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개인][일상] 대통령이 다시 일깨운 서대문형무소

단테, 2018. 3.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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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통근길에서 날마다 지나치던 이곳. 그저 독립문이 놓인 자리로만 여기며 근 십여년을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이곳에서 오늘 삼일절 기념식이 있었다. 서대문형무소. 유관순 열사가 죽음을 맞이한 곳,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도 옥고를 치르셨다는, 무려 10만명 가까운 독립투사들이 고통 속에 갇혀 있던 이곳. 그 잔인하고도 참혹한 역사의 현장들을 다시 일깨우는 자리에서 올해의 삼일절을 맞는다.

역사는 늘 망각을 전제로 하며, 그 망각 속에서 때때로 불의한 권력들의 거짓 미소로만 일관하기도 한다. 지난 시절의 정권들이 그랬고 또 해방 전후의 그늘진 현대사 또한 그랬다. 하지만 역사가 남긴 눈물은 결코 쉬이 잊어서도 안되고 또 그 어떤 사죄와 용서를 통해서도 함부로 씻겨낼 수 없는 절절함이다. 몇세기에 걸쳐 전범국가들이 그토록 거듭된 사과를 보이는 까닭 역시 그렇다. 그게 어쩌면 인류에 대한 보편적 예의이자 미래를 향한 신뢰의 회복과 화해 즉 용서를 구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로지 어설픈 망각만을 전제로 한 일본의 뻔뻔스럽기 짝이 없을 부도덕한 망언들에 대해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까닭도, 결코 용서하거나 좌시할 수 없는 까닭 또한 그렇다.

오늘 이 나라의 대통령은 정말 큰 말씀을 하셨다. 역사는 거듭된 물음 속에서만 비로소 존재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늘 기억해야 한다는 걸, 또 그 아픈 역사들을 진심으로 바로잡고 그 올곧은 전제 위에서만 약속이 가능한 미래와 그것들을 이루기 위한 오늘의 번영 역시 가능하다는 말씀이었다고 본다. 모두 다 옳은 말씀이다.

삼일절, 아침에 짧게 쓴 시마냥 내 일상 속에서도 이미 역사와 그 일부인 사회는 늘 세세히 관통해오고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역사인식과 현실에 대한 자각 속에서의 무겁기만 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김수영 시인이 노래한 고독한 자유도, 높낮이 없는 평등한 세상도, 나와 남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진실된 행복도, 빛나는 겨레의 번영과 인류의 무궁한 평화도 모두 가능하다는 걸 새삼 기억해두기로 하자.

또 하나, 역사는 늘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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