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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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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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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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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폐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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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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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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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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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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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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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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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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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올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크게 불우한 두가지 결과를 얻는다. 대선의 패배,
또 승진 탈락의 우울함과 함께 '동안거'의 시작...
두 일 모두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였을 법한 일들.
한해의 마무리가 비록 따뜻한 겨울이 아니겠지만
내게도 넉넉해진 낙관이라는 내공이 생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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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공교롭게도 엇비슷한 수치인가 보다, 48%.
'사사오입'은 어디까지나 편법이다. 현대사 역시
그걸 내게 가르쳐준 셈이며 실패를 인정하는 일
역시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반성과 성찰 없이는 미래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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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따지고 분석해야 하며, 또
대안을 모색하고 수립해내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이 지난한 과정들만이 '성장'의 가능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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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중요함도 독재자한테만 일깨울 게 아닌,
그를 보며 닮아온 나 스스로부터 반성해야 할 일.
비트겐슈타인처럼 "확실성"은 회의를 통해서다...
그런 깨달음을 갖고 출발하는 비로소 '참된 시작',
이 출발점에 선 채로 다시 또 용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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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48%"가 비주류이며 루저이자 소수라 한들,
이는 엄연하게 실재이자 현재이며 또 궁극적으로
미래에 대한 거의 유일한 보증수표임을 믿는다...
방향보다 경로에도 늘 신경쓰며 묵묵히 도전하자.
- "절망의 끝, 희망의 시작"이야말로 역시,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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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여 내가 도전하게 못한 문제? 예를 들자면
'창작' 따위도... 역시 이 글부터가, 순서가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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