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SON - MMMB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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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째 신문 연예란을 장식하던 SBS의 "K팝스타 시즌2"는 결국 진작부터 우승을 점쳐온 악동뮤지션 두 남매의 우승소식을 전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 결승 무대였던 오늘 TV조차 생방송을 지켜보지 않았으면서도 굳이 이에 대한 촌평을 날려보는 연유는 그렇다.
왜 그 창의적인 남매한테 자작곡을 선보일 기회를 주지 않은 걸까? 그래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가창력이 출중한 신인 보컬을 뽑는 프로그램으로 또는 댄스와 연예인 소질을 가진 소위 "끼있는 어린애"를 뽑는 프로그램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킬까?... 잘 모르겠지만, 상업방송이 갖는 한계는 대충 그렇다는 얘기다. (만일 이게 대학가요제였다면?... 그 무대가 아쉽고 그리운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겠지만, 오히려 오디션 프로그램들 덕분에 졸지에 폐지된 쪽은 거꾸로 그쪽이다.)
나름대로 괜찮았던 무대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대만을 놓고 악동뮤지션의 우승을 꼽기는 사실 좀 무리가 많았다. 비교적 뛰어나지도 않은 가창력과 여전히 서툴기만 한 무대매너 등은 다만 풋풋한 어린 남매가 엮는 한 신인의 데뷔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선사했겠지만,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위대한 '창작'의 열기 따윈 전혀 드러내질 못한 까닭이다.
오늘 선보인 무대 중 가장 괜찮은 넘버였던 헨슨의 'MMMBop'을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겠다. 왜 그들한테 음악팬이 열광했을까? 다듬어지진 않았어도 거친 호흡, 날선 패기와 꿈틀대는 잠재력 따위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들이 악동뮤지션을 보고 열광하며 대뜸 우승을 점친 가장 큰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창작은 고사하고 꽤나 어색한 리메이크 넘버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는 건 확실히 프로그램 자체가 갖는 구성의 실패였다. 사람들이 대뜸 또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럼 창작을 못하는 신인가수는 영영 불리한 게 아니냐고? 공평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아니다. 창작이 없는 가수라면 자신이 가장 잘 부를 수 있을만한 곡을 택하면 된다. 꽤 잘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핸디캡을 안겠지만.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창작'의 면모가 아닐까?
한명의 "끼있는 신인" 내지 "새로운 목소리"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싶은 무대는 오히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신인의 새로운 노래는 아니었을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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