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월의 마지막 주말, '아듀' 붉은악마...
오늘의 편지,
축구협회가 월드컵을 말아먹었다
[한겨레] 협회 내부의 정치·알력 탓 / 조광래→최광희→홍명보 / 감독 잦은 교체로 준비 부족
16강 진출한 히딩크·허정무 / 3년 임기 보장한 것과 / "상대팀 분석했는지도 의문"
한국 축구 대표팀이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무승을 기록하며 16강에 탈락했다. 2002년 4강신화에 이어 지난 대회 원정 첫 16강에 오르며 발전하던 한국 축구가 '월드컵 들러리' 신세였던 1990년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 축구의 마스터 플랜을 책임진 대한축구협회의 무능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은 16년 전과 똑같았다. 축구협회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박종환에서 차범근으로 바꿨다. 박 감독이 부임한 지 고작 11개월 만이었다. 축구협회는 차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2연패를 당하자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프랑스 현지에서 전격 해임했다. 차 감독이 팀을 맡은 지 15개월 만이다.
축구협회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후 대표팀을 맡은 조광래 감독한테 평가전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15개월 만에 해임했다. 조 감독은 4년을 내다보고 한국대표팀에 '선진 축구'를 심겠다며 팀을 다져갔지만, 축구협회는 일본과의 평가전 패배 책임을 물어 기술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채 조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최강희 감독이 본선 진출까지만 맡겠다는 공언대로 물러나자, 축구협회는 아직 대표팀을 맡을 준비가 안 된 홍명보 감독에게 서둘러 바통을 넘겼다. 해외파가 핵심 전력이 된 대표팀에 한해 몇차례 열리는 A매치와 한달여 전지훈련으로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감독이 평가전 등을 통해 축적된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조련하면서 팀을 완성해가야 하는데, 축구협회가 그런 기회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축구 대표팀에 전임감독제가 정착된 1998년 월드컵 이후 두차례 16강에 진출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거스 히딩크, 허정무 전 감독들한테 3년 이상 임기를 제대로 보장해줬다.
축구협회의 무능은 결과적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피땀 어린 지난 4년을 허송세월하게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원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제대로 역량을 펼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경질설', '사퇴설'에 직면하고 있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는 "축구협회가 준비가 미흡했던 홍 감독을 선임했고, 준비 기간도 제대로 확보해주지 못했다. 그것이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어진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감독이 축구협회 수뇌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소년국가대표팀 코치 등을 지낸 한 축구인은 "이 모든 것이 축구협회의 내부 정치 때문이다. 기업의 오너처럼 자기 라인이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며 잘라낸다. 감독을 선임하는 기술위원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와 선수단 사이의 고질적인 '소통 부재'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한 감독은 "이번 대회 경기력을 보면 기술위원회가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수집된 정보가 선수단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기술위원회는 본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올해 1월에야 네덜란드 출신의 전력분석가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를 데려왔다. 알제리에 대한 전력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미디어다음, http://sports.media.daum.net/sports/wc/brasil/news/newsview?newsId=20140627194007058
편집하는 말,
오전 아홉시, 주말의 일상이 시작된다.
월드컵 중계는 계속되고 시험기간을 맞은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시각,
밀려 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밀린 책들도 하나둘 차곡차곡 읽기 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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