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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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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는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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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라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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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배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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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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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강은교 시인의 책이 눈에 띈다. 생각해보니 영화 '은교'의 그 이름이 왜 친숙할까에 대해서도 답을 찾은 걸까? 이미지는 전혀 다르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그의 대표시 한편을 꺼낸다. 마치 연애시로도 읽힐만한 이 작품은 사실 남과 북을 이야기한 해설들도 여럿 본 적이 있다.
북한의 '선전포고' 이후로 졸지에 전시상태가 된 한반도의 위기는 여전히 고착상태다. 어느 한쪽도 쉬이 양보하기 어려운만큼 혹 그 어떤 불상사라도 일어날까 온 국민이 조바심을 내며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두 나라의 평화는 어쩌면 일찌감치 각각의 정권에게 저당잡힌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죄없는 국민들만 볼모로 잡힌 형국, (농담삼아 하던 얘기처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일본에 체류중이라는 소식이 오히려 가장 마음에 걸린다.)
기억을 되짚으면, 남북의 평화가 언제 가장 순탄했을까?... 아마도 노무현 정권 때가 아니었을까도 싶고, 또 그 이면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일관되게 추진한 남북교류와 경협 따위가 큰 밑거름이 된 것도 같다. 김영삼 정권 때는 "불바다" 발언이 있었으며, 또 한창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도 서해교전은 있었고 북핵문제는 2002년 대선 때도 큰 이슈였었지...
지난 5년의 정권은 단 한차례도 북한과 대화하지 않았다. 아니, 대화보다는 오히려 대결을 내심 선호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또 그게 북한을 점점 더 고립으로 몰고 갔으며, 결국 아마도 통일 같은 게 이루어진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오히려 중국의 북한 흡수 쪽이다. 남북통일? 개가 웃을 소리다. 현재의 남과 북이 과연 그 어떤 동질감을 확보했는가 되물을 일이란 소리다.
아무튼, 통일이나 민족적 동일성 따위를 논할 건 아니고 당장 눈앞의 현안인 전쟁위협과 핵실험의 공포는 이제 좀 그만했으면... 또 그것을 위해 남한이든 미국이든간에 필요한 지원이나 조치가 있다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자꾸 합동훈련이나 전투기를 띄워놓고 겁박한다고 해서 마냥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북한도 아니지 않은가? 보다 냉정하고도 타협을 중시하는 태도가 좀 더 적절한 처신이라고 본다.
비록 강은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서로 만나 물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오히려 최악을 면하기 위한 차악이라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지금의 한반도다. No War, No Tragedy.
Do Best, Do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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