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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막 시작할 무렵, 한편의 대단한 영화가 등장했다. '매트릭스'. 눈으로 보여진 화려한 비주얼보다 훨씬 더 심오한 사상을 가진 그 영화를 아마도 20세기 최후의 영화로 보았었나도 싶다. (그 시절에 기억나는 또 다른 두편은 해가 바뀌는 동안 '인정사정 볼것없다'와 '박하사탕'이었다.) 2편에 이르러는 가장 현대적인 영미철학과 노장의 사상까지도 아우른다는 면면에 비해 영화는 더 은유적이며 더 통속적인 모습으로 바뀌지 않았었나도 싶고... 21세기에 이에 상응하는 (물론 이전 세대라면야 '큐브' 같은 상징적 차원의 형상화도 있었지만) 현 "체제"라는, 시스템으로도 읽히는, 이 거대한 대상을 놓고 가장 종합적이면서 전면적으로 다루고 따지며 고찰 내지는 성찰을 하는 영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표현의 방식은 훨씬 덜 은유적이며 더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 대안적 모색과 제시된 전망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화두이지만, 사회과학의 진보가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니까... 이 대목에서는 작가의 상상력 또한 정답의 유무를 떠나 일단 존중받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벽을 문으로". 십년쯤 전에 나왔던 한 시집제목이 문득 생각날 텐데, 이 부분을 무책임하다고만 말하기에도 영화가 인상적으로 제시한 "꼬리칸"과 "첫째칸"의 균형, "밸런스"를 놓고 갈등하는 부분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쉽게 동조하지 못한 채 불편하게 마주하는 또 끊임없이 자문을 할 수밖에 없는 척박함을 진실되게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중이므로, - 그리하여 북극곰 타령만 해댈 게 아닌, 구태여 "열린 결말"과 그 가능성이라 떼를 쓰며 옹호한다손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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