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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일 (월)

단테, 2016. 8. 1. 15:56

글 / 창립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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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문화] 일하는 방식 바꾸려면 경영방식부터 바꿔라

 박준성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
 2014.12.30

      1993년 6월 14일 발간된 비즈니스위크는 일하는 방식에 관한 특집기사(Technology Payoff: A Sweeping Reorganization of Work Itself Is Booming Productivity)를 실었다.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이 컴퓨터,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함으로써 산업생산성을 현저히 제고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산업 전반으로 일어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MIT 마이클 해머 교수가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그는 199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논문(Reengineering: Don't Automate, Obliterate)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려면 현행 업무의 자동화를 추구하지 말고, 업무방식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3년까지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60%가 BPR에 착수했다.


      마이클 해머와 스티븐 스탠턴은 199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How Process Enterprises Really Work)에서 표준 프로세스 기반으로 경영하는 기업, 즉 ‘프로세스 기업’이 BPR을 넘어서서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을 추구함으로써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확산되기 시작한 BPM 경영방식은 부서 단위의 BPR을 넘어서서 전사 차원의 종단간 프로세스(End-to-End Process)를 최적화했다. 또한 정보기술을 활용해 프로세스 성과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이나 새로운 혁신의 기회가 식별될 경우 거의 실시간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해 실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1990년대 산업시대에서 정보시대로 접어든 이후 일어난 경영방식의 변화는 BPR, BPM뿐 아니라 가치사슬 분석 기반의 경영전략 수립, BSC(Balanced Score Card)를 이용한 기업성과 지표정의 및 측정, ABC/ABM(Activity-Based Costing/Activity-Based Management)을 통한 관리회계 및 기업성과 분석, 전사 아키텍처(EA)의 관리를 통한 경영전략과 정보시스템의 정렬(Business-IT Alignment), 인재관리로 인사관리 방식의 전환,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로 정보시스템 전략의 전환 등 상호 밀접히 연계된 일련의 변혁을 포함하고 있다.

       

      현장 직원 중심 프로세스 혁신 필요
      이러한 경영방식의 변화가 가져 온 임직원의 새로운 업무 시스템은 상명하달식 관료주의 관리에서 현업으로의 자율적 의사결정 권한 이양, 현장 직원 중심의 끊임없는 자발적 업무 프로세스 혁신, 실시간 수평적 의사소통, 지식 교류 및 협업, 교육 훈련 및 비공식 지식 전달체계 강화를 통한 학습조직화, 기업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경력 로드맵 기반의 인재양성 등이다.


      한국이 향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대표적 업종인 IT서비스 산업에서, 글로벌 일류기업과 국내 기업이 일하는 방식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고찰해본다.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인 액센츄어는 2013년 세계 50여 개 국에 27만 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9억 달러의 임직원 교육비용을 투자해 IT컨설팅, IT시스템 구축, IT아웃소싱 등 전문 서비스의 차별화된 역량을 견지하고, 이의 판매를 통해 30조 원의 매출과 15%의 이익을 시현했다. 한국 내 최대 IT서비스 기업은 2013년 1만 4000명의 임직원을 보유, 7조 원 매출과 7% 이익을 시현했으나, 매출의 과반이 그룹 내부 매출이고 그룹 외부 매출의 대부분은 국내 매출이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은 낮은 국제 경쟁력으로 인해 내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업 성장 추이를 보면, 위에 언급한 국내기업은 1만 1000명에서 1만 4000명, 액센츄어는 18만 명에서 27만 명, 인도 인포시스는 10만 명에서 16만 명, 중국 뉴소프트(Neusoft)는 1만 5000명에서 2만 3000명으로 성장했다. 인포시스나 뉴소프트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수출이다.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향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수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래 제시하는 여러 방안은 비단 IT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지식집약형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기술집약형 제조업 내 엔지니어링 부문, MTO(Make-To-Order) 타입 제조업 내 서비스 부문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경영목표 수정 =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상당수가 이익보다는 수주와 매출 확대에 치중해 준비된 전문인재의 규모로 감당할 수 없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전문성이 낮은 외부 하청업체 인력을 동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저생산성, 저품질, 납기초과, 원가초과, 사업 손실을 겪어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200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The Surprising Economics of a People Business)에서 IT서비스 사업을 ‘사람사업(People Business)’이라는 산업범주로 분류했다. 사람사업은 사업의 총원가 중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 사업을 의미한다. 예컨대 중공업에서 제품을 고객 별로 조립· 설치 및 운영해주는 사업부문, 플랜트엔지니어링서비스사업, 광고대행업 등도 사람사업에 속한다.

