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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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한 편의 글을 남들 앞에 내놓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뻔뻔스러움'인 것 같다.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게 될수록 자기의 지식이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더 확실하게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적 진리'를 파악한 연후에야 그것을 발표해야 한다면, 그 누구도 저승문이 열릴 때까지 단 한 줄의 글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구실 삼아 감히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경제학에 대한 소양을 갖추기를 원하는 보통 사람들이나 그것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우선 경제이론의 배후에 놓인 철학과 사고방식을 개괄적으로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그들로 하여금 경제학을 배우면서 겪을 불필요한 지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얼치기 경제학도의 길 안내
경제학은 결코 주술과도 같은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상아탑의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회과학 가운데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험스러운' 주제를 연구한다. 그것은 '부의 창조와 분배'의 배후에 작용하는 법칙을 연구한다. 그것은 물질적 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행동과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를 연구한다. 그래서 이 학문은 물질적 부를 차지하려는 인간들 사이의 소란스러운 싸움과 불가피한 관계를 맺게 된다. 경제학은 풍요와 궁핍의 원인을 해명하며 인간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형태의 갈등과 투쟁 - 작은 공장의 파업에서부터 대규모의 폭동과 반란, 혁명과 반혁명, 대학살과 세계적 규모의 침략전쟁에 이르기까지 - 의 물질적 근거를 탐색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경제학은 '거의 전부' 이 모든 소란에 관계하기를 거부하는, 그럼으로써 그에 대한 자기의 입장을 표명하는 그러한 경제학이다. 그것은 별로 '흥미진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위험하지' 않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는 '공인된 경제학'은 거의 전부가 이 책의 일곱 번째와 열한 번째에 등장하는 신고전파와 케인즈의 경제학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학은 우리들 보통 사람들이 지닌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을 '과학의 영토' 밖으로 추방해 버린 경제학이다. 그래서 그것만을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은 극단적인 지식의 편식으로 인해 숲을 보지 못한 채 몇 그루의 나무만을 보고 그것을 경제학의 전부로 오인하게 된다. 반면 그와 같은 '부자의 경제학'의 밑바닥에 놓인 철학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반대편으로 달려가 '강의실 밖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편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공인된 경제학'의 수학적 기법을 학습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이 흐르면 그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 책에서 필자는 경제학에 대한 소양을 높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경제학이라는 울창한 숲이 생긴 역사적 과정과 그 숲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보여 주고 그 안에 자리잡은 다양한 나무들로 안내하고자 하였다. 그 모두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알아야만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여러 가지 얼굴을 공정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의 경제학'이든 '빈민의 경제학'이든 자기가 사는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자산이다.
1. '보이지 않는 손'의 위대한 탄생 (자유방임시장의 예언자, 아담 스미드)
"우리는 백정이나 양조업자나 제빵업자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기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택에 식사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인도주의가 아니라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 자신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 아담 스미드의 공짜 여행
- 자유방임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 국부론의 산실, 글래스고대학
- '보이지 않는 손'은 공평하지 않다.
- 상인과 제조업자들을 믿지 말라
- 아담 스미드의 인간적 면모와 그의 사상이 남긴 것
2. 대중의 빈곤은 신의 섭리이다. (토마스 로버트 맬더스 목사의 암울한 세상)
"빈민에게는 청결함을 권고하지 말고 그 반대의 습관을 장려해야 한다. 도시의 거리는 더 좁게 만들고 집집마다 더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고 전염병이 잘 돌도록 유인해야 한다. 시골에서는 썩은 연못 근처에 마을을 만들고 특히 불결한 늪지대에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질병을 특별히 퇴치하려는 것을 비난해야 한다. ... 이렇게 해서 매년 죽는 사람이 늘어나면 ... 아마도 우리는 모두 사춘기에 결혼해도 되고 완전히 굶어 죽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 가난한 사람들을 후려친 '보이지 않는 손'의 저주
- 빈곤은 인구법칙이 내린 불가피한 운명이다
- 자비심은 재앙을 부른다
- 냉혹한 천재 맬더스 목사
- 한 세기를 앞지른, 그러나 조롱거리가 된 맬더스의 공황이론
- 부자들은 언제나 맬더스를 좋아한다
3. 지주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항상 대립된다. (부르주아 계급의 선봉장, 데이비드 리카도)
"대지의 생산물, 즉 노동, 기계, 자본을 결합 사용하여 지상으로부터 얻어낸 모든 것은 사회의 세 계급, 즉 토지의 소유자, 그것을 경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 또는 자본의 소유자와 자신의 노동으로 토지를 경작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분배된다. ... 이러한 분배를 규제하는 법칙을 확정짓는 것이 정치경제학의 주요 문제이다."
