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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그러는 편이 좋겠다... 근 반년 가까이 이 조직으로 이적을 해와 느낀 결론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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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Global Top-Tier"를 외쳤던가... 얼마나 Bechtel이나 Fluor가 갖고 있는
Best Practice들을 꿈꾸며 그걸 좇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가... 부질없다, 부질없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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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지식경영'이라 함은 거룩한 대의도 휘황찬란한 기대효과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것들을 온전히 자산화해내지 못하는 한 결국 또 한번 조롱의 대상이 될 뿐...
- 그래서 그만큼 어려운 일이며, 역으로 이는 그만큼 또 중요한 일임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색이 기획실 출신이고, 내 목표 또한 휘황찬란하기만 하여서 관심은 still 'KM'이다.
물론 달리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 (특히 그 인물이 이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는 팀장이라니!)
과연 내 뜻대로 이 조직이 움직이게 될까 싶구나... 비전도 역량도 인재도 없는 이 조직에서...
- 근 한달여를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온 "Value Proposition" 역시 내 결론은 KM이다.
(숱한 내부적 고민을 통해 얻은 잠정적 결론이기도 하고, 실제로 "DC팀"보단 "KM팀"이 훨씬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며 Management의 관심을 얻기에도 적합하다고 봐서... 아무튼 그랬다.)
오늘 Workshop 때 또 다시 그걸 슬쩍 just "DC"로 한정시켜버리는 그의 행동과 생각,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 구석들 뿐인데... 어떻게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단 한번의 사전 논의도 없이
그렇게 제멋대로 구는 상사를 모셔야 할 일은! 실로 까마득하고도 남루하기 짝이 없을 일이다.
(그동안 이 중차대한 '미래형' 조직이 왜 그토록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미적미적대왔는가 역시
올 한해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어... 비인기종목은 다 그만한 까닭이 있는 법.)
그만한 준비를 하기엔 일단 책임감이나 소명의식? 또 전문적 스킬 뿐만이 아닌, '선도적 자세'가
어쩌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현재의 조직, 결코 아니라고 감히 말한다.
비단 팀장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인데, 음...
매사에 어설픈 치기와 남루한 관행들로 얼룩진 부서의 분위기나 몇몇 구성원들의 눈살을 찌푸릴
언행들, 특히 그중에서도 소위 상사들이 취한 태도와 행동양식들이 영 긍정적이지만은 못해...
- 가장 치명적이게는 '소통'의 부족함을 꼽고도 싶다. 일절 같은 팀원들끼로 정보/지식공유 등은
아예 안중에도 없을, 저마다의 "각자도생"인 이 모드에서 어찌 감히 '지식경영' 따위를 논할까?
자격조차 없다고도 본다. 심지어는 솔직히,
과연 이 조직을 통해 난 얼마나 후배들한테 '비전'을 감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자신도 없고,
심지어 그것 때문에 수치심까지 느낄 정도라니... 이 스트레스야말로 배겨날 장사가 없겠구나...
그렇다고 당장에 부서 이동을 감행할만한 여건도 안되고 따라서 이른 시점이라고 해봤자 시월?
대대적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루머 덕분에 모두들 숨죽여 지켜보고만 있는 시국. 과연 혼자
분연히 일어설 수라도 있겠는지... 그만한 용기나 배짱이 있었다면 아마도 진작에 그만뒀을 일...
아무튼, 자의든 타의든간에 본의도 아닌 몇차례 안좋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내 입지도 흉흉함은
마찬가지인데... 내 탓 역시 분명히 존재하지만, 일종의 억울함 따위? 분명히 남의 탓도 있을 터...
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래? 신념과 철학? 그게 다르면 문제일까?...
아니, 문제가 맞겠지. 적어도 "Alignment"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말이 없다. 내가 문제인 거다.
누군가가 말했다. 조직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야말로 상사와의 전쟁이라고... 내가 딱 그래.
- 어쩌면 올 한해 또 당장에도 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과 애로사항은 바로 이것, 말 그대로
"위기"인 셈일지니... ; 이 무슨 당치도 않을 상황일까, 하며 실로 허망해지기만 하는 요즘...
그래서 부득불 이 조직 안에서의 '필살기'만을 노려야 하는 형국. 그건 다름아닌 '노예근성'이다.
묵묵히, 시키는대로만, 그저 내 몫만 열심히 해내면 그만인 것을. 뭘 대단하다고 회사 걱정까지
스스로 사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 대다수 구성원들이 이런 마인드라면 이 조직은 이미 끝났다.
이게 좀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진단이 된다. 처방? 과연 통할까... 회의적인 생각.
한동안 조직의 방향성과 맞물려 잘 돌아가지 않는 까닭을 스스로라고 여겨 짐짓 '자진숙청'과
같은 형태의 행동들을 취해온 개인사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그렇다면 결국 내 선택은?
'잔류'다. 그 전제조건이야말로 바로 '노예근성'일 테며... 그래서 더 이상은 말을 잃게 된다.
'비전'을 제시하라고? 노력과 고민을 왜 더 않느냐고? 그렇게 말하는 자가 직접 해보라고 할 것.
조직의 한계는 결국 총체적인 것이지, 특정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누굴 탓하랴... 모두가 죄인이거늘,
- 그냥 "DC팀" (팀을 신설해줄 리도 만무한)으로 머물기로 하자. 내 이적이 감행될 때까지는,
꿈보다는 훨씬 남루하고 비루하더라도, 현실을 택할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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