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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9일 (토)

단테, 2015. 12. 19. 02:13

글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오늘의 편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 편집하는 말,   

    

인간이 동물과 비교하여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다. 

동물은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 그래서 '인면수심'이라는 말도 있다. 그 뜻이다. 

 

2012년 총선을 즈음해 내가 차기 대통령을 묻는 질문에 "손석희"라는 짧은 대답을 했던 적이 있다. (문재인 대표가 아직 정계에 입문조차 하지 않았을 때였는데) 내 말을 듣자마자 회사 동료들로부터 참 무던히도 많은 질타를 받아야만 했던 건 그때만 해도 그가 MBC에서 몇몇 프로그램들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기도 했으며 지금처럼 JTBC라는 삼성 계열사의 종편에서 뉴스를 진행하게 될 줄 전혀 모른 채였는데, 아마도 거개는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게 있었던 모양... 단지 "만약에"라는 단서 하나를 붙인다면, 적어도 차기 대선에 그가 출마한다면 내가 그를 또 한차례 더 지지할까도 생각해본다. 어제와 오늘, 그런 생각들이 불쑥 들었다. 그가 유일하게 '세월호'에 대한 부끄러움을 불편히 말하고 있으므로, 그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일 것임을 믿기 때문에... 

   

오늘 순창을 찾은 문재인 대표의 심경은 어떠했을 것이며, 또 이를 완곡히 고사한 정동영 전 의장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뉴스에 실린 한장의 사진이 영 애처롭기만 하구나. 유시민의 은퇴 소식을 듣던 그때 그 심경처럼 아마도 이 둘의 은퇴 소식을 듣게 되는 날, 나 또한 말없이 소줏잔을 기울일 테다. 무릇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오르기 위한 후보의 과정들 역시 얼마나 진지하고도 치열했으며 또 한편 얼마나 첨예한 대립과 투쟁 속에 시달려야만 했을까. 족히 알고도 남음이겠다. (아니 잘 모른다.) 

   

2002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철도 민영화를 주장하던 정동영도 이미 세월이 흘러 지난 한미 FTA 반대집회 때는 거의 유일하게 엄동설한의 집회를 끝끝내 동참한 정치인기도 하다. 세월이 흐른다면 사상 역시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 그때 처음 해보게 됐다. 유시민 또한 마찬가지였고. 2009년의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된 2015년이다.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 비단 이 모든 책임들을 정동영, 유시민, 또 문재인 같은 이들한테만 전가하는 일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그 책임의 대부분은 현 집권세력 및 전직과 현직인 두 대통령 그리고 그들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킨 장본인들의 몫이어야 맞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노사정' 합의결과를 번복하겠다고 나선 한국노총의 경우도 개인적으로 그들이 지난 2007년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력 하나만큼은 결코 잊을 수가 없고 어떻게든 그 일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또 최소한 그때 그 일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나 참회라도 있어야 비로소 진정성을 얻는다고도 본다. 역사를 통틀어 반성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 일본이 그랬고 친일과 함께 나라를 착취하고 또 이제 말아먹고 있는 이 나라 모든 기득권세력들의 유구한 전통 또한 그렇다.)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세밑이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또 다시 집회를 갖는다. 청와대에서는 연일 '말을 안듣는' 국회의장한테 어떻게든 린치를 가해서라도 연말까지 이 법안을 밀어붙일 심산이며 연일 대통령이 쏟아내는 날선 재촉과 확신에 찬 발언 속에서 이 나라의 가장 큰 독선과 아집을, 그것들을 지지해온 이들이 갖는 분노와 패배의 정치를 통해 크나큰 좌절과 지독한 절망을 함께 본다.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부끄러움이란 형벌 따위가 아닌,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니까. 그래야만 '세월호'도 극복할 수 있으니까. 또 어렵더라도 그래야만 '미래'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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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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