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글] 그해 시월, 마지막 날

단테, 2016. 10. 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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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나 이른 한파가 닥친 주말

느닷없이 습격처럼 귀국한 그녀는

연신 울먹대며 "죽을 죄를 지었다"

"용서해달라"며 검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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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세상의 모든 뉴스들은 온통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게 아냐"

"그 PC는 내 PC가 아냐" 하면서

무책임만을 강조한다, 늘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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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해방 이후로도 그래왔고

전란 이후에도 똑같았어. 아니,

4월 혁명을 쿠테타로 짓밟았고

서울의 봄은 광주의 피로 적셨고

또 이제는 교과서마저 고쳐 썼지.

"부끄러운 게 아냐" 연신 우겨대며

그들만의 세상은 그토록 찬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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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누군가 나서서 이 말 한마디면 족할

인면수심과도 같을 세월이 흐르고

이제 아이들 얼굴을 어찌 쳐다볼까,

노년의 부모님 얼굴에 근심이 차고

찬바람을 맞는 광장엔 분노가 일고

또 몇년전에도 그 한명을 잃었는데

또 얼마나 더 제 목숨을 잃어가야

비로소 그들한테 책임이란 게 생길까.

영영 그러지 못할 거란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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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든다.

몰지각함을 탓하며 불의에 침묵하며

저들만의 부끄러운 영광을 허락했고

아침 밥상, 한번을 함께 못한 일상은

여태 무얼 하며 살았던 걸까... 하며,

나라도 자존심도 모두 팔아먹은 채

여전히 건재한 <권력> 앞에 조아리며

오늘 또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난

나는 과연 이 시대를 무엇으로 사나,

...

부끄럽고

부끄러울 뿐인 시대의 주인공, 주범이

바로 나야. 나라구...

...

그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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