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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望 / 金洙映
風景이 風景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速度가 速度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拙劣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絶望은 끝가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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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인생 한가운데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들 몇권 중 하나로 꼽힐만한, 내 대학생활 1학년 때부터 쭈욱 함께 해온 이 <김수영 전집>을 오래간만에 다시 꺼내본다. 감히 '대한민국 詩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이는 그한테서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게 무얼까? 아마도 치열한 삶과, 또 그 과정 중에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 그리고 정의, 같은 게 아니었을까?
'역사'와 '정통성'은 엄연한 것이자, 누가 함부로 붙여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생 모두를 걸어 다시금 확인한다. 그리고 그 역사와 정통성을 부여한 모든 것들에 대하여서는 언제고 존중과 계승의 정신만이 유일한 예의라고 배웠다. 내 삶의 여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며, 또 그 반대를 향한 투쟁의 정신 역시 나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지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세상은 여전히 그 큰 세월을 통해서도, 결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비명을 달리 한 그의 시비를 본 게 몇년전이었는데... 여전히 잡풀은 무성하였고 무심코 지나치는 행인들 또한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詩의 금자탑이 그렇게 도봉산 입구께 드문 한구석에 쳐박힌 동안에도 여전히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한 그 시대정신도, 역사와 정통성이라는 단어들도, 심지어 연민과 사랑 또는 정의 같은 낱말들조차 버림을 받는 시대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가치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비록 힘들고 지난한 과정일지라도 기꺼이 함께 할만한 가치가 있다.
언젠가 한 후배한테 들려주던 이 싯구들조차도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될 테지, 하지만 그 '정신' 하나만큼은 앞으로도 결코 잊지 말자. 아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자 곧 현재요 이는 곧 미래이기도 하니까. - 그래서 늘 '희망'은 유일한 필살기임도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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