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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완독 이후에 처음 집어든 책은 사실 숱한 시집들이다.
장석남과 최정례 그리고 이문재와 송경동, 또 오늘 정독도서관에서 빌린 고색창연한 옛 시집이 된 이성복의 데뷔시집까지를 잔뜩 대출해놓고는 미처 한권도 채 읽어내지 못한 와중에 또 eBook을 먼저 꺼냈고 어제부터 읽던 김훈의 산문집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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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는 김훈의 문체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 것 같다.
물론 속도감이 있는 서술과 살짝 유머러스하기도 한 짧은 문장들은 읽는 데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만큼 쉬운 글이었으며 이는 보통 내공으로 쓴 게 아님을 잘 안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추천을 하기도 했어서 작년의 대통령 추천도서인 "명견만리"처럼 워낙 유명해지기도 한 그의 소설 "칼의 노래"는 아직 독파해내지도 못했지만. 또 그 홍보성 멘트들에서 유달리 '전라디언'에 필적할만한 '보리문둥이'의 감수성부터 대뜸 떠올리게 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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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앞의 두편은 그래도 꽤나 인상적이긴 했어.
라면을 맛깔스럽게 적어낸 표제작도 그렇고, 아버지의 죽음과 이력에 관한 회상은 스스로가 현재 처한 형편과도 맞물려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중반부 이후의 다양한 연작들, 특히 '여자' 시리즈는 마치 한 소년과도 같을 단도직입적인 문체도 얼핏 내비치며 어찌 보면 순수함을, 또 다르게는 작가의 고집을 읽히게도 만든다.
때론 이런 것들이 자칫 '꼰대'같기도 하고 또 때론 그 단정적인 말투 때문에 강신주 교수의 강연처럼 제법 불편해지거나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
(다분히 '만연체'격인 혹은 누구의 심사평처럼 그저 '요설' 나부랭이에 불과한지도 모를 내 문체가, 치졸한 나이테가 푸념이나 조소를 뇌까릴 형편도 결코 아님을 잘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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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는 그의 대표작을 본격적으로 읽어내기로 하고,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도 그때서야 가능할 것임도 안다.
그때를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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