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4년 11월 29일 (토)

단테, 2014. 11. 29. 21:14

글 / 지나친 과음          


- 오늘의 편지, 

             

               

                      

[토요에세이] 내 이럴 줄 알았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이 형용모순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 모양이다. 복지라는 슬로건으로 없는 사람의 표를 모으고, '증세 없는'이라는 말로 있는 사람의 표를 모으는 수단으로 삼고서 그게 형용모순이 아닌 듯 우기며 온갖 공약을 내세우니 그게 전부 가능하냐고 묻자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 되면 다 할 겁니다"라는 말로 무 자르듯 단언하며 어떤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은 후보를 뽑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아니, 뽑기 전 이미 토론을 통해 알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먹혔다. 그걸 분별하지도, 분별하려고도 하지 않고 무조건 표를 던졌다. 그러나 그 공약은 모두 부도 수표가 됐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질 힘도 없다. 애당초 그건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고 지킬 마음도 없는 허언이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라는 자가 "41조를 풀어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태연히 말하는 걸 보고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쩌려고 하는지 아연했다. 아무리 그가 정당에 속한 자라 하더라도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은 가려야 한다. 그조차 못하는 자는 공인의 자격이 없고, 선공후사라는 공무원의 기본철학도 없는 것이다. 지난 정권 이후 8년간 계속 적자예산인데도 경기부양에만 매달리고 있다. 심지어 그는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엄청난 낭비와 비리의 핵심인 자원외교에서 책임 장관의 자리에 있던 자였고 "실수요자가 은행권으로 유입되도록 해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계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무책임한 경제관료라는 게 청문회에서 제 입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제 편이라는 이유로 경제 수장에 앉혔다. 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린 것들 급식도 못하겠다고 내뻗으면서도 조금도 부끄럼이 없다. 대학등록금 반으로 하겠다거나 아이를 국가의 예산으로 키우겠다거나 노인연금을 상당히 주겠다고 꾀어 표를 얻었으면서도(군과 국정원의 선거부정개입은 차치하고라도) 모두 다 파기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걸 보면 이러고도 정상적인 국가인가 싶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무상급식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걸 보면 참담하다. 수십, 수백 조 넘는 돈을 엄한 데 펑펑 쓰고 나라 곳간 거덜 낸 일은 외면하고 처벌은커녕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고작 아이들 밥값 못 주겠다며 시도교육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한다. 부자 증세는 외면하고 담뱃값 인상 등 서민들의 실질적 증세는 아무 고민 없이 추진한다. 이럴 줄 몰랐을까?

 

선별급식을 주장하던 이들의 논리 중 하나는 재벌 아들에게 공짜로 먹이는 건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벌 아들이어서 공짜 밥을 먹여야 한다. 그 알량한 밥값 내고 자신들은 그 문제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발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그러니 그 논리는 틀렸다! 또한 자신의 부모가 열심히 벌어서 세금 낸 돈으로 이렇게 급식을 하고 있다는 인식은, 자신도 앞으로 열심히 일하고 세금 제대로 내서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도 무상급식은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 등록금은 공짜면서 밥값은 따로 받아야겠다는 논리가 얼마나 형편없는 주장인지조차 알지 못하니 이 문제가 또다시 제기된다. 돈 없어 출산도 결혼도 포기하는데 대책은커녕 남 탓만 한다. 그러려고 권력을 잡았는가? 애들 우윳값 밥값도 못 주겠다며 배째라 내뻗고 있는 꼴을 보니 참 나잇값 하기 힘든 세상이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비명이 적혀있다고 한다. 그의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가 깃든 말이고,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말이다. 이제 와서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 손으로 뽑았으니 그 허물의 더미들을 보고도 그 탓을 못하고 엉거주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도 그런 사람 또 뽑아줄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하고 있다. 이런 체념이 나라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그게 두렵다. 나라 곳간은 텅 비고 집안의 쌀독은 달랑달랑하다. 게다가 겨울이다. 몸도 마음도 시린 겨울이다.

 

 

김경집 인문학자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1128200707988 

                            


- 편집하는 말,   

     

'무상급식' 아니 '의무급식'을 둘러싼 과도한 논리들은 주로 "왜 이건희 회장 손자한테까지 공짜밥을 줘야 하느냐?"로 요약, 시대정신과는 그 궤를 한참 달리 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실상 '복지'가 불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대개가 꽤 잘 사는 부자들이거나 아니면 그들을 통한 어떤 특정한 기득권을 형성해 가진 자들의 부류인 것이다. 더 이상 '복지'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애시당초 '복지'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과 무슨 토론이라도 가능하겠는가? 

  

저급한 TV 뉴스에서 '무상급식'의 폐해를 열올리며 떠드는 동안 내게 든 생각은 딱 하나다.

부자요 기득권들이 제 의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병들대로 병든 천민자본주의일 뿐임을 왜 애써 외면할까?

왜 자꾸만 21세기에도 어긋난 구세대적 발상과 망발을 저토록 서슴치 않고 저지를까? 가히 인면수심이요 후안무치로다.

  

'복지'는 이미 국가적 '의무'다.

  

...

 

회사에서의 1박2일짜리 워크샵을 다녀온 동안 궂은 비가 하루종일 퍼부었고, 그 비를 내내 맞으며 사무실 이사도 했구나.

이제 현장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자리, 그 마지막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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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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