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2014년 하반기, 그 첫날... 칸딘스키,
오늘의 편지,
[애고에코]고승덕 딸과 조희연 아들의 편지
글에 대한 경시가 천박한 사회 조장
가장 필요한 교육개혁은 글쓰기 교육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고승덕 후보의 딸과 조희연 후보의 아들이 각각 쓴 두 편의 편지일 것이다. 잘 알려진 바처럼 한 편지는 1위를 달리던 후보의 지지도를 단숨에 3위로 끌어 내렸고, 반대로 다른 편지는 아버지의 승리를 공고히 하는데 한 몫을 했다. 가슴 아픈 가정사나 아름다운 부자(父子)간의 정 이야기를 다시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두 편지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하나를 얘기해 보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승덕 후보의 딸은 글을 잘 썼고, 조희연 후보 아들의 글은 부족한 점이 많다. 두 젊은이에 대한 개인적 정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편지 한 통에 우리 교육의 문제점, 즉 글쓰기 교육의 부재가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실력의 기저에는 풍부한 독서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책읽기는 학업 우수생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초ㆍ중ㆍ고등 교육과정에 국어시간이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교과서나 참고서 이외에는 책 한 권조차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 선생님들이 해설해주는 요약 내용을 많이 외우고 있으면 될 뿐이다. 서점에 가보면 명문대에 가기 위해 읽어야 할 '고전 100선'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전 100선을 요약한 100쪽짜리 책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이들이 글 쓸 기회라고는 소위 '페북'이나 '카톡'에 올리는 짧은 몇 문장이 전부다. 이런 글에서는 독자의 눈을 끄는 몇 개의 핵심단어, 재치가 넘치는 가벼운 농담이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깊이있는 사고와 거기서 나오는 울림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공계열의 연구자들도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축구에 비유하면 글쓰기는 학자에게 있어서 공을 드리블링하는 기술과 비슷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학원에서 엄청난 돈을 들이며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거기서 가르치는 것은 페널티킥이나 프리킥 연습이다. 우연히 기회가 주어지면 골을 넣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드리블링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상대방 문전에 갈 수 조차 없다는데 있다.
난 사회 전체가 좀 더 '글'을 바탕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신호'가 있어야 변화가 나타난다. 나는 대학입시에서 논술 시험을 폐지하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논술 시험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몇 달의 비싼 과외로는 절대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능과 같은 표준화된 시험이야말로 사교육의 효과가 잘 나타나는 평가 방법이다. 내가 지난 10여 년 간 경험한 바로는 'open-ended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수험생 답안지 대부분은 질문이 무엇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한 것들이었다. 학생들은 질문의 단어들 중 학원에서 '찍어준 것'과 가장 근접한, 정해진 답안지를 기억해서 작성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의미도 없는 직무적성검사나 영어공인점수 같은 것으로 사원을 뽑지 말고, 지원자의 자기 소개서를 어떻게 분석-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대다수가 동의하는 바지만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엄청난 교육열에 근거하고 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엉뚱한 곳에 헛심 쓰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난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립대학의 통폐합 문제, 대학구조 개혁,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편과 같은 겉만 화려한 주제들에 대해서는 좀 더 천천히 논의해주길 바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교육의 내용, 예를 들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방도에 대해 당장 고민하길 희망한다. 4년에 한번 월드컵 때만 축구 전문가가 되는 사람들 말고, 평소에도 K-리그에 열정적인 진정한 축구팬들처럼 말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교수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all/newsview?newsid=20140629214707738
편집하는 말,
하반기다.
뜨거운 여름이 곧 시작될 터이고, 저마다 여름휴가를 맞아 산으로 바다로 떠날 채비를 갖춘다.
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더울 전망이라고 하는데, 지구온난화의 끝은 과연 어딜까도 새삼
궁금해진다.
어제부터 칸딘스키 얘길 꺼내는 연유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 한몫을 하였거니와,
주되게는 현대예술이 갖는 추상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픈 탓.
예술도 어느덧 '전공'이 된 시대,
전공을 전공이 아닌 상식과 진리로 터득하게 될 때를 여전히 꿈꾸면서 사는 것 같다.
마치 자본주의를 살면서도 돈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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