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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8일 (일)

단테, 2015. 10. 18. 22:16

글 / '10% 우파'의 역사 쿠테타 

- 오늘의 편지,   

   

 

  

[사설] '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김무성 대표의 망언 

 

 

[한겨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발언은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한다. 김 대표는 17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산악회 발대식에서 “역사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사학자들은 90%가 좌파로 전환돼 있다”며 “좌파의 사슬이 강해서 어쩔 수 없이 국정 교과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당함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역사 쿠데타’라는 비판이 얼마나 이번 사태의 정곡을 찌른 것인지 김 대표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여당 대표가 내년 총선의 공천을 두고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수세에 몰린 뒤 납작 엎드려 무조건 충성을 맹세하는 모양새로 비치니, 딱하기는 하다. 설령 국정화가 김 대표의 소신이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정치인의 발언이 이래선 안 된다. 역사 기술을 토론 대신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좋은 정책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열 생각보다 입맛대로 역사책을 뜯어고쳐 어두운 과거를 감추고 실정을 덮겠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발언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반대하면서 대학의 역사·역사교육 관련 학과 교수들이 국정 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겠다고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역사연구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도 16일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서명에 참여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학계 인사 거의 대부분을 이렇게 극언으로 매도하는 몰상식은 일찍이 없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정권의 국정화 추진이 우리 사회 지식인 일반의 지지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을 모두 탄압 대상으로 삼겠다는 협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국정화 방침에 대해선 ‘위험한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건네지 말자, 오사카의 모임’ 등 일본 교과서 관련 17개 시민단체도 16일 성명을 냈다. 한국의 국정 교과서는 정권의 역사인식을 국민에게 밀어붙이는 수단이며, 한국의 국정화 시도가 아베 정권의 교과서 개악 시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자국의 일도 아닌 한국의 교과서 정책에 반대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군국주의 시절을 미화하는 극우파 아베 일본 총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아베 총리에게 칭찬이라도 듣고 싶은 것인가.

  

  

* 한겨레, http://media.daum.net/series/112249/newsview?newsId=20151018184105769&seriesId=112249 

           

                                                   

                   

- 편집하는 말,   

   

그들 스스로 말했듯이 '90% 좌파'라면 불과 10% 수준인 그들 스스로의 시각을 '옳다'고 단정짓는 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일까. 무릇 20세기 이후 모든 정치제도 중 가장 검증된 '민주주의'마저도 이렇듯 전면으로 부정하는 이 일이야말로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걸까. 더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은 그들을 지지하는 다수 대중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 부르기도 뭣한, 바야흐로 21세기 파시즘의 시대를 맞고 있는 2015년의 대한민국이다. 

아마도 내년 이후 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물경 20년만에 다시 만나야 할 것 같은 이 예감은 결코 행복스럽지도 온당치도 못한 일. 더구나 이 일에 대한 부당함을 짚을 생각은 고사하고 당연할만한 문제제기 자체를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일이야말로 지난 근현대사에서 너무도 익숙할만큼 보아온 일이 아니던가...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은 '빨갱이'로 죄다 붙잡혀 갔고, 지난 6·25 전쟁 때도 그저 '빨갱이'들만 쳐죽일 놈들이었으며, 남한 사회의 주요한 역사적 계기 때마다 그저 집권세력이 부르짖었던, 자유당 부정선거 직후에도 4·19의 성과를 처참히 짓밟은 5·16 쿠테타 때도 또 1974년 유신 시절도 1980년 5·18 때도 또 전두환 정권에 대한 1987년 민주화 투쟁 역시 그저 '빨갱이'들의 짓거리라며 탄압을 일삼아온 이 나라 역사...   

들고 일어설 차례다. '투쟁' 없인 역사적 진보가 없다는 사실, 이 너무도 익숙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망각한 채 살아온 세월들은 아니었을까... '민주주의'가 가져다준 달콤함에 취한 채 독재와 구시대의 그늘을 너무 쉽게 또 안이하게 생각해왔던 댓가는 실로 참담하기 그지 없을 정도다. 

도대체 얼마나 더 후퇴해야 하는 역사인 걸까...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이 세월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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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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