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모처럼... 'Breakthrough'를 생각함, ...
- 오늘의 편지,
[세상 읽기] 다시 싱크탱크를 말하는 이유 / 이원재
[한겨레] 미국 워싱턴의 3월은 뜨거웠다. 적어도 한-일 관계에 관한 한 그랬다. 각종 싱크탱크에서는 한-일 관계 주요 쟁점에 대한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도적이지만 민주당에 가깝다는 브루킹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미국진보센터가 각각 관련 세미나 또는 강연회를 열었다.
놀랍게도 일본 민간재단인 사사카와평화재단이 이들 행사를 모두 후원했다. 2차대전 뒤 에이(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되었으며 이후 우익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파시스트'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사사카와 료이치 전 중의원 의원이 설립한 곳이다. 그 세미나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이 합리적으로 들리고, 종군위안부 문제나 일본 재무장의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작거나 감정적으로만 들렸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책지식의 숲 워싱턴에서 반년을 지내고 돌아왔다. 그곳의 수많은 민간 싱크탱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미국 백악관과 의회로 종합되어 세계를 기획하는 데 활용된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또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지면을 통해 전세계 언론에 인용되며 확산된다. 사사카와는 이 생태계를 영리하게 활용했고 그 결과가 한-미 정상회담에 반영된 셈이다.
이곳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강해진 배경에는 무엇보다 탄탄한 재정구조가 있다. 주로 개인이나 재단이 후원자다. 포드재단이나 록펠러재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집중 지원한다. 길게는 10년씩 장기 지원하며 싱크탱크 자체를 키운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력이 찾아오고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
활동 방식은 제각각이다.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혁명을 기획한 헤리티지처럼 정치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브루킹스처럼 비당파적 정책 연구에 몰두하며 '학생 없는 대학'을 자처하기도 한다. 애스펀처럼 젊은 리더들이 당파를 초월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을 제공하며 사회교육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모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생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한국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당 연구소는 당직자 월급을 처리하며 정략에 몰두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대학 연구소는 정부나 기업 연구프로젝트 실적을 좇느라 바쁘다. 시민사회 연구소들조차 값싼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재정을 충당하느라 허덕댄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싱크탱크를 싼값에 보고서를 조달하는 곳으로 여기며, 심지어는 노하우를 베껴가 직접 실행해 버리기까지 한다. 민간 재단들은 싱크탱크를 키우기는커녕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만 독촉하기 일쑤다.
조선시대에조차도 왕권을 견제하는 지식인집단인 사림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책 연구소나 민간 싱크탱크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 한국 정치는 지향점도 신뢰도 잃은 상태다. 시민의 지식과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체계는 완전히 깨어져 있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장기적 시각으로 독립 민간 싱크탱크를 구축하는 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통적인 연구소의 탁상공론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현장의 경험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어야 하고 시민의 집단지성을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뇌와 심장을 자극할 새로운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물론 이들을 뒷받침할 재원구조가 필수적이다.
사족이다. 뜨겁던 3월의 워싱턴에서 딱 한 군데 한국 연구소가 눈에 띄었다. 정몽준 전 의원이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이었다. 그곳 소속 연구자는 워싱턴 한복판의 토론회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미 성향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궁금했다. 그 많던 진보개혁 인사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이원재 경제평론가·희망제작소 부소장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0812191011674
- 편집하는 말,
아무리 자본주의라 해도 배울 건 배워야지 하는 마음에서,
현대 경영학이 갖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이른바 "한계돌파" 즉 Breakthrough다.
이 '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유일하게 사회주의를 능가해온, 저력이기도 하니까...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또 개인으로서도, 늘 현실적 '한계' 같은 것들에 부닥치게 된다.
유행어처럼 "극복"을 외치려면, 적어도 내겐, 무언가 모종의 암시 또 '비기'가 필요하다...
그걸 모색하려는 중이고, 또 '실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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