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 까페에 앉아
시를 쓴다.
은은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흐린 창밖 한 아저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서둘러 자전거 페달 밟는 풍경이다.
자동차들이 조심스레 줄이어 길을 나섰으며
뒤꽁무니 빨간 불빛은 연신 그리움을 대체한다.
안락한 의자 몸을 기댄 채
시를 쓴다.
몇해전에 내 곁을 떠났던 그녀도
언젠가 이 장소에서 그랬던 것 같고
또 이 장소에서 재회했던 기억도 난다.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요즘은 책 대신에 아이패드를 꺼내는 게 유행
싸구려 모델로 산 태블릿 하나를 꺼낸다.
구글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만들고 습작을 해본다.
다시 노래를 꺼내 듣는다. 이종현, <내 사랑아>.
창을 가벼이 연 다음 시원하다 못해 찬바람을
들이켜본다. 어둑해진 하늘도 제법 고요해진다.
잠시 음악이 꺼진다. 시간이 흘렀다.
태블릿을 도로 내려놓은 채 차를 마신다.
몇해전에 만났던 친구도 여전히 소식이 없고
그 친구와 함께 한 친구들도 여전히 감감 무소식.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립다.
호젓해진 고독은 어느덧 다시 소파에 몸을 묻고
소파가 없는 의자는 그래서 늘 허전해진다.
비가 오면 유독 흐려지는 불빛...
- 시를 시답지 않게 쓰려는 목적은 산문의 그것과도 동일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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