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작권' 환수 연기를 둘러싼 논란
- 오늘의 편지,
[사설]군사주권·공약 팽개친 박 대통령, 사과·해명하라
경향신문 입력 2014.10.26 20:55
박근혜 정부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 연기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작권 환수 연기는 우선 용산공원 계획을 망쳐놓고 있다. 한·미 합의에 따르면 한·미연합사 본부 건물, 작전센터, 미8군사령부 건물이 이전 부지인 평택으로 옮겨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공원의 허리에 해당하고 공원 터의 10%가량 차지하는 이 공간을 그대로 둔다면 공원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잔류하기로 한 동두천 주둔 미군 2사단 210화력여단도 시 중심에 위치해 있다. 동두천시 역시 종합발전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울·동두천시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 한국 사회는 용산 미군기지와 한강 이북의 미군부대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해 이미 엄청난 사회적 비용를 치른 바 있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주민들과 공권력의 충돌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다면, 그것도 이전 작업이 상당 부분 추진된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비밀작전 하듯 이 모든 합의를 순식간에 깨 버렸다. 정부가 먼저 평택 이전을 요구하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는데, 이제 다시 남아 달라고 요청했으니 그 비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국가가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라면 국회 비준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이다. 용산기지 이전과 한강 이북 미군부대 이전계획이 국회 비준을 거쳤기 때문에 그 변경에 대해서도 국회가 비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부가 정정당당하다면 국회 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런 절차를 통해 정부가 연기 추진 과정 및 배경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정부는 잔꾀를 쓰기보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
또 국회 비준과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서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전작권 환수를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한 공약을 스스로 어겼다. 그것도 취임하자마자 비밀리에 무기 연기를 추진함으로써 공약대로 환수할 줄 믿고 있었던 시민을 속였다. 사회적 합의 폐기, 공약 파기, 시민 기만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series/112241/newsview?newsId=20141026205506788&seriesId=112241
- 편집하는 말,
'전시작전권'이란 게 있다. 일종의 현대판 노예계약인데... 이는 정치/외교 분야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제계에서도 소위 '샐러리맨'들은 하나같이 이와 같은 노예계약에 처한 신분들인 셈. 일상의 자잘한 행복이 가져다주는 안도감을 빙자해 샐러리맨들이 회사에서 겪는 갖가지 불행한 삶들은 이미 OECD 통계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사실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악마와의 타협"을 우리네 삶에서 과연 정당히 또 걱정없이 거부할 수 있느냐다. 안온한 평화가 가져다주는 일상적 삶을 애써 외면한 채 가시밭길을 걷는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다수의 의도했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결국 제도권으로의 'U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 또한 결국 경제적 문제다.
한 나라의 주권을 사고 판다는 행위는 필시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또 한편에서 그에 못지 않은 논리로 개발된 이 '경제적 삶'의 문제란 그래서 결국 대단한 난제임엔 틀림이 없겠다. 또 그것들이 비록 도덕이나 역사 따위를 빙자해 굴욕적인 능멸을 자행한다쳐도 결국 '노예'의 신분인 처지에서 이에 맞서 항거하기란 여간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 게지... 그게 현재의 삶이고, 또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한테 주어진 하나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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