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블리비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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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여러번째 보고도 또 포스팅을 하게 된 건 전적으로 주말에 본 케이블 TV의 영향이다, 탐 크루즈가 주연한 SF 영화들이 몇 안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갖는 헐리웃 특유의 호쾌함을 대신하는 이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가끔씩 유럽영화들이 갖는 아우라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는 아닐까도 싶은데... 아무튼 그가 감독이나 제작이 아닌 주연 역할임을 감안하면 또 이 섣부른 주장도 꽤 쓸데없는 소리이긴 하겠다.
궤멸시킨 인류를 대신해 에너지를 빨아먹고 사는 절대권력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며 투쟁하는 인류의 모습은 가히 비장하기만 하고, 그들의 '살신성인'이 결국 지켜내고자 했던 미래는 어쩌면 휴머니티? 혹은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라고 표현될 이 영화에서 정작 더 중요할 우정과 사랑과 풍요로움 따위는 잊혀지게 된다.
다소 철학적 물음이 될, 주인공의 값진 희생을 통해 얻은 인류의 삶에서 다시 3년후에야 조우하는 그의 또 다른 복제물인 52호 (참고로 주인공은 49호) 앞에 선 줄리아의 심경은 또 어땠을까. 영혼을 통한 영생에의 희구? 이 영화가 혹 그런 몰상식한 이류 논리를 강하게 어필하고자 했다면 이는 작품성 전반에 대한 우호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쉽게 동의를 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괜히 봤나 싶기도 할...
어쨌든간에 '기억'이라는 건 언제든지 마음먹기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현재화'할 수 있다는 힘과 믿음을 보여준다는 데 기꺼이 한표를 주고 싶다. 그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간에 특정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보장해주는 것과는 전혀 별개로 특정한 한 세대 또 인류의 '시대정신'을 나타내줄 수 있다면 고맙겠지만, 이 부분은 무수한 왜곡과 남용으로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큰 기대는 않더라도, 적어도 개인과 개인이 빚는 그 어떤 '관계'와 '연분'에 관한 문제에선 충분히 통할만한 법칙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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