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오늘의 해는 오늘 진다

단테, 2013. 4. 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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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정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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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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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일산을 노래한 시 한편이 궁금하다가,

역시 호수공원에 서있는 정지용 생각부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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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은 아스라한 그리움과 또 아쉬움

또 내일을 기약하는 건 단순한 젊음이다

그날 그날이 고비이자 죽음인

오늘 또 하루에

늙어간다는 건 오히려 수치다

수치스럽지 않게 살고자 함인데

그 뜻을 받들기엔 시간은 화살

운명처럼 가혹한 비를 맞는다

비를 애써 피하면서도

이럴 시간이 있을까 걱정 뿐

또 하루가 함께 저물었구나

오랜 벗과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문득 인생, 오래 살면 뭣해 하지만

그 친구와의 술자리는 더 고프다

한때 사랑한 적 있어 애인을 만난다면

긴 긴 밤 하고픈 얘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그래도 여전히 시간은 화살

거침없이 다음날 아침 이불을 걷어내고

걷어낼 이불마저 켜켜이 먼지는 쌓이는 법

그 먼지만큼이나 죽음이 가볍다는 걸

너무 오래 산 다음에야 깨닫는 게 인생이란 걸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문청 시절

왜 그다지도 마음만 조로증이었나

후회막급이다

겸손할 수 없었던 시대의 사생아들은 아직도

제각기 일상의 전선에서 고군분투중인데

전쟁통에 난리통에도 문득 눈을 감는다

그 시절, 내게도 있었는데 하며

마음 속 꽃잎같은 눈물의 자국

더듬거리면서도 기어코 찾아내곤 한 흔적

기억 속 동물의 밤은 그래서 처연하구나

고결함이란 게 있었는데 또 있는데

일상은 반성은커녕 너무 비루하고

또 다시 시지프스의 신화를 꺼내놓는다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다는 말은

꿈을 잃어서가 아니라 빼앗겨서다

꿈을 지켜낸 건 오직 자기만의 일기 뿐

그래서 매일같이 꿈을 꾸는 편지

어디선가 놀랄 소식을 안고 오는 친구

그가 그리울 법한 저녁의 고단한 일상은

도로 다시 내일만 기약하는 바보다

바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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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해는 오늘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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