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현의 책들을 꺼내다
- 오늘의 편지,
책을 읽지 않는 나라 작가가 사라지는 나라
ㆍ베스트셀러 20위에 한국문학 한 권도 없어… "전업작가 되기가 대통령 되는 일만큼 어렵다"
지난 3월로 월간 베스트셀러 20위에 한국문학이 한 권도 없는 상태가 5개월째가 됐다. 한국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야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는 한국문학을 소멸시키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책이 팔리지 않아 전업작가가 존재하기 힘들고, 이제는 가장 대중적인 소설조차 외국의 것을 번역해 읽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연수 소설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에서 전업작가 되는 일은 대통령이 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나는 운이 좋아서 2년에 한 번씩 문학상을 받았다. 돈이 다 떨어져서 취직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렇게) 뜻하지 않은 돈이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도서시장 규모, 한국 1조 일본 10조원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월간 베스트셀러 20위'를 보면, 한국문학은 2014년 10월 김진명의 소설 <싸드>가 두 달 오른 게 마지막이다. 그 전에도 성석제의 <투명인간>이 한 달, 홍상화의 <전쟁을 이긴 두 여인>,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두 달 있었을 뿐이다. 시집은 서정주 시인의 동생인 서정태의 <그냥 덮어둘 일이지>가 2013년 1월 이후로 유일하다. 그 밖에는 100만권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2014년 4월까지 순위에 예외적으로 있었다.
연말이면 노벨문학상에 한국인이 뽑힐지를 두고 관심을 쏟지만, 한국에서 시나 소설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얼마 없다. 노벨상에 대한 관심도 '우리 한국인이 해냈다'는 60년대식 국위선양을 바라는 것뿐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은 선생 같은 대시인이 젊은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그럴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 기자들 가운데 고은의 시집을 읽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영어로 번역되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판매량 순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다시 나오기 힘든 특이한 사례라는 게 문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읽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 많다. 영화나 만화와 달리 노력이 필요한 독서는 어려서 습관이 붙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난 1월 서울시청도서관. | 김정근 기자소설이 없을 정도이니 논픽션을 비롯해 다른 분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서울대 교수 이던 1997년 <곤충과 거미류의 사회행동의 진화> 등을 영어로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됐다. 이 때문에 일본 도쿄대학 등에 강의를 다니면서, 최 교수와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일본 센슈대학의 하세가와 마리코 교수가 교양서적 두 권 인세만으로 도쿄의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그 책이 완전한 대중서도 아니었고 진화생물학 교과서에 가까웠다. 일본에서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그 덕에 좋은 책이 얼마나 더 많이 나오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책도 한국에서 꽤 팔린 편이지만, 인세라고는 지인들에게 밥 한 번 사주면 끝나는 정도라고 한다.
논픽션이 없다는 것은 사회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픽션 가운데도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분야의 책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상황이 기록되고, 함께 읽히고, 반성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건이 난 지 1년이 됐지만 이 사건을 추적한 논픽션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에서 3·11 대지진 이후 수많은 기록물이 나오고 읽힌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에서는 수많은 논픽션 평가 사이트가 운영되고, 연말이면 작품들을 추려 소개한다. 일본의 논픽션 평가사이트 '혼즈'가 발행한 2014년 <논픽션은 이것을 읽자>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과학자들의 논문조작 실체' '경찰비리 사건 추적' 등 다양하다.
'책 한 권 안 읽고도 잘살 수 있는 환경'
21세기북스 출판사는 <조선일보>와 고료 1억원을 걸고 2009년부터 논픽션 대상을 모집했지만 5년 만에 폐지했다. 이 행사를 담당했던 북콤마 출판사 임후성 대표는 "고료가 일종의 선인세인데 책이 도무지 팔리지 않아 출판사 손해가 너무 컸다. 응모작 수준도 기대 이하여서 대상 없는 우수상을 주다가 그냥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일본에서는 개별 출판사에서 주는 논픽션 대상이 여럿 있고, 이 상을 받으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한국에서 번역된 재특회를 추적한 논픽션 <거리로 나온 넷우익>도 고단샤라는 출판사의 상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 독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책을 안 읽을까.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한국과 일본의 도서시장 규모 비교는 한국이 1조2489억원, 일본은 10조6335억원(2013년 6월 14일 환율)이다. 두 나라의 인구 5104만7880명과 1억2776만7994명(2013년 6월 기준)을 감안해도 일본 도서시장이 한국의 340%에 이른다. 간단히 말해, 한국 독자가 10권 사는 동안 일본 독자는 35권 산다. 하지만 이는 직접 책을 구입하는 양의 차이일 뿐이고, 공공도서관의 규모와 이용량을 고려하면 읽는 양은 훨씬 차이가 크다.
