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ud Orange primed for glory
축구는 여전히 팀웍이 지배하는 경기다.
8강에 올랐던 남미 5개국이 나란히 모두 탈락해버린 지금, 더 이상 기술축구를 운운하며 시대의 트렌드를 감히
따로 논할만큼 대단한 성적이 나오려면 적어도 전번 유로 2008의 빛나는 우승자인 스페인이 독일을 압도적으로
이겨내야만 가까스로 다시 그 얘기와 화두들이 겨우 고개나마 들 수 있을만한 상황으로 바꿔어버린 셈이다.
대한민국이 첫 16강전에서 아깝게 탈락한 다음부터는, 줄창 바쁜 시간 탓에 이 4년마다 한번뿐인 지구촌 축제
얘기를 단 한번도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여하튼,
오늘 새벽에 열린, (그래서 퇴근한 지금에야 비로소 재방송을 통해 본) 네덜란드와 우루과이의 준결승전은 유럽
축구의 성공요인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물론 준준결승전에서 퇴장을 당해버린 수아레스의 결장이 가장 큰 원인,
또는 우루과이의 불운 등도 함께 꺼낼만한 얘깃거리일 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과는 과정을 지배한다.
스페인이 유럽 챔피언을 먹었을 때, 대다수 팬들이 환호한 가장 큰 연유 역시 기술축구의 승리였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보는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두는 여전히 현대축구에 있어 승부처가 "팀웍과 조직력"이란 얘기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들로 꼽히는, 메시와 호날두와 카카 그리고 루니는 모두 소속 국대의 탈락과 함께 무대를
내려서야만 했다. 뛰어난 골감각을 뽐낸 독일의 클로제와 아낌없이 기량을 선보인 네덜란드의 로벤과 슈네이더
또는 스페인의 유일한 골잡이로 등극한 비야 (기실 토레스의 부진이 너무도 아쉽지만) 내지는 이니에스타, 사비
등과 같은 걸출한 스타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소 싱거운 맛은 어쩔 수가 없다.
반면에 네덜란드와 스페인, 아니 특히 독일 대표팀에 있어 가장 돋보였고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팀웍,
그리고 기계의 톱니바퀴와도 같이 맞물린 조직력의 승리라는 점에서 현대축구의 한 트렌드를 새롭게 정의하고
또 그 부단한 전술적 훈련의 뒷받침이 중요하며 마지막으로 이를 가능케 만든 자국리그의 부흥 따위가 훨씬 더
개인적 재능을 뛰어넘는 성과의 동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거꾸로 이는 대한민국 등 아시아 축구가
세계의 벽을 뛰어넘기에도 훨씬 유리한 환경일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세계 최고의 리그들로 손꼽히는 EPL과 라 리가 등은 여전히 외국선수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이는
자국선수들의 입지를 훨씬 더 좁게 만든 주범이기도 했다. 반면에 자국 선수들이 여전히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압도적인 경기력과 조직력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자국리그 발전과
자국선수들에 대한 보호 차원의 조치/정책들이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훨씬 효과적임을 웅변한다.
- 이는 우리나라의 K-리그 역시 리그의 부흥 못지 않게 유망한 신인들을 키워내고 보호하는 역할에도 관심을 더
쏟아야 함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청소년 월드컵 4강 때도 국대가 실점한 장면들 거개는
상대편의 뛰어난 조직력과 전술 그리고 팀웍에 의한 골장면들이었다. 특히, 멕시코의 그 선제골... 기억한다.)
아쉽게도 금번 월드컵을 통해 더 나은 전술적 실험/시도 따위 등이 성과를 거두진 못한 채, 여전히 4-2-3-1과
4-3-3 그리고 4-4-2 등의 포메이션들만 유효해진 지금의 축구에서 압박을 견디지 못한 개인전술보다는 엄청난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무장한 패싱게임만이 오로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은 개인기의 부분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미스로 말미암아 큰 위기로 자초하곤 하는 국대에게도 큰 숙제로 남는다.
이 대목쯤이라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도 하나 좀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하여 한번 이렇게 만들어봤다. ;
"이영표의 시대는 끝났다"고, 진정한 개인기는 오로지 "전술의 이해와 체력을 수반한 팀웍에의 융화"일 뿐이라고.
- 오로지 "조직력을 통한 득점"이 최선일 뿐이라는 투로 말이지... (실제로도 이 득점 루트가 훨씬 더 경제적이다.)
바야흐로 축구에도 경제적 개념이 정립되는 걸까?... 즐거움을 내준 대신에 승리를 얻는 게 이제 경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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