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노트/경제노트

(우화) 박지성의 비애,

단테, 2009. 9. 15. 18:14

     

작년 여름, 당대 최고의 준결승전을 펼치고도 챔피언스리그 결승 엔트리에 빠졌던 무참하기만 했던 그의 표정.

    

 


 

 

- 요즘, 내가 만든 일화가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박지성의 비애"라는 거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 얘기다. ;

 

 

알다시피 박지성은 축구선수다. 그리고, 원래 포지션은 (아마도) 4-3-3 시스템에서의 꼭지점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였을 게다.

(현재 국대에서의 그가 맡고 있는 메인 포지션 역시 그러하다. 비록 팀내 다른 멤버들의 형편 등에 따른 전력 상승 차원에서의

 이른바 "박지성 시프트"가 있을 뿐인 것이지, 엄연히 그의 포지션은 공미,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보는 게 좀 더 타당한 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팀에서도 그러했겠지만, 그런데 팀내에 이미 어느 정도 qualified된 공미가 있다손치자. 그렇게 해서

박지성은 윙포워드로 자리를 옮겨 플레이를 하게 된다. 물론, 그의 출중한 능력 내지는 불굴의 노력 등으로 생소한 포지션에서도 그는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였을 게다. 그리고, 칭찬도 좀 받았겠지... 잘한다고,

 

그러다가, 또 다른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손치자. 예를 들어, 볼란치 중 한명이 부상을 당했거나 혹은

전술적 변경에 따라 공격수의 추가투입을 감독이 선택하게 된 경우 등이 해당될 게다. 코치가 말했다. "지성, 네가 수비형

미드필더도 함께 맡아서 플레이해라" ... 1인 2역을 맡는다는 건 그만큼 그의 능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단, 통상적으로 팀 형편이

그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1인 2역을 수행하기 위해 헌신적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 물론 그 퍼포먼스는 단일 포지션을 맡았을 때만큼 출중하지는 못했을 게다. 그럼에도 감독과 코치의 독려와 채찍을 등에 업고서

  그는 매우 성실히 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느라 분주하였을 테고, 그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평가"를 받을만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그나마, 그래도 "양반"이다......

 

자,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또 골키퍼마저 퇴장을 당해버렸다. 대체선수도 마땅치 않고, 더구나 미드필드 진영마저 상대방 팀한테

꽤 밀리고 있는 형국인 마당에 말이다. 감독이 드디어 한마디, 내놓는 작전이 그렇다... "지성, 네가 골키퍼 역할도 함께 좀

맡아야 할 것 같다." ... 박지성이 문제제기한다. "그건 팀플레이가 결코 쉽지 않은데요?" 감독이 말한다. "대안이 없다."

그리하여, 박지성은 윙포워드 역할에 수미, 그리고 심지어는 골키퍼까지도 도맡은 채로 "악전고투"의 경기를 펼쳐야만 한다...

  

그러다가 그만, 골까지도 먹었다손 치자. - 아니, 심지어는, 결과적으로 그 경기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손 치자.

모든 화살이 박지성 개인한테만 쏟아지는 경우다. "그게 골키퍼냐, 기본기조차 없더라"라거나, "어떻게 그 좋은 기회를 그리

허무하게 놓쳐버릴 수 있단 말이냐, 과연 공격수로서의 자질은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는 반응 따위 등등...

 

박지성은 변명할 것이다. "프로 선수한테도 일정한 여건은 갖추어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 기본적 여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

하에서라면, 거꾸로 아마추어리즘의 순수함에 대해 위로가 적절한 것이지 프로의 기량을 논할 마당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 이게 설득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경기>에서의 냉정한 현실인 마당이면, 다음 경기부터 박지성은 스스로 "자신의 scope을

  한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주력할 것임이 분명하다. (답은 이미 너무도 뻔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P.S. 더더욱 부당할만한 담화는 또 그렇겠지, "박지성은 킬러의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주전에서 제외한다"는 등등......

       - 이 대목에 '멀티 플레이어' 운운하는 감독은 차라리 코미디에 더 가깝다. 구단에서 <투자>부터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 얘기가 경제수첩에 씌어지는 글이라면, 픽션이 아니란 얘기... 그래서 오히려 웃기지도 않고 심각해지는 거다.)

       

      


   

          

챔스 결승이 끝난 후, 동료들의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우승컵을 건네받던 그의 모습. (테베즈와 에브라의 동료애만이 유일한 감동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