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주-진보, 제도권 정치에의 암중모색
- 오늘의 편지,
[유인경이 만난 사람] '국민모임' 공동대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 땅의 진보를 자임하는 105명의 인사들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을 만들면서다. 명진 스님, 정지영 감독,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종교계(22명)·문화예술계(20명)·노동계(3명) 인사들도 참여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진보의 길'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국민모임의 얼굴이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진정한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지, 새해에 창당될 신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신당은 확실히 창당합니까.
"예, 합니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민모임'을 중심으로 계속 준비를 해서 2월 말이나 3월 초쯤엔 공식적으로 새로운 당을 발족시킬 예정입니다."
왜 '국민모임'에 참여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 생각을 했습니까.
"지금의 대한민국 정당들로는 국민들이 아무런 희망과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점점 보수·우경화되어 가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은 새누리당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새누리당 2중대란 말까지 듣지 않습니까. 또 언론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정치권력과 금력의 감시자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이고, 시민사회와 지식인 집단은 패배의식과 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노동자·민중운동은 가혹한 탄압 앞에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민생과 국정의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는 겁니다. 그건 곧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치를 복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계속 진보정당, 좌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진정한 진보정당의 정체는 뭔가요. 진보는 새로운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란 의미도 있지만 어원이 뿌리를 흔든다는 의미도 있어서 기득권자들은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란 말이 혼탁됐습니다. 민주주의란 말은 더더욱 혼탁되었죠. 진보의 일상적 용어는 보수의 상대적 개념으로 씁니다만 민중의 삶과 민중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라고 저는 정의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항상 민주 대 반민주 운동을 강조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후에는 우리의 정치구도가 보수-중도-진보로 나뉘었죠. 이런 3자 구도 속에서 진정한 진보당의 모습을 보인 정당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펴면서 시장경제의 문제와 병폐를 적극 제거하려는 노력을 보였죠. 그런 혁신 자유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복지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감당할 당이 지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는 한국 자유세력의 비극입니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아니 극복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내놓고 그걸 실천하는 정당이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모습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세월호 참사일 겁니다. 이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서민 가장들이 연쇄 자살하는 것을 막고 그들에게 가능한 꿈을 펼쳐주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박근혜 정권의 권위적인 통치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절절함으로 우리는 뜻있는 모든 정치인에게 촉구했습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 계파와 소속을 넘어 연대하고 단결하자고요. '평화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롭고 제대로 된 정치세력 건설에 함께 앞장서자고 말입니다.".
힘들게 신당을 만들기보다 현재의 제1야당을 새로 정비하고 수혈할 수는 없을까요.
"새정련은 130여석을 차지하고 국민들에게 뿌리 깊은 거대 야당입니다. 하지만 국민들도 새정련이 비주류 노동자나 영세 상인들, 자영업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애매한 이들이 새정련 핵심인 친노세력입니다. 일부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고 일부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이념과 좌표가 다 다릅니다. 그러니 분열될 수밖에요. 제가 여기저기 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나봐도 현재 새정련으로는 안 된다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너무 많이 실망했고 이제 관심조차 없습니다. 새정련이 곧 전당대회를 한다며 후보들이 나서는데도 별 화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현 국회의원도 아닌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해서 신당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관심을 끌지 않습니까. 근원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장만능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원죄가 있죠.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이 생기고 사회가 황폐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철저한 반성 없이 야당을 하니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따라가더군요. 분명한 정체성이 없고 정파 중심의 파벌이 모여 대안 정당 역할을 못하니 국민 지지도도 떨어졌습니다. 처참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는데 정작 새정련 측에서는 '그래도 새누리당 싫어하는 이들은 결국 우리를 지지할 것'이란 착각을 합니다. 새정련을 지지하는 이들을 볼모로 잡아놓은 셈입니다."
'국민모임' 공동대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 이상훈 선임기자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이 고치기 어려우니 신상품을 사는 것과 같군요.
