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잃어버린 노트북, 기억들...

단테, 2010. 2. 28. 11:45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 <낙화> ......

 

 

 


   
   

 

이렇게 결론내는 게 영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

 

2010년 2월 27일 새벽, 온갖 노력을 썼음에도

결론적으로, 결국은 내 노트북을 분실하고 말았다.

(결국에는 술이 원수다. 또 정신을 잃고 말았던) 

 

가격도 만만치 않아 큰 걱정일 테지만, 정작

내 지난 2년반 가량의 자료들을 고스란히 모두 다

잃어버렸다는 게 더 큰 충격이자 타격일 테지,

... 지금조차도,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 이 일.

 

그 자료들,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사라져버린...

- 마치 머릿속마저 텅 빈듯한 이 기분, 영 그래,

   ......

 

기실 그랬다.  

단 한번도 제대로 백업조차 부지런히 못한 게

가장 큰 후회의 대목이어야 할 테며, 또 그래서

앞으로는 과연 잘해낼 것이냐가 더 큰 문제겠지.

 

일기를 꾸준히 인터넷에 써왔다는 게 그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된 게 퍽 다행스런 일일 텐데,

아무래도 그 모든 사진들...  여행들과 가족사 또

시시콜콜한 얘기들조차 몽땅 잃어버렸다는 사실,

가장 뼈아플만큼 안타깝기만 한 대목이구나...

 

잃어버린 기억들, 또 그것들로야 빚어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한숨섞일만한 이 막막함이란...

결국 부질없기만 할 내 인생의 자취, 발자욱,

그 무게들에 대한, 또 한차례의 반성일 뿐인지

...

    

또 한차례의 참담하기만 할 추억인가?......

...... 이제 그만, 좀 접자. 이런 일들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