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여나 이른 한파가 닥친 주말
느닷없이 습격처럼 귀국한 그녀는
연신 울먹대며 "죽을 죄를 지었다"
"용서해달라"며 검찰로 향했다.
...
때마침 세상의 모든 뉴스들은 온통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게 아냐"
"그 PC는 내 PC가 아냐" 하면서
무책임만을 강조한다, 늘 그랬어.
...
그들은 해방 이후로도 그래왔고
전란 이후에도 똑같았어. 아니,
4월 혁명을 쿠테타로 짓밟았고
서울의 봄은 광주의 피로 적셨고
또 이제는 교과서마저 고쳐 썼지.
"부끄러운 게 아냐" 연신 우겨대며
그들만의 세상은 그토록 찬란했어.
...
부끄럽다.
누군가 나서서 이 말 한마디면 족할
인면수심과도 같을 세월이 흐르고
이제 아이들 얼굴을 어찌 쳐다볼까,
노년의 부모님 얼굴에 근심이 차고
찬바람을 맞는 광장엔 분노가 일고
또 몇년전에도 그 한명을 잃었는데
또 얼마나 더 제 목숨을 잃어가야
비로소 그들한테 책임이란 게 생길까.
영영 그러지 못할 거란 걸 알아.
...
펜을 든다.
몰지각함을 탓하며 불의에 침묵하며
저들만의 부끄러운 영광을 허락했고
아침 밥상, 한번을 함께 못한 일상은
여태 무얼 하며 살았던 걸까... 하며,
나라도 자존심도 모두 팔아먹은 채
여전히 건재한 <권력> 앞에 조아리며
오늘 또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난
나는 과연 이 시대를 무엇으로 사나,
...
부끄럽고
부끄러울 뿐인 시대의 주인공, 주범이
바로 나야. 나라구...
...
그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날,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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