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48%의 詩, 다시 둘

단테, 2012. 12. 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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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의 돌 / 임동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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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연대의 멱살을 거머쥔 채 흐르는 강물로 흐르지 않는 풍경을 적시며 지금 섬진강은 골고루 노을빛으로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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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아, 보아라. 저 징검다리 건너 몇 굽이 물목을 지나 희고 둥근 조약돌들이 모래무지처럼 살아 있는 것을. 그리하여 하류에서 상류까지 물장구치며 파닥인다, 뛰쳐 오른다, 반짝인다. 허나 곧장 균형을 이룬 채 사뿐히 제자리를 찾아 앉는다.

  바로 저것이리라. 그런대로 모난 데 없는 형상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의 시간들이 흘러갔으며, 또 얼마나 수고로운 인욕과 침묵이 요구되었던가. 그렇듯 사랑은 다시금 얼마나 무거운 멍에이고 큰 아품이던가

  그리하여 오래 기억하라, 그대여, 어쩔 수 없이 작은 모래알로 바스라져가는 세월 속에서도 지지 않고 금빛 찬란한 모래톱을 이루어내는 소중한 것들을. 어둠의 강물 깊숙이 박힌 이름 모를 별보다 더 외롭고 쓸쓸한 삶의 그리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저 저문 세상의 오랜 기다림을

  그러나 끝도 시작도 불투명한 이 시대의 싸움처럼 묵묵히 종군하는 강변을 따라 흐르며 너를 가만 불러본다. 정아, 이제 알 수 있겠니. 제 임자를 기다리다 끝내 풍덩, 물살 센 강물 속으로 다시 빠져드는 돌이거나, 혹은 정에 목마른 신의 손바닥 체온을 받아 해마다 피어나는 물망초이거나 제각기 서러운 물소리로 흘러가는 것을

  그러므로 이제 새벽녘의 물안개처럼 망가지며 아름다워지는 법을 서서히 배워가야 할는지 모르겠다. 마치 물때 썰때의 하동 포구처럼 늘 처음으로 돌아가, 이 못난 족ㄱ을 위해 기도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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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섬진강은 물 흐르는 소리조차 아주 낮게 조율한 채 일제히 숨을 고르며 나뭇가지 위의 새처럼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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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에서 선택한 '광주'의 두 시인은 최하림과 임동확이다.

  토요일 오후, 시 한편을 고르려다 구글 검색에서 내 블로그를 다시 꺼내본다...

  임동확, 그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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