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88" (tvN,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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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과 한주만을 남겨놓은 장안의 화제작 "응답하라 1988"이 덕선의 남편 역할을 찾느라 꽤나 분주해진 모습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의 삐삐 연락과 뜻밖의 약속 취소에 혼자 이승환 콘서트 티켓을 들고 무작정 나선 덕선의 모습도 그랬지만,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온 택의 모습 역시 어제 꿈결에서 키스를 하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진다. 가장 압권은 한발 늦은 정환의 시선이었으며, 오늘 사천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술자리에서 비로소 긴 고백을 후회없이 해낸다. (장난으로 넘기면서!)
정환이 읊던 대사들은 때때로 시적이며 또 때로는 가장 통속적인 아포리즘을 구성한다. 타이밍, 또 노력과 우연 사이, 인연이라는 상투적 관계에 관한 정의 등은 공감을 이끌기보다는 추억을 호출해 이내 현재화하며 그것들을 곱씹게 만든다. 누구든 예전의 그 아름다운 청춘 시절을 어찌 가슴 한번 뛰지 않고서 살아낼 수 있었을까. 망설임은 또 왜 없었겠는가. 후회 많을 시행착오들과 가슴 저린 절망의 느낌 그리고 이별의 아픔들 역시 이미 추억이 된 현재이며 곧 일종의 정체성을 갖는다.
기억은 고로, 현재다. 기억 속에서 살아숨쉬는 일들이 곧 현재의 일들이며 그 시행착오 덕분에 또는 그 추억들의 힘으로 현재를 버텨내며 견뎌낼 많은 일들과 많은 날들이 존재한다.
비단 남녀관계에서만 사랑이 존재했으랴. 사회도 이웃도 또 무언가에 대한 의지와 노력들도 모두 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이웃에 대한 사랑도, 또 공부와 인생에 얽힌 또는 친구들과의 관계나 주변의 사사로운 인연과의 소중함 그리고 시대와 역사에 대한 감격스러운 책임감이라거나 광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느끼던 희망들의 외침 역시 하나 하나가 곧 사랑이리라.
그 기억들을 모두 단지 추억만으로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도 절절하고 또 현재화된 대상들이므로, 이들을 일컬어 추억이 아닌 기억이라고 굳이 또 다른 화법을 건넨다. 그 기억들이 곧 현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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