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위대한 희망
- 오늘의 편지,
[세상읽기] 코빈·샌더스 '좌파의 돌풍'
미국과 영국이 예기치 않았던 정치실험으로 떠들썩하다. 영국 노동당 새 당수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단숨에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하는 유력 주자로 떠오른 버니 샌더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이 미국과 영국 정치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완강한 좌파의 길을 걸어왔다. 세상은 이미 한참 오른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좌파의 좌표를 놓지 않았다. 영국 노동당 좌파 중에서도 코빈은 ‘괴짜’에 속했다. 그것도 구식의 완강한 좌파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그는 당 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득표율 59.5%의 경이적인 승리였다. ‘제3의 길’로 노동당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1994년 득표율(57%) 기록을 깬 것이었다.
샌더스 돌풍 또한 미국 사회 저변의 변화 열망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1%에게 있는 권력을 빼앗아 99%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는 게 그의 선거 운동의 주된 표어다. 열심히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주 40시간씩 일하는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급진적이란 얘기를 들어서도 안된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 역시 코빈과 마찬가지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개선을 가장 우선하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빈과 샌더스 돌풍의 이면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신뢰라는 자산이다. 두 사람 다 옆길로 새지 않고 초지일관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왔다. 코빈은 검소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자기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자전거를 평생 타왔다. 이라크 전쟁 등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직접 시위 현장에 나갔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는 거리에서 보통 사람들과 함께하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노동당원과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믿을 만하다고,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샌더스는 말 그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사회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국 땅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벌링턴 시장 4선을 거쳐 1991년부터 4번의 하원의원과 2번의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표방한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벌링턴 시장 때 그는 호텔이 들어서려던 호숫가에 시민공원을 조성하고, 대형 식료품 체인점 대신에 협동조합을 세웠다. 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사업 등으로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의원 시절에도 사회주의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이번 대선 후보 경선 전까지 무소속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정치실험이 과연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알 수 없다. 코빈은 노동당 내부의 사보타주부터 헤쳐나가야 한다. 그가 총리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세간의 예단을 돌파하는 게 관건이다.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샌더스 역시 슈퍼팩으로 상징되는 ‘돈의 힘’과 ‘체제의 장벽’을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세계 자본주의 제국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정치실험은 그 자체로서 흥미롭다.
60~70대의 꼿꼿한 노정객들이 시대의 최전선에서 정치와 사회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에겐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백병규 | 시사평론가>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50918210550419
- 편집하는 말,
한참이나 걸려 비로소 편지에 갈무리를 끝낸 시각... 밤 열한시, 영국과 미국 대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21세기의 대현상 앞에서 남한 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주장이라도 한다면 참 많은 이들의 코웃음을 살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려는 까닭은 오히려 더 상식적이고 진실에 가깝겠어서 이렇게 언급해두고자 함이니.
주말, 조금 후엔 "무도"에 이어 "마리텔"을 볼 시각. 토요일 하루도 금세 지나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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