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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6일 (월)

단테, 2014. 6. 16. 19:37

 / 6월 16일, 생일의 주말 다음... 새로운 한주,        


오늘의 편지, 

 

 

      

(베스트 일레븐=사우바도르)
 
[양정훈의 Vive o 브라질! ⑤]
  
경기 내용을 알지 못한 채로 승패 소식만 전해 들었다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결과다. 그러나 스페인이 당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큰 스코어 차 패배는 대회 초반의 빅 매치업을 관심 있게 지켜본 모든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역시 축구는 심리 게임. 깊은 혼란에 빠지면 끊임없이 덤벼 오는 상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드문' 한판이었다. 그 팀이 스페인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경기 흐름에 맞게 대응하는 심리 전술을 경험 많은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이 준비해 놓지 않은 바는 아니겠지만, 예견치 못했던 일격을 당해 겪는 큰 혼란 속에서 전술은 전혀 기능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에게 볼을 허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보다 많은 공격 가능성을 열어 놓은 스타일의 축구, 이른바 바르셀로나식 혹은 스페인식 '티키타카'가 근 몇 년간 축구 전술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펼치는 유려한 테크닉과 그들이 거두는 좋은 성적에 매료된 많은 전 세계 지도자와 전술가 그리고 선수들이 티키타카를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람(선수)'이 다르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은 축구를 구사하려거든 그만큼 레벨에 도달한 선수들이 그것도 같은 팀에 여럿 있어야 하겠지만, 스페인에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단 한 명뿐이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근래의 스페인 대표팀은 사실상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맴버로 짜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동일한 이 두 팀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독창성이 담겨 있는 그들만이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는 축구를 따라 할 수 있는 팀은 없을 것이다.
 
사람(선수)이 다르면 그들도 제 스타일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경기였다. 두 가지 관점에서 사람(선수)이 다르다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티키타카를 이끌어 왔던 맴버 구성에 변화가 왔다는 점이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중심축은 유지됐으나 사비 알론소, 다비드 실바, 디에구 코스타가 더해지면서 그들만의 스타일이 빛바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전방 원 톱인 코스타에게 공급되는 스루 패스와 다비드 실바가 관여된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몇몇 결정적 장면을 연출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심지어 페널티킥을 유도해 득점까지 이어 갔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공간을 찾고 패스 줄기를 이루는 이른바 '제로 톱' 전술의 톡특한 향취는 빛이 바랬다. 이를 간파한 델 보스케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세스크 파브레가스,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교체 투입하고 대표팀식 티키타카를 경험한 페르난도 토레스를 교체 투입하며 원래 스타일로 회귀를 꾀했으나 손쓰기에는 이미 시간은 늦었다.
 

 

두 번째는 주축 선수들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티키타카 핵심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공간을 찾아 침투하고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절정의 시기라고는 말하기 힘든 선수들의 움직임은 4년 전 요하네스버그 결승전과 비교했을 때 그 역동성을 현저히 잃었다. 쉴 새 없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줄 타이밍을 보고, 받을 공간과 스탠스를 노리고 호시탐탐 슛 찬스를 꾀하는 등 움직임의 연쇄가 대회 첫 경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전성기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선수 기량도 세월의 흐름은 비껴 갈 수 없다. 그래도 개인 전술에서 우위를 보이는 스페인이기에 네덜란드에 중원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고 적어도 전반까지는 의도한 대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고 볼 수 있다.
 
조직력으로 일컬을 수 있는 팀으로서 역량은 네덜란드가 다소 우위였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견고한 방어선은 자기 진영을 철저히 지키며 추가골을 허용치 않았다. 단순히 조직력만 강조하는 팀이 네덜란드였다면 이런 대승은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무딘 발로 공을 다루는 축구라지만, 네덜란드에는 슛 자체만으로도 골을 기대케 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재능들이 하나도 아닌 여럿 있는데, 이들이 대승의 원동력이었다. 자기 진영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오는 롱 패스나 중원을 아주 짧은 시간 거치며 연계되는 빠르고 간결한 볼 흐름을 바로 받아서 슈팅까지 직접 해결하는 움직임은 득점 확률이 높지만 쉽지 않은 레벨의 플레이다. 네덜란드는 전방에 로빈 판 페르시, 아르연 로번,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를 보유했고, 이들이 명쾌하게 슛으로 또 골로 마무리했다. 후반 35분경 로번이 연기한 질주, 드리블, 페인팅에 이은 슈팅과 골은 '뛰고 차는' 간결한 스포츠 축구의 진수을 보여 준 명장면이다.
 

 
글·사진=양정훈 칼럼니스트(derutan@officelfp.com)
 

 

* 미디어다음, http://sports.media.daum.net/sports/worldsoccer/newsview?newsId=20140614193410645
                                        


편집하는 말,   

   

무려 며칠만의 뉴스레터인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총리 지명자 논란도 있겠고, 세월호 참사의 여파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게다가 역대 최대의 이변이자 명승부였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전은 생중계를 새벽까지 잠을 쫓으며 지켜봤던 주말이기도 하여... 당분간 월드컵 소식은 끊이지 않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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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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