       

      BCG는 지난 2005년 출간한 책(Rules of the Game for People Business)에서 사람사업의 사업성공지표는 종업원 생산성 및 한계이익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선진 IT서비스 기업들은 전문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외주인력의 활용을 기피하고, 고용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추구한다. 또 임직원 교육을 통한 내부 역량 및 생산성 제고를 통해 한계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경영 프로세스 표준화 = 국내 IT서비스 기업 가운데는 표준 프로세스 자체가 없거나 일부는 명문화 해놨지만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는 곳이 있다. 프로세스에 따라 일할 수 없는 이유는 프로세스 정의가 피상적이고, 프로세스에 정의된 업무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도구가 표준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먼저 세워놓고 전 임직원에게 직무·역할별로 프로세스, 방법, 도구, 기술, 지식을 사전에 철저히 교육해야만 프로세스가 현장에서 실행된다. 종업원 생산성을 높이려면 종업원 각자의 직무·역할에 필요한 차별적 역량을 교육시켜야 하고, 교육내용은 회사의 표준 프로세스, 방법론, 도구와 이의 효과적 적용을 위한 실전기술과 기본지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IT서비스 기업인 캡제미니를 예로 들면, 2000년 RUP(Rational Unified Process)라는 SW 개발 프로세스를 전사 표준으로 채택하고, SW 개발자, 비즈니스 분석가, 아키텍트 등 직무·역할·직급별로 표준방법론·도구·기술·지식의 학습지도(Learning Map)를 정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캡제미니는 임직원 개개인의 연도별 필수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이수를 사내 자격인증의 필수요건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액센츄어는 2007년 MIT와 공동으로 ‘ASDA(Accenture Solutions Delivery Academy)’라는 교육 및 자격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해 개발자, 테스터, 애플리케이션 설계자 등을 양성해 왔다. 회사는 2010년까지 직원들에게 400만 시간의 ASDA교육을 실시했으며, 3000명의 직원이 사내 자격인증을 취득했다.

       

      ●인사관리 혁신 = 맥킨지는 2001년 출간한 책(The War for Talent)을 통해 정보시대 지식집약형 산업에서의 인사관리 방식은 종래 산업시대 제조업의 인사관리 방식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재관리로 불리는 새로운 방식은 임직원의 역량을 기업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역량의 상세분석 및 정의, 임직원 개개인의 필요역량 대비 보유역량 평가, 전사 및 개인 차원의 역량개발 계획 수립 등 역량 위주의 인력 계획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채용, 배치, 훈련, 성과평가, 보상 등을 실시한다.


      역량 기반의 성과 평가와 성과 기반의 보상이 중요시된다. 지난 2013년 구글은 영업 관리자의 연봉이 6만 달러였지만, 신입 SW 개발자의 연봉은 10만 달러였다. 구글에서는 핵심 역량 기반의 보상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최근 SW 개발 방식의 첨단 추세인 애자일(Agile) 개발방식을 쓰고 있다. 소수의 SW 개발자가 팀을 이뤄 매일 아침 회의를 하면서 팀원 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프로젝트 계획 및 변경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서너 명의 제품개발팀이 애자일 개발방식을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한 후, 1주일 간격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가고 있다.


      어느 SW 기업이나 이러한 소수 인재 중심의 초고속 개발·출시를 부러워하겠지만, 애자일 개발방식이 효과를 발현하려면, 모든 개발자가 요구분석, 아키텍처, 코딩, 테스팅, 빌드, 프로젝트 관리 등 SW 개발 관련 전 영역의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 요컨대 첨단 근무 방식의 저변에는 선진 인재관리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 기반 서비스로 전환 = IT서비스 산업은 ETO (Engineer-To-Order) 타입 산업으로서 고객의 경영·정보시스템 혁신을 위한 IT솔루션을 선제안하고, 서비스 계약을 맺은 후에 IT솔루션을 분석, 설계, 구현한다. 최적 솔루션을 최소 비용으로, 최단기간 내에 제안 및 구현하기 위해서는 참조 내지 재사용할 수 있는 지적자산의 축적이 필수다.


