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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7일 (수)

단테, 2014. 12. 17. 12:51

글 / "쓸모없는 지식"에 관한 단상                    


- 오늘의 편지, 

         

                   

         

[프리즘-이형석] 인문학의 빈곤, 빈곤의 인문학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문화융성위원회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4차 회의를 열고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 방향으로 '인문정신문화진흥법' 제정과 지속적인 정책 추진 기반 마련, 인문기반 교육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에 인문정신문화과를 신설했다. 정부의 인문학 대중화 및 진흥 사업 예산도 대폭 늘었다.
 

  

서점가에서 올해도 인문학 열풍은 계속됐다. 최근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의 베스트셀러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에세이, 자기계발 분야의 판매는 위축됐고, 고전ㆍ심리학ㆍ철학 등 인문학 개론서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인문학 도서들이 순위에 진입했다. 이쯤되면 과연 '인문학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서 '회장님'의 집무실, 월급쟁이의 교양서, 백화점 문화센터의 특강, 초등생의 논술교육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문학 유행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인문학은 '국가 융성'의 바탕이 되고, '회장님'의 '경영철학'이 되고, 직장인의 '성공학'이 되고, 학생들에겐 수능과 진학의 열쇠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국가에선 인문학을 진흥시킬 법과 기관을 만들고, 회장님들은 조찬 모임에서 유명 연사들의 '특별 과외'를 받고, 일반인과 학생들은 고전과 사상을 '스마트'하게 요약한 개론서를 읽는다.

과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진흥, 융성, 경영, 성공 등 왠지 인문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이 시대에는 썩 매끄럽고 그럴듯하게 결합된다. 그러나 인문학융성정책에선 '경제개발계획'의 그림자가 아른 거리고, 회장님과 직장인들의 인문학에선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지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인문학을 강조하나 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는 통폐합 위기이고, 인문학 도서가 베스트셀러지만 정작 원전이나 연구서는 찬밥이다.

인문학의 요체는 무엇일까? 비판과 성찰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고, 물질주의에 대한 성찰이며, 성공ㆍ성장ㆍ발전이라는 가치에 대한 반성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인문학'은 국가 발전의 도구, 국민 계몽의 수단, 부가가치 창조의 전략이 되고, 기업에겐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한 효율적인 조직 및 인사관리의 방법론이 되며, 개인들에겐 성공이나 시험을 위한 처세술 및 자기계발의 이론이 되고 있지 않은가.

유난히 비극적인 죽음이 많았던 올해다. 생명의 무참한 희생 앞에서 국가와 기업의 경영 논리를 성찰해야 할 때다. 땅콩 때문에 직원을 내리게 하고 비행기의 방향을 튼 사장의 '경영철학'과 생존을 위한 한 끊임없이 모멸을 견디는 인턴사원의 '고군분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시대를 다시 사유해야 할 때다. 그곳이 바로 인문학이 놓일 자리가 아닐까.

오늘의 인문학이 과연 배부른 돼지의 값비싼 취미인지, 배부른 돼지가 되기 위한 전략인지,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성찰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때다. 인문서는 과잉이지만 인문학은 빈곤하다. 우리의 정신적 빈곤과 물질적 가난을 사유할 '빈곤의 인문학'이 필요하다.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newsview?newsid=20141217114213950  

                                                                                                                                           


- 편집하는 말,   

         

개인적으로 가장 "쓸모없는 지식"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현재 '인문학'을 가장해 판을 치는 잡설들이다.

이건 뭐... 문학도 아닌 것이, 철학도 아닌 것이,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가 없는 아류작들 뿐인데 또 이들의 마케팅 전략이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 또는 번민에 대한 치유제 역할을 자임한다는 것도 참 어불성설이겠다.

 

좀 엉뚱한 얘기처럼 들릴 텐데, 차라리 이런 책들보다는 잘 만든 좋은 영화 한편이 오히려 더 낫다고도 본다.

물론 출판계의 불황과 고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다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인문학의 전성시대'? 단언컨대,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인문학도 출신을 뽑는 세상이 그 전제조건이다.

그저 직장에서, 또 심심풀이 용도로 '인문학'입네 하며 떠드는 것들은 대부분 가짜요 인문학을 가장한 '키치'일 뿐이니까.

겉멋만을 따지는 또 다른 물신화의 과장스런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니까. 

   

-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은, 공학계열 학점까지 따지는 사회에서 어설픈 교양 따위엔 지나칠만큼 관대하기만 한 점,

   그야말로 천학의 극치를 이루는 풍경이 아닐 수 없겠다... 모름지기 부끄러움도 모르는 학자란 세상에 없는 법인데, 

   학자들의 멸종이자 사이비들만 창궐하는 세상은 혼탁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또 지금도 그렇다.

      

사회와 시대가 진정으로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시대, 대부분 그 무늬만을 장식하고자 하지 아직도 그때는 아니다.  

그저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정도가 아닌 진정한 '인문학도'를 필요로 하는 시대는 바야흐로 성찰의 시대요, 그 시대정신만이 비로소 '인문학의 전성시대'다.  

 

 

P.S. 하긴 그렇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철학적이지 못한 인물이 국내 최고 학부 철학과 출신이었으니 뭐... 할 말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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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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