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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때아닌 장마가 거세다.
느즈막히 출근한 주초의 일과, 주간미팅이 있었고
CEO 보고를 한답시고 내내 엑셀과 파워포인트 속
숫자들과만 씨름을 하며 보낸 하루였구나.
다음주에는 다시 또 이사가 계획되어 있는데
어디로 가란 소린지 도통 안내조차 없다.
개인마다 서로 다른 메일을 주고받은 우리들이
과연 한 팀일까에 대해 점심시간을 토로하고 또
각자 저마다의 일상 속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
내게선 바람 한번도 불지가 않았다.
다른 대안이 좀 있을까? 속절없는 호기심들이
일과와 업무에 파묻혀 지내는 동안만큼은
그 누구도 함부로 이적 따위를 꿈꿀 수 없지,
그저
일분 일초에 옭아매인 그날 그날의 하루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 휘파람을 부는데
저만치서 달려오는 소리라도 있겠어서
오늘도 부엉이처럼 앉아 두눈만 꿈벅대는
이 시대의 노예, 바보들.
저녁 늦게까지 정맛비는 그칠 줄 모른다.
지루한 장마
물묻은 석양이 반사하는 명동 길거리에서
마지막 남은 담배 한개피를 문다.
담배부터라도 좀 끊어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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