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사제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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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끔찍한 영화 한편을 보았다,
사실 VOD라는 서비스가 생긴 게 현실적으로 개봉시기라는 의미를 한껏 퇴색시켰고 오히려 언제 보았느냐를 놓고 얘기하는 게 더 타당해진 시대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에 개봉한 화제작을 일년 가까이 지난 주말 늦은 오후에 '킬링 타임'용으로 틀어놓고 한껏 고무된 표정의 관람을 마쳤던 첫 소감은 "상상력의 힘"이다. 요즘 한참 재미를 붙인 tvN의 "오해영" 편에서도 주인공이 늘상 겪는 미래에 대한 예지력 등은 일종의 판타지라는 걸 안다. 흡사 리얼리즘이 초현실주의를 끌어 안는 대목이랄까? 이런 표현방식에 익숙해진지도 꽤 됐다.
한편에서는 일종의 '악령'과도 같은 존재가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긴 세월을 전전하는 끔찍스런 스토리가 있었고 (더구나 무슨 '알파고'처럼 자기들끼리의 신경망이라도 있는 듯한 이야기들) 또 종교적 제의의 힘을 빌려 현실을 간단히 제압하며 초월해버리는 두 사제들은 또 다른 "수퍼 히어로"의 세계다. 쟝르의 특성상 뭐 대단한 메시지의 힘을 꺼내놓지도 않는다. 그저 권선징악 정도랄까? 이 단순함 속에서도 재미를 느끼게 만든 건 순전히 호러와 판타지가 만들어낸 쟝르의 역량이다.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 건 사실 이 스토리가 일정 부분 (의도치는 않았겠어도) 종전에 박찬욱이 보여주었던 '박쥐' 같은 영화의 큰 줄기 안에서 파생한 흔적 따위랄까... 더구나 박찬욱의 작품 거개가 갖는 실질적 힘이 사회과학에 기댄 모습이라면, 오히려 이 작품의 "든든한 백"은 더더욱 오리무중인 채로 초라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대부분의 명작들처럼 내러티브 자체만으로 갖는 힘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언제나 모든 스토리 속엔 '앵커'와도 같은 축 내지 구심력이 늘 존재하는 편이 두고두고 유연함을 가질만하다. 또 그래야 비단 특정 쟝르에 종속당하지 않는 '아우라'의 본면을 부각시켜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 견해일 뿐. (뭐... 물론 지나친 '작가주의'의 어설픈 주장 같기는 하겠어도)
아무튼 내 별점은 둘 또는 둘 더하기 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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