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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뉴스들과 트위터 몇몇을 통해 접해보던 그의 신간에 얽힌 얘기들을 듣고, 대뜸 그가 피를 토하듯 써내려간 묵시록 한편을 읽겠거니 하며 구입한 이 책을 비로소 오늘에야 다 읽어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 예상과 달리 의외로 유쾌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그만의 얘기를 풀어냈다. (한편으로 그의 격정적 어조를 대체한 이 태도가 한편으로는 꽤나 다행스러웠다.)
이번의 책에서 그가 천착한 주제는, 전혀 뜻밖에도 '죽음'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 그 자체다. 왜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매우 고전적인 주제로부터 출발하여,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지극히 고풍스러운 화두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속도감있게 읽은 이로 하여금 그의 생각들과 맞닥뜨리게 만들어준다.
한편의 인생은 사실 수천편의 드라마들보다 훨씬 더 절절하며 한때는 그것들을 위압하는 대단한 감동이기도 하다. 태어난 순간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 한들 생애 첫 자각의 순간에서부터 희노애락을 겪게 되는 경험의 순간들, 그리고 꽤 오랜 세월을 탈색과 낡아짐 속에서도 변치 않는 기억과 추억들... 또 현재에 대한 애착, 보다 더 앞날에 대한 진지한 시도와 모색, 그리고 막판에는 흙따라 바람따라 죽음을 맞게 되는 일련의 인생에 대한 성찰어린 고백이 담긴 이 책은 그냥 한편의 에세이로 읽어볼만한 값어치를 한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화두들을 따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겠는데, 이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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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모든 순간은 나침반은 결국 Vision & Mission Statement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
그가 겪어온 정치적 역정의 순간 순간들 모두는 빛 바랜 흑백사진들마냥 켜켜이 책 곳곳에 진열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여전히 현대를 살아 숨쉬는 한페이지의 역사이자 현재이기도 하다. 그 위기의 순간들마다 매번 자신한테 되묻게 되는 질문은 여전히 "왜 사느냐?"의 문제였을 것이며, 결국 그가 훌훌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벗어던질 수 있었던 각오들 역시 이 배경에서 가능해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너무도 어려운 이 얘기가 비단 그의 출중한 학력과 능력에서만 기인된다고 보지는 않겠다. 매해마다 수백 수천대 일의 경쟁을 뚫고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리는 만학도들이 무성한 이 나라에서 과연 글쟁이가 갖는 고초와 무력감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꽤나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수 없고 아직도 숱한 이들이 그 꿈을 꾼다. 다만 글쓰기라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보다 더 큰 더 중요한 일이 있기에 굳이 한마디를 더 꺼내보자면, 그것은 다름아닌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느냐와 '제대로 된 인생을 이야기할 줄 아느냐' 하는 문제다.
이른바 대기업의 전략기획실 경력을 쌓아온 동안 내게도 하나의 정체성 비슷한 게 생겼다면, 또 이는 그가 책에서도 언급한 경영학과 교수의 "좌클릭"에도 해당되는 문제일 텐데, 경영학이 갖는 인생에 관한 지혜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장기전략과 단기경영전략 따위는 어차피 '돈'과 관련된 문제일 텐데, 더 크게 봐서는 이들을 모두 아우를만한 제법 큰 화두가 기업의 세계에서도 존재한다. 비록 많은 회사들 안에서 이는 '배부른 고민' 따위거나 혹은 '공허한 입씨름이자 말장난'에 불과하다 한들, 실제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고 또 나름대로는 이것에 의지해 인생의 목적 자체를 분명하게 만드는 일은 또한 여전히 그만이 갖는 '비전'이요 '미션'이다. 그 형식과 내용 등은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제각각일 테지만, (아마도 가장 친근하고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청소년 시절부터 쭈욱 경험해봤을 연습처럼 내 인생에 관한 '이력서'를 그려보고 또 되새겨보는 일들 따위일 게다.) 그 형이상학적이고도 다분히 추상적이기만 한 일들이 새삼 의미를 갖게 되는 장면들은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거나 가장 혼란스러울 때를 대비한 일들이기도 하다.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사느냐""의 문제에 대해 지극히 지루하고 권태로운 선문답밖에는 제대로 마주해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비전'과 '미션'이 늘 일상을 환기하여 긴장을 유지시키고, 또 그것의 실현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인생의 경로를 제시하기 때문에 삶의 과정이 매사에 표류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전념을 다할 그 어떤 '가치'라는 것을 갖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그가 남긴 말, "왜 사느냐"와 "진정 하고자 하는 일" 따위는 무거운 물음이자 진정한 물음이기도 하다. 비록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조차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죽음을 가정한 연대와 시기들을 놓고 제 인생 한편을 쭈욱 늘어놓고 세워보는 일은 언제고 의미있는 일일 테며 또 그것을 가끔씩이라도 다시금 들추어보고 되짚어보며 재설계하는 일이 결코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짓도 아님을 새삼 일깨워주는 교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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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곧 죽음이요, 진보는 역사적 흐름이다. 넉넉히 죽음을 준비하며 기꺼이 일하고 놀면서, 사랑하고, '연대'하라.
