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철학][정치] 동물농장 (인류, 국가, 개인)

단테, 2017. 5. 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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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머슴 자리를 놓고 다섯마리의 후보들이 제각기 토론을 벌였다. 예선을 거친 순서대로 원숭이, 사오정 (더 이상 인간계에 머무를 수 없게 된), 삵괭이, 코알라 그리고 북극곰. 다섯마리들의 토론을 지켜본 심정...

우선 첫째, 북극곰. 간밤에 무려 열네마리씩이나 삵괭이네 소굴로 야반도주를 했으니 북극곰의 마음도 참 편치를 못했으리라. 사실 토론의 질적 수준만 놓고 봐도 거의 예선 1위급 가량을 뽐냈는데도 숲속 동물들의 지지는 영 오를 줄 모르더니, 웬걸!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동료들 중 열넷이 겁에 질린 나머지 그만 둥지를 뛰쳐나갔다. 이대로는 곧 멸종될 것만 같은 북극곰의 눈물... <인류애>라면 응당 그한테 표 한장을 건네줘도 무방할만큼. 가엾고도 갸륵했다.

그리고, 사오정. 어허... 인간계를 뛰쳐나온 게 불과 몇년 뿐이라서 그런 걸까? 영 인간의 탈을 쓴 채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만 연신 뽐을 내더라. 남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한 채 그저 제 생각만 주워담느라 스스로 머리가 바쁜 형국, 듣는 이도 영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져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도 않는다. 사오정이 얘기하는 4차원의 세계를 주워담기엔 비록 3차원의 편란한 중생들에 불과하나 거꾸로 그 역시 주변의 동료들이 겪는 느낌에 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기만 한 인상.

세번째가 코알라인데, 또 한편으로는 <자기애> 측면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여겨온 후보이기도 했고, 단지 귀엽고 푸근한 인상이라 해서 자칫 건드렸다간 저번 토론 때의 삵괭이처럼 제대로 뼈도 못추릴 펀치를 지녔어. 오늘도 또 한차례 삵괭이와의 대혈투를 볼까 싶었는데, 어라? 코알라의 창끝이 느닷없게 원숭이한테로 향한다. 짐짓 놀란 원숭이의 표정, 쳐다보는 내내 좀 시끄러울 법도 한 얘기들.

그리고, 삵괭이. 온천하의 지탄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특유의 포퓰리즘을 가하면서 가볍게 지지율 20%대까지 차올라버린 추세는 놀라움을 넘어선 극도의 공포이자 절망감 뿐. 이 숲 나무 하나하나에도 생명이 있거늘 숲안에 확 불을 싸지를 태세인 그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뿐. 도무지 반성은커녕 내가 잘못한 게 도대체 뭐냔 식의 저 몸짓들은 진정 정의심을 활활 불태우는 이 숲속의 '주적'답다.

끝으로 원숭이는 이미 대세를 장악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연신 재주만 넘는데, 저 재주는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숲을 위한 것인가도 불분명해 오히려 그 재주가 눈에 거슬릴 뿐이니... 진짜로 저 원숭이가 우리편 맞니? 하면서 묻는 엄마한테 제대로 답하기도 궁색해지는... 그래도 여기가 국가라는데, 일말의 <조국애>라도 있다면 지난해 겨울의 산불타령들이 제각기 한 목소리로 외친 "숲다운 숲"이라도 만들 생각이면 또 부득불 '압도적 지지'를 보내줘야 하는 건 맞는데... 영 답답하다.

요악을 하자면, 자기애의 코알라냐 또는 조국애를 갖는 원숭이냐 또 아니라면 아예 북극곰인데... 이번 투표가 비단 숲속 대표가 아닌 저멀리 유엔 사무총장쯤도 되는 게 아닌 데다, 그렇다고 조국애를 밀자 하니 후보의 정체성 또한 여전히 문제다. 결국 자기애만 믿고 코알라를 뽑으려 하니 대뜸 마음에 걸린 구석들도 많아, 같이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는 편은 또 어떨까도 싶은데...

- 어쨌든간에, 어젯밤에 북극곰을 끌어안겠다며 누가 나섰더라면 당장에라도 대뜸 지지했을 법도 한 날. 북극곰이 계속 눈에 밟히네...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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