서 몇만원짜리 새 리모컨을 사기만 해도 순식간에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는 현상이겠죠. 제가 요즘 들어 크게 겪고 있는 현상들도 거개는 이렇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한참 쳐다보아야 비로소 바로 보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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