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4일 (일)

단테, 2008. 8. 5. 22:29

 

 

 

 

2004년 3월 14일 (일)

 

 

  • 글쓴이: 인문과학연구모임총책
  • 조회수 : 11
  • 04.03.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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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뿌드한 날씨만큼 찌뿌드하게 일어난 아침
    베란다 앞에서 일기를 쓰며 담배를 피운다

    서태지 뮤직비디오 생각이 난다 980707
    그리고, 040312라는 숫자 앞에서
    그리고, 040415라는 숫자 앞에서
    이 빽빽한 일상을 채워가야만 하는 나는
    실로 힘들다 - 제발 이 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오롯이 제 자리를 지킬 줄 아는 이
    잠시 제 일을 멈추고 광장으로 뛰쳐나간 이
    그리고 할 일 없이 일기만 쓰는 나
    모두가 다 마찬가지이리라

    이 빽빽하고도 찌뿌드한 날 아침
    할 일도 많고 시국선언조차 버거운 말발
    그래도 내게 침묵이라도 있어 견딘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전화를 걸었던 황지우 시인 생각이 나고
    시론과 둘째 얘기로 답장을 전한 친구 생각이 나고
    그리고 연락두절인 이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때로는 걱정스러운 아침에
    이 우울하기만 한 아침에
    그래도 나는

    내 책장 수북한 저 문지와 창비들을 잠시 접고
    지금은 새로 또 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하는가

    민주주의여 이제 안녕
    ......
    ......
    ......

    또 다른 벗들을 만날 때까지
    내가 갈 길은 얼마일 지 모르나
    언제고 그랬듯이
    모든 일이 누군가는 나서야 할 법이므로

    그게 잘난 척이든 만용이든 용기든간에
    침묵보다야 나으니까

    침묵보다 더 고요한 건 죽음이라 했던가
    ......
    ......
    ......

    "학문적 양심" - 내가 만든 말
    그것을 실천해야 겠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또 온다면
    이제는 좀 그만 싸우고도 싶다
    좀 더 편안하게 살아봤으면
    - 늘 내가 듣던 말인데

    내 베란다 앞 뛰어다니는 저 아이들
    남의 아이이자 내 아이인 저들에게도
    내가 보여주어야 할 세상은
    결코 지금의 아닌 다른 것이기에

    이 아침이 도로 찬연하기를 바라기에
    우리가 다시 웃으며 만날 그날 때까지

    내 벗들을 일고 지내온 시절만큼은
    내 벗들을 도로 찾기 위해 떠나야겠지

    ......

    청춘을 함께 늙어 온 친구들
    내 선배들,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들
    이제 함께 만나야지
    함께 울어야지

    ......

    언제고 소멸하는 것만이 아름답듯이
    물끄러미 먼 곳 구름 위에 걸친
    지난 밤 내 붉은 눈시울도
    이제는 안녕이다

    내게 주어진 길이 있다면
    응당 그 길을 가야 할 법
    서른 다섯이 될 동안 못 깨달았던
    그 구도의 길은
    그래서 더욱 험하고 때론 두려울 터이나

    참된 시작만이 비로소 아름답듯이
    "꿈"이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 그래야만 하니까

    ......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이미 오후로 접어들 저 태양
    - 그 빛을 기다리련다

    - 온 방의 불을 켜둔 채라도



    <단테의 시국단상은 여기까지로 한다>



    P.S. 화이트데이란다
    오늘의 선물은 영화 '박하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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