일본 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독서율을 설문한 결과에서는 한국과 유럽이 비슷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숫자의 합이 독서율인데, 아무래도 허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독서를 겨냥하지 않은 질문에서 독서 실태가 드러난다. 온라인 호텔예약 사이트인 호텔스닷컴이 전 세계 여행객 2만55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3월 발표한 결과를 보자. '여행 중 호텔 침대에서 하는 행동과 습관' 조사에서 독서라고 응답한 한국인은 19%다. 25개국 가운데 격차가 큰 꼴찌이다. 24위 멕시코가 25%, 23위 홍콩이 27%다. 1위부터 보면 스웨덴 60%, 덴마크 58%, 러시아 등 56%다.
우리는 왜 이렇게 책을 읽지 않을까. 여러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응답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한 달 도서구입비는 1만8154원이다. 같은 기간 단행본 1권의 평균 정가인 1만8648원보다 적다. 한 집에서 한 달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사는 셈이다. 반면 오락·문화지출비는 14만6841원이다. 영화·연극·스포츠관람·여행 등에 쓰이는 돈이다. 따라서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거나, 생활이 빠듯해 책을 못 산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한 달에 한 권도 안 사면서 가격을 논하는 것은 변명 치고도 구차한 변명이다.
2013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소설이 나온자 일본 도쿄 한 서점에서 그의 작품들을 탑처럼 쌓아 올렸다. 일본에서 하루키같은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는 바탕에는 하루키에 버금가는 수 많은 소설가들이 있고, 근본적으로는 책을 즐겨있는 독자들이 응원이 동력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독서 습관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야
오히려 "책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책을 읽는 것은 어떻게 해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일인데 제대로 습관이 붙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들 설문에서 대답하지만, 시간이 있다고 해서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서는 습관이다. 영화·만화·오락은 머리를 푸는 일이다. 하지만 독서는 머리를 써야 한다. 두 가지 활동에 대한 뇌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주변의 누구도 책을 읽지 않으니 책에 대한 대화도 오가지 않는, 책 한 권 안 읽고도 잘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 백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결국 어려서 습관을 들이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한다. <최재천 스타일> 등 독서에 관한 책을 잇달아 써내고 중·고등학교에 독서교육을 다녔던 최재천 원장의 호소다. "독서는 어려서부터 몸에 배지 않으면 못한다. 그리고 그걸 가르치는 방법은 부모가 책을 읽는 것뿐이다. 극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TV를 거실에 걸어놓고 무슨 독서가 되겠나. 책보다 텔레비전이 재미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이다. 일본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어려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책을 안 읽어 걱정이라면서 집에는 정작 책이 없으면 말이 되겠나."
최 원장은 독서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가 없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평생을 살면서 5~6번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독서밖에는 살아나갈 길이 없다. 취미독서가 아니라 기획독서다. 지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전략독서를 해야 한다.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야 언젠가 나도 모르게 뛰어들게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아 책을 쓰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데, 미래는 책을 읽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외국의 책이나 번역해서 우리의 실상과 감정을 살피고 추측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주간경향,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408140522060
- 편집하는 말,
책장 안에서 낡아가던 그의 책 두권을 집어든다.
한때는 "행복한 책읽기"에서 보여준 그의 초인적 독서를 롤모델로 삼아 엇비슷한 독서를 했던 시절도 있었구나... 어언 취업전선에 뛰어든 지도 벌써 얼마의 세월이 흐른 걸까? 문득 그때 기억을 되짚는데, 대뜸 제일 먼저 찾아내고픈 기억 중 하나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관한 그의 짤막한 촌평이었을 게다.
책이 많이 사라져만 가는 시대라는 기사를 앞에 두고,
거꾸로 책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요즘은 어찌 보면 시대에의 역행보다 미래에 대한 예시에 더 가깝다.
사소한 일상 한켠 한켠마다 그 독서의 힘을 절대적으로 증명하게 되는 현실도 무시 못할 바다.
독서, 캠페인 따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지극히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보아도 좋다.
굳이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좋다는 게 내 주관적인 생각...
사실 매체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인류의 지혜'와 대화를 하느냐 않느냐가 제일 큰 차이,
그 실천의 여부가 곧 현재를 결정짓고도 있고... 그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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