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20년전의 詩를 꺼내며
- 오늘의 편지,
겨울, 그리운 집
한나절을 걸어온 길. 그곳엔 아직도 바삭바삭 밟히는 낙엽이 있고, 모두들 두툼한 외투에 싸여 저마다의 꿈을 꾸는 밤. 남몰래 밟아보는 낙엽에서 문득 지난 가을에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내게도 저렇게 꿈꾸던 계절이 있어, 낙엽이 쌓여가는 그곳마다 이미 황량한 바람이 불고. 바람이 떠나간 자리마다 어지러이 뒹구는 낙엽. 이미 완연한 겨울로 흐르고, 철지난 아쉬움을 달래려는 그 길에서.
호호 손을 불며 걷던 기억도 나는데. 언제부터인지 나 역시 장갑을 마련해야지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꺼내무는 담배. 그렇게 잊혀져가는 것들엔 가슴 속 꽁꽁 매어두던 그리움도 있어, 다시금 연기 속에 피어오르고.
내 목소리도 곧 들릴거야.
건네준 편지에서 힘겹게 울리던 그것.
아무 말도 없었지.
말할 수 없는 것들조차 괴로운
그 신열을 누가 모를까.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들
모두 사라지고 난 저녁마다 다시금
물밀듯 밀려오는 그 그리움에 대하여
옆자리마다 피곤한 일상이 안식하는 그것을. 그리고, 괴로운 떠남이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아직도 길가엔 바람이 불고, 어둑해진 자리마다 하나둘 가로등이 켜지는데. 저문 술집으로 향하는 마음마다 웅크리고 앉아, 말없이 주고받는 위로처럼.
한나절을 걸어온 그 길. 그곳엔 아직도 뼈저리게 그리운 낙엽들이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낡은 책가방을 꺼내드는 밤. 남몰래 밟아보는 낙엽처럼 지난 가을의 설레임이 지는데.
고개숙여 떠나는 사람들. 이제 가로등 불빛마다 또다른 흔적을 찾고, 그렇게 찾은 자리마다 새로운 그리움으로 약동하는 시간을 꿈꾸고. 다시 사람들 모여들 시간이면 이 술집에도 지난 그 노래가 들리겠는지.
- 1994년 11월 -
* 글, http://blog.daum.net/dante21/5238520
- 편집하는 말,
그해 11월의 끝에 쓴 습작... 딱 20년전의 내 詩가 그랬다.
처음 보여준 한 후배가 나한테 그랬구나, "많이 외로워 보인다"고... 처연함이랄까? 아무튼 그랬다.
그게 기본적 정서를 일구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사회주의의 몰락이요, 형의 국보법 위반 구속같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었는지도 모르지... 더 기억을 해보니, 입대 직전에 낙서장에 남겼던 내 글귀 또한 "서글픔"이라는 단어였구나... 아니, 또는 실연의 상흔? 따위였거나, 그땐 그랬다.
그 직후, 아마도 난 '고결함'이란 단어를 믿었나 보다. 영화에 눈뜨던 시절들... 그 일들도 벌써 모두 20세기의 일들일 뿐이란 게 참 빠른 세월 같구나...
적지 않은 좌절과 절망의 끝에선 늘 희망의 빛이 차오르고, 그 빛만이 어둠에 의해 지배당한 시대를 헤쳐나갈 유일한 등불이 되어줌도 안다.
다시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그때 그 시절만큼 춥지는 않을 테지... 하는 기대,
얼마나 따뜻한 겨울을 만드느냐도 역시 나 하기 나름인 법. 그것도 안다.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 올해도 어김없이 응모작이 없구나...
다시 펜을 든다. 신춘문예 따윈 잊은 지 오래, 나는 스스로 내 갈 길만을 가는 것일 뿐.
예전의 김남주 선생도 그랬고, 황지우 총장도 또한 그랬겠지... 박노해의 '너의 하늘을 보아'는 또 얼마나 아득한 감동이었나... 삶이 시를 지배한다는 말, 비로소 그 말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르지.
"문학은 삶을 능가하여야 한다"는 내 호기롭던 패기를 아직 잊지 않고 산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족할 법. 다만 그걸 스스로 '실천'하느냐는 여전한 숙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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