- 경제학의 역사에 남은 나폴레옹의 발자취
- 경제학자로 변신한 주식 브로커
- 지주의 이익은 항상 사회 전체의 이익과 대립한다
- 국제적 자유거래는 세계를 부유하게 한다
- 두 날의 칼 노동가치론
4. 자유무역은 예속으로 가는 길 (우국지사의 경제학, 프리드리히 리스트)
"영국을 맹주로 하는 영국계 국가들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유럽 대륙의 다른 국민들은 미약한 제2급 국민으로서 영국적인 세계 속에 해소되고 말 것이다. 프랑스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과 함께 이 영국적 세계에 최고급 포도주를 공급하면서 자신은 저질 포도주나 마시는 신세가 될 것이다. ... 독일에게 맡겨지는 일은 장난감, 목재, 벽시계, 언어학 서적의 제조나, 때로는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황무지에 영국의 상공업 지배권과 언어를 보급하는 데 전념하는 지원군의 역할이 고작일 것이다."
- 경제사상에도 국적이 있다
- 급진적 자유주의자 프리드리히 리스트
- 공업력의 발달은 세계 지배의 지름길
- 자유무역론은 강대국의 이데올로기
- 국가의 번영없이는 개인의 행복도 없다
- 비극적이지만 차라리 행복한 종말
5. 분열된 세상, 싸우는 사상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소유권은 단지 법률적인 것일 뿐이며 오직 입법자에 의해서 확립되고 인정된 것일 뿐이다. ... 입법권은 일보다는 전쟁을 따르고 도둑질이나 약탈 이외에는 아무런 기술도 없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현재에는 그 후손들의 손아귀에 있다. ... 자연은 이들에게 아무런 재산도 주지 않았다. 그들이 소유한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이 받은 것을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 - 토마스 호지스킨, / "재산과 여가를 가진... 당신들은 아직도 이상하게 번민하고 있다. ... 당신들의 재산이 당신들의 형제를 희생시켜 얻은 것이라고 폭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다. ... 당신들의 손에... 들어온 모든 것은 정신적/육체적 노력과 피땀의 지출, 위험의 감수와 기술적 기여, 희생과 수고, '서비스의 제공과 수취' 등에 대한 보상이다." - F. 바스띠아.
- 풍요한 세계와 가난한 세계
- 유토피안들의 아름다운 환상
- 쾌락은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 - 벤담
-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지 말자 - 세이와 시니어
- 모든 재산은 강탈한 것이다 - 톰슨과 호지스킨
- 부자들이여 번뇌하지 말라 - 바스띠아
- 위대한 절충주의자 J.S. 밀
6. 모든 지배계급을 공산주의혁명 앞에 떨게 하라 (칼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목적을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목적이 오직 기존의 모든 사회적 조건을 힘으로 전복시킴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한다. 모든 지배계급을 공산주의혁명 앞에서 전율하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 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
전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낡은 유럽을 뒤흔든 혁명의 해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간, 칼 마르크스
- 위대한 부르주아지,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트
- 자유거래라는 또 하나의 '파렴치한 자유'
- 혁명가 마르크스의 고달픈 생애
- 자본은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태어난다
- 최초의 노동자혁명 파리 코뮌
- 혁명의 가장 무서운 적은 효과적인 개량
칼 마르크스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이다. 그는 철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저널리스트였으며 무엇보다도 뛰어난 경제학자였다. 또한 그는 철학의 목적을 “세계를 해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변혁하는 데” 두었기 때문에 파란만장한 혁명가의 삶을 살았다…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또는 혼자 수많은 논문과 사설과 팜플렛과 저서를 썼고 발표했다. ‘공산당선언’, ‘신성가족’, ‘철학의 빈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9일’, ‘정치경제학비판’, ‘자본’ 등 그의 주요 저서는 현대의 인문사회과학과 정치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이 저서들을 통해 그가 정립한 유물론적 세계관과 역사철학은 철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문학, 예술 등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마르크스주의학파를 형성시켰으며 수많은 정치적 추종자와 정치결사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위대한 역사상의 인물들에 대해 흔히 “그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해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마르크스에 대해서만은 이렇게 단언하기 어렵다. 만약 칼 마르크스라는 인간과 ‘자본’이라는 저작이 없었더라면 20세기의 세계는 우리가 실제 겪어온 세계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노동력은 그 소유자가 그것을 판매할 때, 즉 상품으로 팔 때에만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그는… 자기의 노동능력, 즉 인격의 소유자여야 한다. … 노동력의 소유자는 특정 기간 동안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만약 그가 노동력을 한꺼번에 팔아버린다면 자기 자신을 판매하는 셈이어서 스스로를 노예로 전락시키고 그 자신이 상품의 소유자가 아닌 하나의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노동자가 자기의 노동으로 만든 상품을 판매할 위치에 있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바로 그 노동력만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므로 화폐를 자본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화폐소유자가 시장에서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한편으로는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처분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이것 이외에는 다른 판매 가능한 상품을 소유하지 않은, 즉…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자유로운… 임금노동자를 발견해야만 한다."