      IT서비스 기업의 지적자산은 사용사례 참조모델, 솔루션 참조 아키텍처, 프로젝트 실적 데이터베이스, SOA 공통 서비스,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등 다양하다. 모든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은 이러한 지적자산의 축적 및 재사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액센츄어는 정보시스템의 구조가 컴포넌트 기반 아키텍처에서 SOA로 진화하기 시작하자 2006년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SOA 애플리케이션의 구축에 적용할 방법, 도구 및 업종별 참조 아키텍처를 준비했다. 이를 활용해 생명보험, 손해보험, 은행, 소비재, 운송, 의료 등 업종별로 SOA 구조의 SW 서비스,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등 재사용 자산을 구축했다.

       

      200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에 대비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팩토리’라는 이름의 자산 패키지가 등장했다. 고객의 클라우드 도입을 돕기 위한 컨설팅, 구현, 통합, 운영에 적용할 프로세스, 방법, 도구, 훈련과정 등을 확보한 것이다. IT서비스 기업이 서비스 제안 및 이행에서 재사용할 지적자산을 축적할 수 있으려면 선행요건을 갖춰야 한다. 서비스 이행의 표준 프로세스·방법·도구가 확립되고, 이를 전 임직원에게 직무·역할 별로 철저히 교육해 현장에서 매일 활용·개선되는 단계에 이르러야 전사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자산이 창출·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 체제의 개편 = 제품을 연구·개발한 후 반복생산을 통해 대량 판매하는 제조업이나 SW제품사업과 고객별로 특화된 무형의 서비스를 고객 현장에서 제공하는 IT서비스 사업의 연구개발(R&D) 패턴은 다르다.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SW제품업체는 R&D 랩(Lab)에서 제품별 연구개발팀이 신제품 개발 및 지속적 업그레이드 개발을 수행하고, 영업부서에서 광고, 마케팅, 판매를 수행한다. 액센츄어 같은 IT서비스 업체는 R&D의 목표가 제품개발이 아니고 서비스 혁신이다.


      서비스 R&D는 제조업 R&D와 목적과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때문에 지난 10년 간 서비스 R&D의 체계화를 위해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엔지니어링과 같은 새로운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IT서비스의 R&D는 서비스 가치, 품질 및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서비스 이행 프로세스, 서비스 활동별 방법·도구, 적용기술·지식의 혁신을 추구한다.

       

      R&D 활동은 별도의 연구개발 직무가 별도의 랩에서 수행하기보다 프로젝트 현장에서 고객별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창출되는 솔루션과 산출물을 수확해 일반화하고 자산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클라우드, 모바일, 빅데이터 등과 같은 정보기술의 패러다임 변화가 올 때 별도의 팀을 한시적으로 구성해 신기술을 집중 훈련한 후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프로세스·방법·도구·교육과정을 선개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체계가 성숙, 다양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재사용 지적자산이 축적되는 것은 현장 산출물을 수확, 자산화하고 후행 프로젝트에서 재사용하는 사이클(Harvest-Assetize-Leverage Cycle)의 반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요컨대 IT서비스 사업에서는 전 임직원이 연구 개발자여야 한다. 임직원이 고객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두 가지 사명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첫째,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 기업의 경영성과를 현격히 제고시켜줘야 한다. 둘째, 고객 성공을 위해 창출한 혁신적 가치의 솔루션을 여타 유사 고객에게 재적용할 수 있도록 자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 전반적인 경영방식의 변화 없이는 이뤄질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저변에는 특수훈련을 받은 기술전문가(SW 개발자, IT서비스 전문가, 제조 엔지니어, 중장비 시공 엔지니어, 건축설계사 등)들이 기업 내부와 고객에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2014년 미국 US뉴스(U.S.News)에서 실시한 100대 직업 여론조사에서 SW 개발자와 정보시스템 분석가가 의사와 변호사 등의 직업군을 제치고 1~2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직원 개개인의 경영, 공학, 기술 역량의 선진화와 조직, 사회 문화의 변화는 단시간에 오지 않는다. 참을성을 갖고 꾸준히 경영과 일하는 방식의 기본체제를 변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기사는 TECH M 제20호(2014년12월) 기사입니다>

      http://www.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424 


            

                                                 

                                   


      - 편집하는 말,   

         

      이른바 '일하는 방식 혁신' 운동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지도 벌써 몇년째가 흘렀고... 

      그동안 진정한 '일하는 방식 혁신' 운동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구나. 

      그만큼 기업문화는 순식간에 또는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이미 잘 알고, 

      또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든 바꿔내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전언도 무겁고. 

           

      회사 창립기념일, 모처럼 연휴를 맞는 내 컴퓨터가 더딘 감.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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