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12월 15일 (화)

단테, 2015. 12. 15. 23:48

글 / 지난한 투쟁의 역사   


- 오늘의 편지,   

    

 

 

시) #49. 

 

동지들 남긴 술잔엔 / 

  

... 빈잔 위로 슬며시 비껴앉은 석양은 뺨우에 달아오르고 취하지도 않아 비틀거릴 수 있던 자유는 어디에 어눌해진 말솜씨가 자랑이 되는 시대 그만큼 희망을 이야기하진 않아 나빠진 건 아냐 좀 더 진지해졌을 뿐이지 진지하다는 말도 필요없는지 몰라 다만 우리에겐 한갓 치기도 정열도 아닌 무언가 남아서 부여잡고 싶은 게 있지 그걸 말로 표현하지 못한대서 뭐 나빠 어쩜 서로 등 다독거리는 기다림은 아닐까 그것마저 낡아버린 시대 그만큼 조급해지지도 않았어 아니 길이 너무 멀다는 깨달음그 깨달음을 알기까지 우린 얼마나 많은 先輩들을 잃어왔던가...... 우리가 늘 비판하고 질시하던 그 노땅들 그들이 남겨논 건 없어 땀냄새나 맡기 위해 모인 건 아니잖아 위로도 필요없지 때론 지겹기도 해 올바르지 않겠지 다 마찬가지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지 저렇게 떠들던 녀석들 이제 보이지도 않아 남아서 잔만 채우면 잔만 들어도 슬퍼지는 걸 누군 안 그렇겠냐며 서로 믿을 수 있다는 힘 그 힘 때문에 사그러진 청춘들도 있었다는 것 그 청춘들 땜에 더더욱 죄의식 속에 살기도 해 살아남는다고 위로받지도 못하는 치열한 시대 서로 바득바득 우겨대던 알리바이는 없어 옆에서 고개를 떨구던 이에게 왜 우린 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는가를 반성하고 있지 며칠전의 안부로 위안삼기엔 괴로운 추억 추억의 한줌 재를 털면 일어서는 얼굴들 불우한 영혼들이여 이제 잔을 비우자 성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성낼 줄 아는 단호함까지 배운 우리들이기에 이깟 슬픔쯤 거두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다가서는 기억들, 그 옆언저리에서 지금 이렇게 어깨처진 육신들은 왜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일까 고단하게 떠나는 자리에서 석양이 남겨둔 속삭임은 그 파리하게 떨고 있는 허공은 무엇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 ( 1994년 4월 )

         

                                                                                     

                   


- 편집하는 말,   

      

기실 제도권 정치가 '노동'을 위해 한 건 없었고 또 없고 또 없을 것이다. 두명의 민주주의자들도 대통령의 자리에서 그걸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건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그만큼 이 나라에서 핍박받으며 노예의 삶만을 강요받은 채 백년도 넘게 오로지 착취와 굴종만을 정체성으로 삼아온 '노동'... 과연 그 해방은 존재할까.

지난 대통령 선거의 트라우마를 채 극복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야권의 분열이라는 핵폭탄이 터졌다. 안철수 전 대표 탈당이라는 최악의 시국을 맞게 된 제1야당의 출발점은 희망의 시작점으로 위안을 삼기에도 너무 척박하구나...

생각해보면, 언제 단 한번이라도 '민주'와 '노동'이 맘편한 날이 있었나 해서 큰 기대도 없었고 또 없고 또 없을 것. 이 척박한 지점부터가 또 다시 출발점이라는 남루한 현실 하나만이 남는다. 자,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21세기, 남한 사회만큼이나 시지프스의 신화를 강요하는 (절망만을 강요하는) "지옥"이 또 존재할까? 모를 일이지...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    

'진보' 없는 역사도 후대에 가르칠 역사는 아니다.

이 점을 잊지 말자.

 

많이 아프구나...

연말이다.

                        


- 블로그의 글,     

- 인터넷의 글,     

- 그밖의 말들,      


* 글, http://blog.daum.net/dante21                          


'- 잡동사니 > 뉴스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12월 19일 (토)   (0) 2015.12.19
2015년 12월 18일 (금)   (0) 2015.12.18
2015년 12월 10일 (목)   (0) 2015.12.10
2015년 12월 9일 (수)   (0) 2015.12.09
2015년 12월 8일 (화)   (0)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