"잉여노동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제한적인 열정과 야수 같은 갈망 때문에 자본은 노동시간의 도덕적 한계 뿐만 아니라 단순 명백한 육체적/물리적 한계까지도 뛰어넘는다. 그것은 사람 신체의 성장과 발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빼앗아간다. 그것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쪼일 시간조차 훔쳐간다. 식사시간까지 잠식하여 가능한 한 생산과정의 일부로 결합시키려 한다. 이리하여 보일러에 석탄이 투입되고 기계장치에 윤활유와 기름이 공급되는 것과 똑같이 노동자에게는 음식이 제공된다. … 이리하여 노동력을 정상적으로 유지 존속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가 병들었건 악압당하건 관계없이 가능한 최대한의 노동력을 짜내기 위해 노동시간의 한계가 결정된다. … 자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직 하루 동안에 써먹을 수 있는 최대한의 노동력 뿐이다. 마치 욕심꾸러기 농부가 토양의 비옥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생산물의 증대를 추구하는 것처럼 자본은 노동자가 노동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달성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을 높이는 모든 방법은 개별 노동자를 희생시킴으로써 성취된다. 다시 말해 생산의 발전을 도모하는 모든 수단이 생산자에 대한 지배와 착취의 수단으로 전화한다. 그것은 노동자를 불완전한 인간으로 만들고 노동자의 지위를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며, 작업과정의 모든 매력적 요소를 파괴함으로써 노동을 저주스러운 고역으로 만들어놓는다. … 그것은 노동의 환경을 왜곡시키고 노동하는 사람을 가증스럽고 비열한 통제에 묶어놓는다. 그것은 노동자의 생활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전화시키고 그들의 아내와 어린 아이들까지도 자본의 희생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모든 방법은 동시에 축적을 위한 수단이다. … 그러므로 자본이 축적될수록 노동자의 운명은 그의 보수와 무관하게 반드시 악화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법칙은 자본의 축적에 대응하여 궁핍의 축적을 확립한다. 부의 축적은 동시에 가난과 고역과 번민, 노예화와 무지와 야만, 그리고 정신적 타락의 축적인 것이다."
"부르주아지는 자신이 지배권을 확립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모든 봉건적, 가부장적, 전원적 관계를 종식시켰다. 부르주아지는 인간을 ‘타고난 상하관계’에 묶어놓는 여러 가지 봉건적 유대를 가차없이 잘라버렸으며, 모든 인간관계에 오직 적나라한 이기심과 냉혹한 ‘현금 거래’만을 남겨두었다. 부르주아지는 또한 가장 신성한 종교적 정열과 기사도적 열정과 세속적 감상주의의 환희를 이기적 타산이라는 얼음물에 빠뜨려버렸다. 부르주아지는 또 개인의 존엄성을 교환가치로 용해시켜버렸으며, 결코 무효화할 수 없도록 인정된 무수한 자유 대신 ‘자유거래’라는 또 하나의 파렴치한 자유만을 세워놓았다. 한마디로 부르주아지는 종교적, 정치적 환상으로 가리워진 착취를 적나라하고 후안무치하며 노골적이고 야수적인 착취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이 전화과정의 모든 이익을 독점하고 횡령한 대자본가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궁핍, 압제, 노예화, 타락과 착취도 증가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수적으로 반드시 증가하고, 자본주의 생산과정의 메커니즘 그 자체에 의해 훈련받고 단합되고 조직된 계급인 노동계급의 반항 또한 증가한다. 자본의 독점은 이 생산양식에 대한 하나의 족쇄로 전화한다. 생산수단의 집중과 노동의 사회화는 궁극적으로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외피와는 양립할 수 없는 점에 다다른다. 이 외피는 산산이 부서지고 자본주의적 사유재산의 종말이 오며 약탈자들이 약탈된다."
