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 없는 그곳에 가면,

단테, 2008. 6. 27. 08:50

 

 

 

 

 

 

 

 

 

 

 

 

 

                 

친구 하나 없는 그곳에 가면,

 - 명박퇴진 촛불집회

  

        

     

그랬다
쓸쓸했다
 
<광장>. 누군가 붙여준 그 장엄한 이름조차
현실 앞에서 이리 초라해질 수 있음을 배웠다.
<시대>, 그리고 길거리에서의 추억과 현재는
그다지 행복하게 조우하지도 못했다.
 
그렇도록 팍팍한, 아니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우리는 또 스스로 분열했고 좌절했으며 앞서
오십여일을 버텼다는 시민들에게 미안했다.
 
그랬다
잔인했다

  

정작 겨눠야 할 매서운 혀끝의 육두문자는
술취한 사람들이거나 사소한 입장이 달라서
우리편들에게 가끔 비수마냥 꽂히기도 했다.
한번도 스스로를 감싸안은 적 없는 역사.
선배들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이었음에도
결국 후배들은 그 한계에 머물렀다.
 
데모가를 부르며 추억과 현재를 조우해보던
쓸쓸한 인도에서 팔짱을 낀 채 유유히 담배.
그런 내 자신이 싫었고 부끄러웠어도 말야.
 
전혀 끝나지 않은, 아니 점점 더 심해져가는
이 상황 앞에서 상황종료를 감히 알리고마는
지도부의 무능을 객기로만 비판할 순 없겠지.
 
그랬다
아름다웠다
 
경찰을 존중하고 시위대를 존중하고 어차피
다른 그 어떤 권력 앞에 굴복당한 현실이기에
서로를 위안삼아 또 버팀목으로 일어서는 밤.
 
그 존중은 그래도 아름다웠지
 
그랬다
지독했다
 
민노당 깃발을 두고 경합하는 취객과 심지어
몸까지 뒤엉키며 나눈 적개심이 왜 하필 우리,
내부로 치닫게만 만드는 현실은 지독했다.
 
존엄성을 떠올렸다. 인간, 그리고 사랑, 또
민주주의에 대한 숭고한 가치 따위가 이리도
지난하고 고독한 길이었음을 익히 잘 알면서
또 우리는 쉽게 낙담하고 혀를 차며 지샌 밤.
 
며칠밤을 더 이리 허무하게 보내야만 할까...
누군가 그랬다. 詩를 쓰려거든 <전망>까지도
스스로 내비치는 것이어야 한다고. 잘 안됐다.
 
그저 그랬다
솔직했다
 
지난 옛 노래가 반가웠고 깃발들도 반가웠고
풍자와 해학이란 조상들의 선물도 반갑지만
그래도 친구 하나, 동지 하나 곁에 있다는 게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솔직한 기쁨이겠는지,
그런 잡념들이나 떠올릴만큼 한가한 이 거리.
 
그랬다
현장은 늘 살벌했다
 
언어가 담는 쉬워터진 관념들보다 훨씬 더
현장은 살벌했고 현장은 쉬이 달아올랐다
마치 냄비 속 라면마냥 그것이 불어터질까
두려웠던 게지. 그래서 그들은 전경버스를
미어터지게 쌓은 채 리가 먼저 지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적은 언제나 항상
그렇게 얄팍할만큼씩 현명해왔고 그렇다.
 
그랬다
필요한 건 오로지 승리!
 
전략과 전술이란 단어를 책에서 배웠지만
현장에서 그걸 응용할 줄 아는 지혜야말로
진정한 지도력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비난과 비판을 무릅쓰고 승리의 결과만이라면
언제든 용납할 수 있을만큼 절실해온 그 가치.

너무 쉬이 이데올로기에 빠져 목적마저 설마
잊고 지내는 건 아닐까? 그게 더 궁금했다.
- 민주주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게 다 그래.
 

동트는 새벽, 청와대 지붕이 훤히 보이던데
왜 우리는 여기까지 밀려나야만 했을까 또
왜 용기백배 더 나서지도 못하는 것일까...
 
힘, 흡인력, 사랑이야말로 진지한 도전이거늘
너무 앙상한 자기애 앞에 공동체는 허울일 뿐
 
그랬다
그래서 또 다시 뭉쳐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뭉칠 수 있기 때문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분연함을 느껴야만 비로소
역사는 힘든 하얀손 하나 설핏 건네주겠지
 
땀과 피로 얼룩진 흔적, 그것들을 씻어내고
새로운 화장으로 고쳐내기 위한 노력, 그게
바로 하얀손만이 갖는 특징일 터. 그걸 하자.
 
그랬다
그걸 해야만 했다. 그걸 해야만 한다.
           
선동도 아니고 전략도 아닌, 그저 그런 한
말장난과 말재주로 점철된 듯한 내 오기,
혹은 광기, 아니 나만의 독특한 옛 구호로;
 
          
독재타도 명박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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