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구, "사평역에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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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텅 빈 도서관에서 시집을 읽는다. 두고두고 미뤄온 낡은 시집 하나를 꺼냈고, 곽재구다. 주마간산처럼 읽는 시편들은 향토적 언어들과 침잠한 울울함이 쓸쓸하게만 느껴졌는데... 딱히 대표작에 버금갈만한 시편을 고르기가 영 마뜩찮기도 하고, 두어편 더 골라본 작품들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역시 <대표작>. '사평역에서'다.
슬픔과 의지가 또 다시 삶과 죽음을 위한 합중주를 이룰 때, 예술이 철학으로 승화하는 찰나의 순간. 그래서 시는 비로소 언어가 빚어낼 수 있는 형상화의 극치를 이룬다. 그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 시인의 등단작이자 인생작. 이 단 한편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모든 것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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