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안녕들...하십니까?

단테, 2013. 12. 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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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함부로 우리들의 안부를 묻는가 / 단 한번 묻지 않은 / 오히려 왜 잘살지 못하냐며 피눈물 뿌린 후배들 등 다독이며 이를 갈며 그래, 나 또한 잘살아보리라 다짐하며 지내온 이십 세월을, 이제 와서 그동안 당신은 어딨었냐고 왜 이 난국에 함께 투쟁하지 않았느냐며 짐짓 비판조라면 이 또한 부당하리라 / 말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그동안 선배한테 원했던 건 무얼까... 국회의원 금뱃지 하나라도 달면 족히 열명 정도 살림은 건사가 가능할 법도 한데, 하물며 그것도 나눠먹는 게 정치판 생리이거늘... 제 한몸 추스르기 위해 생활전선에 뒤늦게 뛰어든, 그야말로 악전고투하는 동지들한테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불손한 결례인가... / IMF가 있어온 동안, 또 FTA가 있어온 동안만큼은 제 능력 하나 제대로 견줄 일 없이 스스로 멸망한 선배들한텐 그러고도 남으려고 왜 술자리 한번 못해주냐며 왜 결혼식 때 얼굴 한번 못내밀었냐고 푸념할 바엔 차라리 투쟁을 얘기하지 말았어야 옳다, / 그때는 일상이 곧 전선이라매?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만큼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술이라매... / 이제 와서 안녕한가? 묻지는 말자, 굴종을 경륜으로 강요당한 채 벌써 이십여년을 살아온 자들한텐 혁명이 그저 제 앞가림, 지난 이십여년을 쌓아올린 사상의 포기요 청춘의 무덤이자 유일히 남은 가계의 빚임을 잘 안다... / 또 누가 알랴, 청춘만이 시대의 제물이라고... 지금 그렇게 나설만한 젊은이도 없는데, 막상 첫애가 수능을 보고 특목고 지원이 안될까 걱정하며 제 월급 삼분의 일을 갖다바쳐 일궈온 일상의 포기라면 또 도대체 누굴 위한 걸까? / 대자보를 쓰던 학창시절은 어느덧 투항의 세월을 굴욕처럼 받아들인 채 서서히 저물었고, 이제 와 단 한마디 말을 않던 젊음이 다시 "안녕한가?" 묻는다면, 그 세월 동안 그들은 무얼 했는지... / 똑같이 입시교육을 받고 명문대 간판을 얻고 또 이젠 무슨 감투를 위한 조공이 필요하단 말일까... / 안녕한가? 묻기 전에 / 그동안 그걸 깨우치기 위한 세월을 그대는 어찌 멀쩡히 지내왔는가를 / 먼저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이제서야 뒤늦은 독백을 꺼내게 됐는가를 / 우리 먼저 참혹히 반성해볼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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