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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드문드문 바람이 불고, 형형색색 꽃잎
나부낀다, 흐드러진다, 설레는 마음...
자전거를 탄 채 나선다.
따사로운 오월 햇살, 구름 새로 슬쩍 비껴
찬란한 오후는 이리도 맑게만 나부끼는데
바람에 혹 모자라도 날릴까 천천히 걷는
사람들, 자전거들, 그 틈새를 휘젓는다
잔잔한 호수, 잠시 바람에 실려
일렁이다 또 금세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은빛 황금빛 물결들, 한강도 멀지는 않은데
가만히 웅크린 물결, 이미 한움큼의 그리움
철 지난 세월들... 애타게 다시 부르기에도
이미 시간마저 화살처럼 저만치 흘러갔고
아쉬움을 뒤로 하는 페달은 또 속도를 낸다
가슴 속 울분을 삼킨 시절들일랑은
이제 천천히 잊어버리자, 뒤로도 남겨놓자
한창을 더 달려야 한바퀴를 다 도는 이 길
그렇게 다 달리고서 그제야 한번 보자꾸나
다시 또 달린다, 앞서간 뒤를 또 향해
지난 울분과 그리움과 모진 시절들은
이제 천천히 땀처럼 바람처럼 씻겨나가
얼마간의 선선함이 뺨을 스치는 이 순간
다시 또 설레임, 다시 또 시작하는 게지,
마치 한줌 눈물을 머금듯 그렇게 달린다
오월의 햇살이 비조차 멈추게 한 오후다
하얀 빛 내비치는 하늘은 파랗고 하얗고
기가 막힌 바람, 잠시 머무는 이곳.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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