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망>은 발견하는 것이 아닌, <발현>하는 것이다."
- 오늘의 편지,
[CIO 위상 집중점검 ②] CIO 기고 | CIO 새로운 역할
“CIO의 지향점은 팔방미인”
김대일 메트라이프생명 상무 dkim27@metlife.co.kr
2003년 니콜라스 카 교수가 발표한 논문 는 당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그 이유는 IT가 한창 화두가 되고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IT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많은 IT 전문가들은 니콜라스 카 교수의 의견에 반대하였고, 그에 따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는 니콜라스 카의 논문인 와 이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인 를 함께 실었다.
그 후 수년이 지난 지금 CIO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냥 허투루 듣고 대수롭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왜냐면 2012년 현재 CIO의 역할은 IT뿐만 아닌 팔방미인, 즉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CIO의 비중이나 역할이 줄어든다는 말은 결국 ‘Chief’ 개념의 약화를 뜻한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에서는 IT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소위 ‘Direct Report’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IT가 독립된 역할(function)에서 현업사업부와 융합된 역할로 조직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외 금융사에서 오직 IT만 담당하는 임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 CIO는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에서 최고투자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를 지칭하는 용어로 바뀌고 있다.
1986년 코오롱에서 IT 프로젝트 매니저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89년 메트라이프생명(당시 코오롱-메트생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창립 멤버가 됐다. 11년 동안 근무한 후 한국HP에서 금융 산업 수석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한국유니시스에서는 글로벌 서비스 총괄 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금융 고객사 IT 컨설팅 및 SI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이후에는 BNP 파리바(PARIBAS) 카디프생명에서는 CIO 및 CSO로 재직했다.
지난 2011년 4월 다시 메트라이프생명으로 돌아와 최고운영책임자(CAO, Chief Administration Officer, IT & operation 총괄)를 맡고 있다. 그러나 CAO는 조만간 본사의 조직 개편에 따라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 CTOO(Chief Technology & Operations Officer)라는 명칭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는 IT와 운영 분야를 아우르는 확대된 개념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내 CIO & IT 미래 방향
과거에는 IT의 힘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거꾸로 바뀌고 있다. 현업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고 IT는 지원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역할(function)을 하는 우산 아래 IT가 있으면 통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투자 등이 원활해지고 비즈니스 협력도 용이해진다. 이와 같은 조직 구성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이 같은 추세가 일반화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CEO가 IT라는 전문 분야의 수장인 CIO의 조언을 따라야만 했다. IT라는 블랙박스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IT가 일반화된 현재 기업의 상황에선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점차 그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IT와 CIO가 설 자리는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우선 먼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IT 전략을 조정(align)해야 한다. 또한 IT 투자에 대한 투자수익률(ROI)의 재점검(Look Back)을 강화해야 한다.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ROI 도구(Tool)를 제시해야 최고경영진의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막연히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또는 남들이 구축하기 때문에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지갑을 열 CEO는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CIO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각 LOB(Line of Business)의 전략을 이해하고 회사가 파는 상품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비즈니스 후원자(Supporter)에서 비즈니스 리더(Leader)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IT는 Technology가 아닙니다. Business입니다!’라고 발상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i시리즈로 전 세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애플을 더 이상 IT 회사로 볼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iOS, i시리즈 단말기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항상 켜져 있는 것, 즉 ‘Always on’이라는 문화를 판 것이기 때문이다.
IT Resource Management
일반적으로 IT 자원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이를 관리하는 IT 인력을 의미한다. 이 중 HW 및 SW는 나름대로 수량이나 구매 금액, 감가상각 등 자원관리가 기업 내 IT 자산으로 잘 관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IT 인력에 대한 관리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각 사일로(Silo) 현업은 IT 인력 자원의 총량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LOB의 업무 개발을 요구한다. 현업 요구를 모두 다 들어 주기 위해서는 수많은 IT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 IT는 그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이에 현업과의 갈등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IT인력 자원은 유틸리티(Utility)다. 즉 전력이나 수도와 같은 것이다. 100만 KW와 100t의 전력과 수도를 가지고 있는데 현업에서는 200만 KW와 200t의 지원을 요구한다. CIO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인력이 없어서 지원이 힘들다는 상투적인 대응으로는 각 LOB 임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IT 직원이 100명이라고 가정 할 때 한 달 22일이 일하는 날(Working Day)이라고 하면 노동량(Man/Day)은 100명*22일*12달=2만6,400Man/Day 만큼의 리소스 능력을 갖고 있고, 1인당 연간 약 10일 정도의 휴가를 감안하면 약 2만5,400Man/Day 능력이다. 서버의 용량이 부족하면 CPU나 메모리의 용량을 늘리거나 사용자 수를 제한하듯이 IT 인력도 계량화해서 현업과 상의해야 할 것이다. 즉, 2만5,400 KW 전력과 2만5,400t의 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상을 요구하면 투자를 더해 발전소나 댐을 건설하든지 아니면 전력이나 수도 공급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일부 외국계 회사는 이를 조정하는 운영위원회(Steering & Priority Committee)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각 LOB 임원과 의사결정을 한다. 현실적으로 IT 인력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1순위로 법 규정 변경, 금감원 및 그룹, 자체 감사 권고사항 관련 업무에 인력을 배정하고(Mandatory), 2순위로 신상품 개발 및 영업 지원 관련(Sales) 업무에 투입하며, 그리고 마지막 3순위로 업무 효율 증대에(Efficiency) 인력을 배정한다. 또한 각 IT 인력은 어떤 업무에 얼마만큼 투여했는지에 대한 근무시간기록표(Time Sheet)를 시스템에 입력해 IT 리소스 운용(Utilization) 관리를 하고 있다.