"부르주아계급의 존재와, 사회 지배를 위한 본질적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증대이며, 자본을 위한 조건은 임금노동이다. 임금노동은 노동자들에게 경쟁을 부추김으로써만 가능하다. 부르주아지가 촉진하는 산업의 진보는 본의 아니게 경쟁에 의한 노동자들의 고립 대신, 단결과 혁명적 결합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현대산업의 발전은 부르주아지가 생산하고 전유하는 바로 그 토대를 발 밑에서 무너뜨리는 셈이다. 결국 부르주아지는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부르주아지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둘 다 불가피한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높은 단계에서는 개인의 노동분업에 대한 노예적 종속,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사이의 대립 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며, 노동은 단순한 생활수단이 아니라 삶의 최우선적 요구가 될 것이다. 또한 생산력은 개인의 전면적 발전과 더불어 증대될 것이고, 모든 협동적 부의 원천들이 풍요로이 넘쳐흐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르주아 법칙의 협소한 지평선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는 그 깃발 위에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문구를 아로새길 수 있게 될 것이다."
"1. 토지사유를 폐지하고 모든 지대를 공공목적에 사용한다.
2. 소득에 대해 높은 누진세를 실시한다.
3. 모든 상속권을 폐지한다.
4. 모든 망명자와 반역자의 재산을 몰수한다.
5. 국가자본과 배타적 독점을 가진 국립은행을 통해 신용을 국가의 수중에 집중시킨다.
6. 통신과 운송수단을 국가의 수중에 집중시킨다.
7. 국가소유의 공장과 생산도구를 증대시킨다.
8. 누구나 동등한 노동의 의무를 지닌다. 특히 농업을 위해 산업군을 편성한다.
9. 농업과 제조업을 결합시킨다. 인구를 전국적으로 좀 더 균등하게 배분함으로써 도시와 농촌 사이의 차별을 점차 폐지한다.
10. 공립학교에서는 모든 어린이를 위해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현존하는 어린이의 공장노동을 폐지한다. 교육과 산업과 생산을 결합시킨다."
자본주의의 자기 수정은 부르주아지의 각성과 시혜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투쟁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모든 요구 가운데 토지사유의 폐지와 은행 업무의 국가독점, 그리고 인구의 분산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들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 수준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사회주의 혁명 때문은 결코 아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신들이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이런 정책의 실현을 전적으로 거부한 나라에서만 혁명이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칼 마르크스의 사상은 19세기 유럽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오늘날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자는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없는” 절대빈곤의 나락에 빠져 있지 않다. 지난 한세기의 경제/사회적 변화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 세기를 뛰어넘어서까지 인류 문명의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은 그가 추구한 가치이지 그가 선택했던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자기 수정과 그간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유로 그가 추구한 이념적 가치까지도 부정하려는 모든 시도 역시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경제적 평등에 의해 뒷받침되는 자유, 소외되지 않는 노동, 정당한 근로에 의한 소득,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불합리한 관습과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해방, 개인의 자유롭고 전면적인 발전 등 그가 옹호한 “영원한 진리”는 아무리 먼 미래라 할지라도 인류 문명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7. '보이지 않는 손'의 신성화 ('풍요한 세계'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수요하는가 아니면 가족을 죽이려는 살인자가 이 약을 수요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문제는 전혀 부적절하다. 우리에 관한 한 이 약은 어느 경우에도 유용하다. 어쩌면 이것은 의사보다 살인자에게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 레옹 왈라스.
- '영원한 번영'을 노래한 사람들
- 한계혁명 - 미분학이 경제학을 점령하다
- 레옹 왈라스의 '균형잡힌 세계'
- 알프레드 마샬의 '찬 이성 더운 가슴'
- 누구나 자기 몫을 가진다
- '부르주아의 마르크스', 빌프레도 파레토
-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인 신고전파의 세계
8.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불로소득을 규탄하는 영혼의 외침, 헨리 조지)
"지대는 노동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모든 순간마다 지대가 빠져 나간다. 지대는 깊은 지하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세찬 파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부과된다. 지대는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불안한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 ... 지대는 열 식구가 지저분한 단칸방에서 살도록 만든다. 지대는 유망한 젊은이를 감옥이나 보호감호소에 갈 후보자로 만든다. ... 지대의 사유화는 과거의 절도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절도이며, 이 세상에 태어나는 어린이들에게서 타고난 권리를 빼앗는 행위이다."