일과 놀이를 한꺼번에 해낼 수 있다는 축복은 인생 절반의 축복이라 말했다. 그의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날마다 파묻혀야 하는 경제적 압력과 주변의 눈초리 때문에 과연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과연 '제 삶'을 의지대로 살아낼까에 대한 물음 앞에서는 무척이나 회의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춘 다음에야 이 철학은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일종의 푸념이자 슬픈 독백이기도 하다.) 다만 그 일과 놀이에 대해 '기꺼이' 용의를 갖는가에 대한 문제는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또 지극히 절대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자신한테만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자신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묵직한 선언 같기도 하니까. - 과연 나는 내 '일'에 대해 만족하는가? 또, 내 놀이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 새삼 스스로한테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되는 독서의 과정이다.
'사랑'은, 또 다른 차원에서는 제법 신선하다. 기꺼이 사랑할만한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 또는 그것에 대한 희생이야말로 다른 측면에서는 훨씬 더 종교적인 차원이기까지 하니까. 그런 사랑을 기꺼이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 그리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적될만한 그만큼의 '추억' 따위는 결코 한 인생이 다른 인생을 통해서도 맛볼 수 없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겠다. 기회가 될 적마다 이를 아낌없이 또 추하지 않게 실천할 수 있다면야, 이보다 더 멋진 인생도 없으려니 하는 생각.
가장 고차원적이며 또 어쩌면 가장 값진 인생이 될만한 '연대'의 측면은 무던히도 애쓴 인생들이 특히나 더 관심을 가져볼만한 대목이겠다. 다른 표현으로 굳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빌려보자면, 이는 결국 '정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 내가 그의 책을 읽으면서 굳이 내 표현으로 이를 번역하자면, 정치는 결국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며 그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다는 대목 역시 내게는 그렇게 읽혔기 때문이다. 비록 그는 '신념'에 의한 과도한 인생의 도구화를 경계하면서 꽤나 놀라운 넉넉함을 통해 이를 극복해내고 있지만, 물론 그의 견해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그가 위로삼아 건넸던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대한민국"은 절대로 '공짜'가 아님을 스스로 이미 잘 알고 터득해온 까닭도 있으므로. 그리고, 그 '승리'의 원천은 역시 결국 어떻게 '소통'해내느냐의 문제일 것 같고. 또 '연대' 역시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지 한쪽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또한 매우 잘 알고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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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인생을 통틀어 한번쯤은 반드시 미리 써두어야 할 글에 관한 조바심이 생긴다.
적어도, 죽기 전에 자신이 가장 사랑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마침표를 찍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생각. 이것이 파티를 여는 형태 내지는 어떤 주제에 관한 글을 써서 남겨놓는 것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통장 따위를 맡겨놓는 행위라 할지라도 여전히 그것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생각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라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제대로 그것들을 준비해보지조차 못한 그동안의 생애에 대하여 한번쯤은 반성을 갖고 굳이 서두를 필요라기보다는 오히려 늦지 않도록 (그래서 후회하지 않게) 이런 일들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진작에도 얼핏 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덮으면서는 훨씬 더 강한 필요성을 느꼈다. 심지어는 이 책조차 어쩌면 유시민이라는 한 인간이자 존재한테는 일종의 유서처럼 보이기까지 하니까. 사람이 적어도 죽기 전에 이 일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 글쓰기 또한 어쩌면 그날 그날마다의 유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찰나의 생각까지도 잠시 품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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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순간 행복해질 때가 있다. 그의 책을 덮으면서 불행히도 모든 생각과 느낌들이 그런 편은 아니었다. 다만 한 패배자의 넋두리를 위로삼아 읽게 되는 순간들은 아무리 그가 아니라 손사래를 쳐도 역시 '힐링'에 더 가까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인) 인류의 '진보'에 대한 넉넉한 낙관과 갈망 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한 진지한 모색과 실천의 과정이 오롯이 묶인 이 책은 충분히 음미할만한 가치를 가졌다고 느낀다. 또 다시금 내 직업과 인생 전체에 대한 통찰 그리고 성찰을 필요로 하게끔 만드는 화두들, 그 질문들에 대해 여전히 나 또한 스스로 답을 마련할 차례가 되지는 않았나 되돌이켜보는 계기로도 좋다. 한권의 좋은 책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일종의 '지혜'인 셈이니까. 독서를 통해 아주 적은 비용을 지불하며 인생의 선배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순간들은 그래서 언제고 행복해진다. 글쓰기가 작가한테 가져다줄 수 있는 제일 큰 보람이 바로 이거라고 나 역시 굳게 믿는다. 그 독자가 비록 이 세상에는 단 하나 뿐인 독자인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연대'이자 '소통'이며 자기존재를 확인하고 증명케 하는 일종의 즐거움이면서 또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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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덮고 컴퓨터를 켜자마자 자동기술법만큼이나 초스피드로 써본 어줍잖은 촌평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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