IT 인력은 이미 고용된 인력이기 때문에 그저 활용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전 직장인 BNP 파리바에서는 매년 IT 인력 1인당 Man/Day 비용을 본사에서 제공받는다. 이 금액은 실제 IT 인력의 급여, 성과급 등 직접비와 사용면적 등 간접비를 포함한 실제 1인당 1일 비용 금액이다. 각 단위 프로젝트나 정기업무마다 소요된 Man/Day에 이 비용을 곱해 금액으로 환산해서 마치 컨설팅 펌에서 제안하듯이 Look Back ROI 보고서에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70만 원의 Man/Day 비용을 받는데 100명을 가정할 때 어떻게 IT 자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하루 7000만 원, 1달 15억, 1년 184억의 어마어마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 아니면 그냥 사라지게 했는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그래서 이제 CIO는 중요한 IT 인력 자원을 보다 계량화해 현업 부서에 제시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CIO의 새로운 이름 ‘Chief Innovation Officer’ CIO의 장점은 회사 전반 LOB의 시스템을 관장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의 시스템,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시스템 분석 및 설계 능력을 가질 수 있는 훈련 및 교육을 받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석 및 틈새(Gap)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지식(Vertical Knowledge)을 갖고 있는 CFO나 CMO보다 훨씬 더 기업 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거기에다 최첨단 IT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어떤 C 레벨 임원보다 좋은 핵심역량(Competency)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장점은 기업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세스(Process), 인력(People), 정책(Policy), 시스템(System)을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이젠 CIO(Chief Information Officer)가 혁신을 주도하는 CIO(Chief Innovation Officer)로 변신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시점이다.
김대일 1960년생. 대전 보문고와 인하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 주)코오롱 IT 프로젝트 매니저, 메트라이프 생명 IT 매니저, 한국HP 금융산업 수석 컨설턴트, 한국유니시스 글로벌 서비스 사업 총괄 본부장, BNP Paribas 카디프생명 CIO,CSO 역임 후 2011년 4월부터 메트라이프 생명에서 고객서비스,오퍼레이션 및 정보기술(CSO & IT) 담당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김 상무는 메트라이프 생명에 오기 전 BNP Paribas 카디프생명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한 관련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트라이프 생명은 보험 회사와 IT 컨설팅 회사에서 정보 총괄 분야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김 상무의 경력을 통해 고객서비스 및 정보 분야에서 경쟁력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 CIOCISCO 매거진, http://www.ciociso.com/news/articleView.html?idxno=9782
- 편집하는 말,
이른바 "IDP" (Individual Development Plan) 수립 시즌이 됨에 따른 갖가지 고민과 모색들은 얼추 꽤 엇비슷한 성격의 부류들로 압축해볼 수 있겠는데, 그것들 중에도 가장 대표적인 게 현재까지의 경력? 내지는 학식을 통틀어 가장 무난하면서도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에의 타진이겠다. 이른바 "Cross-Functional" 영역에서의 히트작은 뭐니뭐니해도 "BPR"과 "PI"가 위세를 떨친 ERP의 시대가 아니었을까도 싶은데... 그만큼 많은 기대들을 조소와 멸시로 치환하는 데 걸린 시간도 불과 10여년? 그뿐인 것 같다. 뿌린대로 거두는 법.
여전히 "혁신"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와도 같다. 한편에서는 졸렬한 행정이 빚는 피로감이 극심하며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혁신'하지 못한 조직을 놓고 많은 매니지먼트들이 고민을 하는 풍경... 그래서, 더더욱 역설적이게도 정보통신기술과 그 위력에 대한 매력은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남아 있는 문제는 딱 하나, 과연 그 도깨비 방망이와도 같을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다.
P.S. 어제 직장후배한테 했던 한마디, "지식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코 IT가 아닌, 오히려 <조직문화>가 그것에 더 가깝다고 본다." - 아마도 한동안 내 이 잠정적 결론이 크게 바뀌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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