- 우리 시대의 거대한 수수께끼
- 부자가 되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두라
- 맬더스의 인구론과 아일랜드의 진실
- 지대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9. 낭비하라, 그러면 존경을 얻으리라 (영원한 이방인, 도스타인 베블렌)
"유한계급은 보수적인 계급이다. ... 문화양식의 변화에 대한 이 계급의 반대는 본능적인 것이며 주로 물질적 이해타산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행동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부터의 괴리에 대한 본능적인 반발이다. ...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나 힘겨운 일상생활에 모든 힘을 빼앗기는 사람은 내일 이후의 일을 생각할만큼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이다. 이것은 아주 부유한 사람이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품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되는 것과 꼭 마찬가지이다."
- 독점자본과 억만장자의 출현
- 유한계급과 과시적 소비
- 값비싼 것이 아름답다
- 굉장한 학식을 지닌 '건달박사'
- 위대한 이방인의 지켜지지 않은 유언
10. 제국주의는 세계를 망친다 (세계대전의 예언자, 존 앗킨슨 홉슨)
"모든 곳에서 과잉생산능력, 투자할 곳을 찾는 과잉자본이 나타난다. 그들 나라에서 생산능력이 소비보다 더 빨리 성장한 것, 이익을 남기고 팔기에는 너무 많은 재화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할 수 없는 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든 기업가들은 인정한다. 이와 같은 경제적 조건이 '제국주의의 뿌리'를 형성한다."
- 제국주의 - 정복과 약탈의 시대
- 제국주의 시대의 새로운 정복자 금융권력
- 저축은 미덕이 아니다
- 제국주의는 세계를 망친다
11. 저축이 미덕은 아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종말을 선고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
"재무성이 헌 병에 지폐를 가득 넣어 폐기된 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고 그 위를 도시의 쓰레기로 메운 다음, 많은 시련을 겪은 자유방임의 원리 위에서 사적 기업으로 하여금 그것을 다시 파내도록 한다면 ... 실업은 없어질 것이다. ... 주택 건설 등은 더욱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실제적 난관이 있다 할지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 자본주의를 구원할 천재의 등장
- 가장 부르주아적인 부르주아 경제학자
- 대공황 - '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 자유시장의 무정부상태와 경기 변동
- 케인즈 경제학과 전쟁광 히틀러
- 케인즈가 본 칼 마르크스의 사상
12. 유토피아를 위한 '거대한 실험' (사회주의 70년의 영욕과 고르바초프의 좌절)
"사회주의는 평등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사회주의는 "각자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원칙에 따른 생활조건이나 소비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이것은 공산주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회주의는 사회적 이익의 배분에 이것과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그의 노동에 따라 분배받는다." 이것이 사회주의의 기준이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지 않으며 사람을 부자와 가난뱅이, 백만장자와 빈민으로 나누지도 않는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직장을 보장받는다. 중등/고등교육과 의료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며 시민들은 노후생활을 보장받는다. 이것이 사회주의에서의 사회정의 구현이다."
- 총성도 통곡도 환희도 없는 혁명
- '보이지 않는 손'의 눈부신 성공
- 모두가 '스타하노프'일 수는 없다
- 시장의 폐지, 시장의 보복
- '사회주의 계획 경제'와 공포정치
- '위대한 실험'이 남긴 것
에필로그 /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논쟁
자본주의는 2백년 동안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였으며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일생을 걸고 탐구했거나 논쟁을 벌였던 숱한 주제와 쟁점들 가운데 어떤 것은 이미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들은 아담 스미드의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날카로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이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은 여전히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자본주의와 경제학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체제의 힘과 결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며, 나아가 그들이 직접 연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제현상에 대해서까지 의미 있는 '인식의 틀'을 제공해준다. 그들은 우리들 모두의 스승이며 그글의 사상은 인류 문명의 가장 귀중한 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너무나 편협한 것이다. 그것은 역사와의 관련을 철저하게 단절해버린 무미건조한 과학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경제학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막연한 외경심을 심어줌으로써 경제학에 대한 무지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현실의 경제문제와 사회정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낙원도 지옥도 아닌 자본주의'를 낙원에 더 가까운 체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풍요한 세계'가 박대해온 '이단의 경제학자'들의 항의와 새로운 예언자들의 견해를 더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참고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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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노트 ::
평점 만점, 이 한줄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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