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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1일 (일)

단테, 2015. 10. 11. 01:49

글 / 문학의 '철저한' 죽음 


- 오늘의 편지,   

   



[기자칼럼] 멈추면 밀려난다



모든 오래된 것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남긴다. 추억에 취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이 시대의 특징이다. 문예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2015년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중단한다. 이 잡지를 발행해온 민음사는 ‘폐간’이란 말을 쓰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폐간한 모든 잡지는 일단 ‘발행 중단’을 한다.

수많은 잡지들이 발간과 폐간을 반복했지만, ‘세계의 문학’의 발행 중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잡지의 역사가 40년에 이르는 데다, 굴지의 출판사인 민음사의 대표 문예지이기 때문이다. 김우창, 유종호씨 등 명망있는 평론가들이 초대 편집위원을 맡았고, 포스트모더니즘·후기구조주의 등의 개념이 이 잡지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세계의 문학’이 수행해온 역할을 생각하면 ‘문학의 죽음’을 언급하며 탄식을 쏟아야 할 듯하다. 하지만 최근 ‘세계의 문학’은 사정이 심각했다. 매번 1500부씩 찍었지만, 정기구독자 수는 30~100명 수준이었다. 문예지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발간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식사회 내 영향력이 컸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의 문학’에 실린 글을 언급하는 이는 적었다. 지난 여름호에선 ‘극혐의 시대’같이 재기발랄한 기획을 하기는 했지만, 배는 이미 침몰 중이었다. 문학평론가 이강진씨는 “늘 그렇듯이 ‘문학의 위기’ 운운하는 내용에는 언제나 과도한 비장함이 감도는 수사로 채워져 있다”며 “대형 출판사의 자본을 얻은 잡지조차 콘텐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옛 명성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문학’ 발행 중단이 “뻔히 예견됐던 결과”라고 평했다.

대학가요제 역시 ‘세계의 문학’과 같이 소중한 역할을 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선취하지 못한 채 폐지된 사례다. 1977년 첫 개최된 대학가요제는 창의적인 대중음악의 창구로 오랜 기간 각광을 받아왔다. 대학가요제의 전성기는 대학생이 가정과 사회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의 지적·문화적 자율성을 누리던 시기와 맞물린다. 참가 대학생들은 기성 프로 음악인들의 매끈하지만 양식화된 음악과는 다른 참신한 음악을 선보여 청중의 귀를 자극했다. 고 신해철(무한궤도), 김동률(전람회) 등은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인재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가요제 참가자들의 음악은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들어주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청률도 바닥이었다. 당연히 기억에 남는 음악도, 배출한 음악인도 없었다. 오히려 참가자보다 초대가수가 주목받는 민망한 상황이 10여년 지속됐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짐에 따라 ‘대학’이라는 간판에 특권을 부여하는 대학가요제라는 형식 역시 구시대적인 느낌이었다.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폐지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대학가요제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대학가요제가 없어도 대중음악은 멀쩡하다. 음악에 관심있는 이라면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사, 홍익대 앞 인디신을 통해 음악을 시작할 수 있다. 오히려 대학가요제라는 낡은 형식의 대회는 경력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문학’은 사라지지만, 또 다른 형식의 문예지들이 나타났다. ‘악스트’는 기존 문예지가 지향했던 거대 담론 대신 소설과 소설평에 집중했다. 2900원이라는 가격, 패션지를 연상케 하는 작가 사진도 파격이다. ‘미스테리아’는 기존 문단이 외면했던 미스터리 장르를 다뤘다. 문단이 아닌 독자를 먼저 보는 잡지다. 반대로 ‘쓺’은 독자에게 외면당하더라도 진지하게 삶과 세계를 탐구하는 예술로서의 문학을 다룬다. 시대에 역행함으로써 시대를 앞서는 전략이다.

일신우일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난다. 추억에 빠져 있는 시간은 하루면 충분하다.

<문화부 | 백승찬 myungworry@kyunghyang.com>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51009213114276

      

                                                   

                   


- 편집하는 말,   

     

요즘 집권세력에 의해 펼쳐지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만큼이나 집요하고도 오랜 세월에 걸쳐 일명 '추억'이 돼버린 채 사실상의 강제적 죽임을 당한 것들 또는 부류들은 하나같이 '시대'라는 이름 앞에서 행해지는 무언가의 종교의식과도 닮았다고나 할까. 그 대표적 이름들은 한때 '사회주의'였고 또 '노무현'이었으며 지금에 와서는 '문학'이거나 아니면 이성과 합리로 대표되는 지난 세기의 산물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래서 20세기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도 이는 참 씁쓸할 일... 왜냐하면 그 고리타분한 '꼰대' 정신으로 잔뜩 무장한 채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도 오히려 현재 이 사회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21세기 인류가 과연 그만한 무게 있는 숙제를 제대로 풀어본 적이나 있었을까 싶어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도 이미 '꼰대'라면 할 말조차 없어지지만) 세상에 가급적 있었으면 하는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 채 오히려 없어졌으면 하는 많은 것들이 일명 '득세'한 시대를 살면서 겪어야 하는 굴욕감 아니면 서운함 같은 감정들이 올해 가을 더 한층 바람소리에도 민감할만큼 약해지고 또 여려진 기분... 자고로 예술은 '돈 없는 자'들의 유일한 사치라고 봐왔고, 그래서 이젠 그 사치조차도 오로지 '돈'만을 위해 존재하며 '돈' 없인 더 이상 향유할 수 없는 자본의 또 다른 그 무엇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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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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