"도처에서 이런 야당으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그 목소리가 더 커졌죠. 당시 광화문 농성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새 야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한국 진보정치는 1987년 민주화 대투쟁 이후 성장한 대중운동을 기반으로 해 왔는데, 오늘날 최하점으로 떨어져 소멸 직전이라는 위기감에서 진정한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힘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신당 창당설에 새누리당은 짐짓 무시하는 분위기이고, 새정련에서는 "신당에 참여할 당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들도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경우 그가 과거 자신의 정치행태나 신자유주의의 병폐에 대해 공개적으로 철저한 자기 비판과 반성을 했기 때문에 그의 참여를 환영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선거 패배 후 미국에 머물 때 미국 금융위기 등을 목도하며 직접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병폐를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그 후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등 현장에 가서 민중의 삶을 느끼면서 진정한 진보주의자로 거듭났습니다. 정 전 의원과 달리 다른 이들은 변명만 늘어놓더군요. 저는 자기 반성하는 정치인을 보지 못했습니다. 말로만 변명하는 이들도 안 믿습니다. 진보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이들로 새 당을 구성할 겁니다. 진보의 진정한 가치를 요구하는 이들이 모이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태풍의 핵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과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이영작씨는 '정치는 돈'이라고 하더군요. 기존 정치인들도 주변에서 누가 정치를 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하면 그의 정치관과 정책보다는 '돈이 있나'를 먼저 물어보고요. 그런데 '국민모임'에 참여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돈이 있는 분들이 없던데 창당 비용 등은 어떻게 합니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신당을 만들려는 이들의 의지입니다. 그 진정성과 의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돈도 모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과거 정당정치에서는 당수나 임원들이 거액의 돈을 얻어와서 밑으로 내려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배달사고도 나고 표도 돈으로 얻는 경우가 많았죠. 민중이 참여하는 진보정당은 그런 구태의 정당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당원 스스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정당에 가입해 자신의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아니라 내가 가입해서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키겠다는 이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리고 진보운동은 원래 돈을 마구 쓰며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남 진주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는데 일찍 노동운동에 참여했고 평생을 진보학자로 살아왔습니다. 청년 시절에야 다들 마르크스에 경도되고 진보주의자임을 자랑하지만 나이가 들면 점차 보수화되는데 어떻게 한결같이 골수 진보로 살 수 있습니까.
"다른 이들의 이념 변화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온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는 이들도 나이 들고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현실에 적응하게 되고 가진 것이 많아지면 내려놓기 힘들지요. 하지만 중국의 손문처럼 나이 들수록 진보적으로 진화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는 '나이 들수록 내 마음은 더 붉어진다. 내가 죽기 직전이 가장 진보적일 것이다'라고 말했죠. 제 경우 1966년에 대학 입학한 뒤 박정희 정권 치하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던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 분신사건을 계기로 노동과 민중의 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1982년에 독일로 유학 가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현실체제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상적으로 너무 억압된 분위기여서 만약 계속 한국에만 살았다면 진보 성향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노동운동을 하거나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대부분 현실정치에 참여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었는데 저만 계속 학자로 남은 것이 좀 다른 점일 겁니다. 이론과 학문에 천착하면 일관된 진보주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계속 이념의 변화를 보인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장 대표적인 분이 김문수씨죠. 급진적 노동운동가에서 지금은 보수, 그것도 보수 꼴통 수준으로 변했으니까요. 저는 그분을 만나서 사람은 늘 바뀌게 마련이지만 어떻게 청춘을 다 바친 노동운동에서 그렇게 돌아설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 변화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려면 보다 확실한 철학을 보여줘야 하고요. 그래도 김문수씨는 평소에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고 계속 말해와서 그가 정치인이 되었을 때도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손학규 전 대표는 제 대학 1년 선배인데, 노동혁명을 꿈꾸던 분이 정치인이 되었을 때는 좀 충격이었죠. <진보적 자유주의>란 책까지 썼지만 그 내용은 본질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숱한 민주화운동이 이어졌는데 점차 양극화가 심해지고 국민, 혹은 민중보다 권력층이 우세해진 이유는 뭘까요.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매듭을 만들었습니다.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는 유혈사태 없이 유신체제를 종식시키긴 했지만,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것이 아니어서 전두환 군부독재의 등장에 이어 광주사태로까지 이어지게 했습니다. 그 후 1987년의 민주항쟁 역시 타협적 민주화입니다. 군부독재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선거혁명 형식인 탓에 그 과정에서 민주화가 꼬이기 시작했죠. 당시 김영삼·김대중 두 분이 힘을 합쳤다면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진 않았을 겁니다. 그 후 YS는 3당 합당, DJ는 DJP 연합 등으로 이어집니다. 진보주의자라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집권한 후에는 시장만능주의를 강조하고 모든 위기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담시켜 양극화가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노동자나 국민들의 참을성도 임계점에 달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지고 견고한 지지층도 이탈하는데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공안정국으로 돌파하려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정권들이 노동계급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2계급 전략을 써서 비정규직이 아무리 투쟁해도 정규직은 꼼짝도 안 합니다. 자기 문제가 아니란 생각에서죠. 정규직의 투쟁은 공장을 세울 만큼 위협적이지만 비정규직의 항의나 투쟁은 그저 거리투쟁일 뿐이니 정부도 두려워하지 않고요. 객관적 민심으로는 혁명이나 봉기가 일어날 수준인데…."
