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8월 5일 (수)

단테, 2015. 8. 5. 13:19

글 / '미생'의 삶... 언제쯤 "은퇴"를 선언하게 될까?     


- 오늘의 편지, 

    

         

     

[문화비평] '장그래'들과 청년취업 난제

     

이른바 ‘성과사회’가 강한 압박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층 절대다수는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취업의 난과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불안의 주체들이다. 교육자로서 필자는 취업을 앞두고 ‘자기 관리’와 ‘성장’의 무한 압박 속에 자격증을 따고, 영어 점수를 올리며 스펙을 쌓고, 인턴과 봉사활동으로 경험과 안목을 넓히며, ‘자소설’로 통칭되기도 하는 자기소개서를 무수하게 변주하는 청년주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들 중 대다수는 과거의 대학생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배가된 노력을 스펙쌓기와 취업준비 과정에 투사하지만, 여전히 험난한 구직의 두드림 속에서 다음 단계로의 순조로운 이행보다는 낙담과 실망, 내몰림을 경험하게 된다.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만나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온갖 노력을 경주하는데도 왜 이리 구직이 어렵냐고 고개를 떨군다. 혹자는 필자와 같은 고도성장 시기 구직의 어려움을 크게 겪은 바 없는 기성세대에게 당신들은 이른바 “꿀 빤” 세대가 아니냐며, 자신들이 접하는 현 상황의 엄혹함과 유의미한 수준의 제도적인 해결책이 부재하며 문제의식도 없는 사회상에 불안감과 울분을 토로한다.

온라인과 SNS상에서도 청년층이 대면하는 극심한 구직의 어려움과 더불어 점화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 청년주체들이 발현하는 깊은 체념의 단면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대중문화는 이들이 대면하는 팽배한 사회경제적인 불안감과 낙담을 부분적으로 포착하고 재현한다. 주지하다시피 큰 화제와 반향을 견인했던 드라마 <미생>은 장그래라는, 대학도 나오지 못한 그리고 프로 바둑기사가 되겠다는 꿈이 좌절된 한 청년주체가 종합상사에 인턴 사원으로 우여곡절 끝에 입사해서 겪는 생존과 차별을 둘러싼 단면과 애환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바 있다.

이 텍스트는 웹툰이라는 다수의 청년층이 주목하는 콘텐츠에 기반을 두면서 바둑(판)의 은유를 통해서,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의 직장에서의 고단한 여정과 위태로운 삶을 완성도 높게 풀어냈다.

드라마 <미생>은 장그래의 ‘인정’받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길 찾기를, 주로 과업으로서의 업무와 인간관계 등의 제반 요소들 속에서 그가 체득하게 되는 깨달음이나 이러한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적지 않은 현실 환기효과와 정서적인 공명을 생성해냈다. 대학을 졸업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미래의 희망이라고 혹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수사적으로 호명되는 청년세대원들은 장그래의 분투하는 모습에서 자전적인 동일시와 감정적인 편린을 혹은 자신의 미래상 일부를 느끼게 된다.

이들 중 혹자는 그래도 장그래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임에도 인맥이 있기에 낙하산으로 일할 기회를 거머쥐게 되었으며, 종국에는 본인의 용기와 ‘비범한 역량’으로 자신의 갈 길을 찾아내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거나 회의할지도 모른다.

청년층이 맞닥뜨리는 취업의 어려움과 실업에서 유발되는 심각한 집합적인 경고음과 위기감이 축적되는 사이, 언론은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모색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응당 추구할 사안이지만, 발표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반 새로울 것이 없으며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경시되어 있다고밖에 말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말해 구직의 주체인 청년층이 정규직이 아닌 인턴으로 입사할 때 그 귀결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이 대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핵심이라 할, 경제부총리가 현재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는 반면에 비정규직은 덜 보호되기에, 기업이 이러한 이유와 부담으로 정규직을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는 요지의 문제적이며 편향적인 발언을 한 기억이 포개지기도 한다.

차제에 주요 정책입안자와 정치인들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권한다. <미생>을 성찰적으로 다시 찾아보고, 청년 구직자들이 쓴 다양한 자전적인 기록과 비평문이라도 정독하면서 해법의 실마리를 추구해보라고. 또한 보여주기식 간담회에 들러리 정도로 나오는 소수의 청년주체들 말고, 실제로 구직의 신산함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체험과 고심된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경청해보라고.

아울러 언론인들에게는 짧고 평면적인 혹은 기계적 균형에 의지만 하는 뉴스 전달이 아닌 긴 호흡의 탐사보도와 현장취재 등을 매개로, 청년고용할당제의 현황이나 임금피크제의 허와 실을 보다 세밀하게 짚어달라는 부탁을 간곡하게 드린다. ‘의자놀이’라는 원하지 않는 게임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낙담하는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인, 이들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이기형 |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50804214420878 

                                                                                                          

                   

                   


- 편집하는 말,   

      

짧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한 회사는 여전한 풍경 속... 알 수 없는 미래와 더 암흑과도 같을 내 미래, 이 '미생'의 삶을 어떻게 더 지탱하느냐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사실은 관건이겠지. 문득 시나위의 "은퇴선언"을 떠올렸어... 왠지 모를 그, 억울한 감정 내지 회한과도 같을 감정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차례.

    

무덥던 공기, 한차례 소나기, 다시 또 땡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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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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