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no :
* 출사표
... 죽은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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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11일, 여의도에 부쳐
목이 잘려 슬픈 짐승이여
굶주린 하이에나의 숲에 나타난 허연 백발
버스에서 내리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부엉이바위에서 처참히 맞이한 주검
두번의 촛불을 켜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또
변해 있었고 또 얼마를 더 변해가고 있을까
구럼비의 아픈 울음도 85호 크레인의 외침도
몇해전 불살라져버린 용산의 망루처럼
어둠은 늘 그렇듯 숨막혀 조여오는데
언제던가,
용기백배한 발언 속에서 한줌의 희망을 찾고
굴하지 않는 용기에 마음 속 박수를 보낸 세월
참혹한 절망과 부끄러움 속에 곱씹어 삼켰던
우리들의 그 희망을 캐내기 위해서라도
저절로 촛불은 켜지게 마련인 법이니까
단 한차례 그대를 원망해본 적 없었으나
단 한차례도 무죄라고 변호하지도 않았다.
알리바이가 있었음을 모르는 과오도 있음을
잘 아는 우리라서가 결코 아니다.
그 숱한 세월 속 단 한차례도 넘기지 않았던
찬란한 명예의 순결, 도덕, - 그 자긍심들이
모조리 산산조각날까 다들 두려웠던 거다.
그대여, 미안하다 그게 전부다.
평택에서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는 아이들
고막을 찢게 퍼붓는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
대한문도 시청도 명동에도 주저앉는 학생들
골목골목마다 식당마다 쑤셔댄 소고기마냥
모두 잊은 체 모두가 숨죽여만 살아내는데
그대가 다시 살아 또 한차례 죽음을 맞는다
몇년의 질시와 반목 그리고 가차없는 비판도
모두 마다한 채
모두 자기만의 촛불을 안은 채 애도하는 중.
비록 더 이상 그대를 사랑하진 않지만
그대가 가여운 그리고, 또 미안해지는.
광장에 끌려나온 그대의 시체 위로
여전히 잔인한 태양
11월에 어울리지 않게 따스한가 보다.
- 더 이상은,
아무도 미워하지 말자.
11월은 그렇게 한 죽음을 애도하며
한강을 굽이굽이 헤엄쳐가는 중.
이미 슬퍼할 수도 없는
더는 사랑할 수도 없는 그 자리에
우리는 저마다의 들국화를 심었다.
버스에서 내렸던 그 넥타이 빛깔처럼
저무는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그 고운 빛깔의 순정만을 간직한 채
언젠가 또 11월이 찾아오면
그 희멀건 자리마다 아스라이 핀
저마다의 꽃잎들을 향한 뜨거운 눈물
참았던 세월만큼 쏟아내기 위하여
오늘도 울음은 참고서
보내는 그대, 노무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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