얼마 전 조사 결과를 보니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는 이들이 20대가 몹시 높아 30대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더군요. 혹시 신당이 어르신들만의 진보정당이 되는 것은 아닐지요.
"아닙니다. 젊은층도 진정한 진보정당을 기대하고 꿈꿉니다. 안철수 현상이 그걸 보여줬죠. 그런데 안철수씨가 꿈꾸는 신당은 진보가 아니라 새누리와 새정련의 중간 정당이었고 정작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더욱 보수적 모습을 보이더군요. 국민들이 바라는 신당의 모습, 국민모임 개개인이 꿈꾸는 신당의 모습도 각각 다를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대중 속에 뜨거워진 진보적 열망을 채워줄 겁니다. 형식과 변화를 정치적 행동으로 보여줄 겁니다. 또 수권능력도 중요합니다. 절대 잠시 반짝이는 등대 정당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것, 서로의 상처만 보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눈물을 씻어주고 함께 발전하는 진정한 진보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분명히 자발적 당원들이 모일 것입니다."
68세에 형형한 눈빛으로 진보를 강조하는 김세균 교수는 '뇌와 의식이 젊은' 어른이었다. 권력자들이 너무나 무시했던 '국민의 마음'을 내건 신당이 이름처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 달에 한 잔의 커피값만 지불하면 과연 국민들의 눈물이 닦아질 수 있을까….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special/5/newsview?newsId=20150103143206528&specialId=5
- 편집하는 말,
얼마전에 문재인 전 후보는 "총선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그 역시 역대 선거에서 단 한차례밖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총선이 갖는 의미를 다시 일깨우려는 시도를 꾀함으로 읽힌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총선이 갖는 민심의 방향타는 사실 특정한 초대형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충분히 대선에서도 유력하게 작용하는 일종의 '조직'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불거진 당명을 바꾸자는 논쟁은 일정 부분 야권의 새정치세력화 움직임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특징적이게도 이는 이른바 '진보'라 불릴만한 쪽의 제안으로 추진중인 일들인데, 대표적으로 국민모임이 갖는 대중정치집단 성격의 시도와 유럽 중심 좌파진영의 대표적 이념인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사실 이 두 추진세력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존 정당은 솔직히 제1야당보다도 정의당 쪽에 가깝다. 정의당의 향배 또는 연대의 방향이 민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므로)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대선 때 깨달았던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지독할만큼 뿌리깊이 자리를 잡은 보수화 경향이요 수구적 흐름이다. 특히 수구적 흐름은 과거에 대한 맹목적 충성들로 가득찬 현대판 파시즘으로 표출되는 모습까지 갖고 있으니 더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제도권 정치를 통해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대선 (1997년 대선은 사실 보수-진보 구도라기보다는 IMF 사태에 대한 평가 차원의 성격이 더 강했다고 본다.)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인물들이 어쩌면 '민주'와 '진보'라는 꿈들에 대해 현실적 전망들을 내놓기 시작했나 보다. 지금 이 시점, 이 꿈들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못함은 그만큼 절망적 상황에 놓인 우리 사회와 역사의 현주소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까지 수구화 경향을 갖는 사회에서 과연 "민주-진보"를 지향하는 정치집단이 제도권 정치를 통해 승리, 아니 승리는커녕 끝까지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그게 어렵다. 제도권의 함정이자 한계는 그렇다. 다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은 "제도권 외에 또 무슨 대안이 있나?"는 질문이겠다. 드라마 "미생"의 말처럼, "판을 흔들지 않고선 승산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연초부터 논의가 활발해진 민주-진보의 움직임은 과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훨씬 참신하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절망적 상태에 빠진 기존 야권 및 야당들을 극복할 가능성 또한 없지가 않다. 다만 문제는 제도권 정치 자체의 한계 및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에 관한 부분...
- 과연 이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할 수 있을까?
상황은 절망적이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단지 승리의 가능성만 놓고 따질 문제는 또아닌 것도 같다. 어쩌면, 이는 "민주-진보"라는 낱말 속에 함축된 일종의 숙명적 임무 내지는 사명 같은 일들일 테므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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