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9월 22일 (화)

단테, 2015. 9. 22. 00:19

글 / '공동체'의 실천은 나로부터  


- 오늘의 편지,   

    

-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 : 공동체주의 사회학자, Amitai Etzioni와의 만남" ... 

    


[한기호의 다독다독] 고장난 저울, 대한민국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hell·지옥)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예,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 희망, 꿈 포기한 7포세대의 자본주의 정글에서 살아남기>(공진규·유토피아)라는 자기계발서가 등장할 정도로 요즘 젊은이들은 미래의 꿈을 하나둘 접어야만 했습니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자살률, 청년자살률, 노인자살률, 노인빈곤율이 1위인 나라에서 극단적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멘붕’(2012년)에 이어 ‘헬조선’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인문학자인 김경집은 <고장난 저울>(더숲)에서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결정적 열쇠”인 수평사회의 저울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합니다. “여기 저울이 있다. 저울은 무게를 재고 값을 정한다. 저울은 판단과 측정의 기준이고 객관성과 보편성의 잣대가 된다. 저울은 수평을 유지했을 때 제 기능과 역할을 완수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의 저울은 기울어져 있고 추는 저울을 쥐고 있는 사람 마음대로 정한다. 그런 저울은 현재를 망칠 뿐 아니라 미래까지 깡그리 망쳐버린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많은 욕망을 갖게 마련입니다. “본능적 욕망뿐만 아니라 의지적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특권이고 특징인 의지적 욕망은 대개 권력, 재력, 명예 등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을 획득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해도 그런 욕망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 “절망, 분노, 체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80 대 20’의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많았지만 “신분의 상승과 순환은 거의 구조적으로 막혀 있고 부자가 될 가능성은커녕 부의 재분배조차 왜곡된 상태에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십상”인 ‘99 대 1’의 사회에서는 절망과 좌절만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성욕과 식욕 같은 본능적 욕망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비정규직 일자리에 겨우 진입한 젊은이들에게는 “사랑마저 사치인 시대”입니다. 그러니 식욕만이 유일하게 남아 텔레비전에서는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는 먹는 프로그램이 난무합니다. “먹는 것조차 연명을 위해 쑤셔 넣는 수준의 식사”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방송에서 ‘존재감’을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일 따름입니다.

저울이 작동하지 못하니 “거짓이 참을 능멸하고 탐욕이 정직한 노동을 우롱하며 불의가 정의를 조롱”하는 일이 넘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누가 이 고장난 저울을 고칠 수 있을까요? 마침 201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저울을 고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김경집은 우리 사회를 수평사회로 되돌리기 위한 현실적이며 심각하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경제, 교육, 세대 등 세 가지 긴급의제를 제시합니다.

흔히들 ‘보수’가 경제는 잘 알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보수정권은 ‘4대강’ 같은 시대착오적인 토목공사를 경제를 살린다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경제를 망쳤고 미래는 파괴됐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탐욕의 경제는 정치의 타락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김경집은 우리 사회를 ‘자유로운 개인’이 연대하는 팀제와 같이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더 나은 경제를 만들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보다 창조적으로 선도하는 삶과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요소”이며 “그게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바탕”이니까요.

“소수의 우등생, 그것도 부모의 신분과 재력, 지역의 선별성에 따른 우등생만 양성하는 교육은 오히려 계급을 상속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바람에 “창의력과 상상력이라는 중요한 미래 가치는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아이는 죽이고 부모의 욕망만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형성하고 자신을 설계하도록 하며, 자유로운 개인들 간의 연대의식을 정립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수평사회의 가치와 체제를 체감하고 훈련해야 한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신장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태도를 학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노인세대는 기득권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굳어졌습니다. 김경집은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는 ‘세시봉’ 세대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억압과 통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저항과 풍요, 그리고 창조의 혜택을 누린 이 세대, 최초로 수평사회의 기초적 교육을 받았고 불의와 맞서 목숨 걸고 싸운 경험이 있는 이 실버세대가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법치를 조롱하고 모든 이익을 독점하며 사회를 병들게 하는 특권층의 탈법 행위와 더불어 망국적 지역감정을 깨뜨려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경집은 모든 세대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과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서 삶을 재설계하고 리빌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그 사안에 대한 책을 “5권쯤 읽으면 윤곽이 보이고 이해도 따르며 10권쯤 읽으면 그 분야 전문가의 어깨쯤으로 수준이 높아지니” 서둘러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으며 자기교육과 미래 설계의 그림부터 그려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culture/newsview?newsid=20150921205340354  

       

                              

 

                   


- 편집하는 말,   

      

어제 본 한 EBS 동영상에서 강사가 말한다. "당장 내 아이부터 그 살인적 경쟁에서 제외시키라"는 말... 큰 울림을 갖는다, 하지만 동영상이 끝난 직후 대뜸 내 머릿속에 그럴만한 용기가 생길까? 이 현실적 고민이 사실 더 큰 건 사실. 서로가 서로한테 칼끝을 겨누며 사는 사회는 "공동체"라는 말, 가당치도 않지만... 이 사회가 얼마나 더 '지속가능한' 모델일까? 회의적이기만 하구나... 

  

물론 '솔선수범'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로부터의 <실천>은 언제나 유효한 지침. 

반성은 늘 스스로가 먼저 독백처럼 실천하는 일이며 '우리'는 그 다음 순서이어야 맞겠지... 

 

그런 생각들을 해보는 밤, 또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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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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