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환송식과 환영식을 겸한 회식 자리였는데, 육회와 차돌배기 그리고 갈비살이 한데 어울린 제법 근사한 파티였다.
(막판엔 돼지고기 항정살도 좀 곁들였는데 배가 부를만큼 제법 양도 많았다.) 아무튼, 주말에 한번 또 가봐야지 하는 생각...
P.S. 종로에서 '광주회관'이라고 제법 유명한 집을 갔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일산 주변에서도 좋은 맛집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한겨레프리즘] ‘미친개’와 ‘똥개’의 합창 / 정의길
공안수사가 극성을 부리던 노태우 정부 시절, 검찰을 담당하는 동료 기자는 ‘웃기는 검찰 행태’를 전해줬다. 과도해 보이는 공안수사를 하던 검찰 수사팀이 ‘정권의 주구’라는 비판 기사에는 꿈쩍도 안 하다가, ‘무능하다’고 지적하는 기사에는 발끈하고 항의하더라는 것이다. 무리한 수사라는 점에서는 같은 지적인데, 표현이 달라지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동료는 “정권의 주구라는 언론 비판을 검사들은 오히려 정권의 눈도장을 받는 보증수표로 즐기는 듯하다”며 “앞으로 ‘무능하다’ ‘부실하다’ ‘설익었다’ ‘경찰 수사에 못 미친다’라는 등의 표현으로 기사 써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검찰이 10여년 뒤인 지난 2003년 공개대화를 통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공박하며 검찰 인사권 독립을 부르짖는 것을 봤다. 당시 젊은 검사들의 모습이 ‘협기’인지 ‘객기’인지, ‘달라진 검찰의 모습’인지 ‘포장된 조직이기주의’인지 사실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의문은 정권이 바뀌고 곧 풀렸다. 인사권 독립을 위해 사발통문을 돌리던 젊은 검사들의 모습이 사라진 검찰은 지금 철거민, 인터넷 논객, 비판적 언론인, 노조, 야당 정치인 등을 상대로 힘자랑을 하고 있다.
한국 검찰이 약한 이들과 드잡이를 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안 이웃의 일본 검찰은 정권의 실세를 상대로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의 산파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에 대한 일본 검찰의 수사가 추상 같은 검찰권 행사인지, 관료사회를 개혁하겠다고 한 새 정권에 대한 관료사회의 길들이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긴장관계여야만 하는 권력과 사정기관의 힘의 균형 원칙에 일본 검찰이 나름대로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민당 정권하에서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 등 거물들을 상대로 검찰권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연방검사들도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 지시를 거부하다가 해임당하는 길을 택했다. 2005년 2월 해리엇 마이어스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은 93명의 연방검사 전원을 교체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적어도 12명은 반드시 해임해야 한다는 서한을 법무부에 보냈다. 이는 부시 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이 민주당의 선거부정 사건을 연방검사들이 공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불평한 것에 따른 것이다. 결국 8명의 검사가 임기 도중 해임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나중에 공화당 정책에 대한 정치적 충성과 입장이 연방검사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 고려돼야 한다는, 백악관과 법무부 사이에 오간 내부문서를 폭로했다.
한국 검찰이 힘센 자에게는 비굴하고, 약한 이들에게는 힘을 자랑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바람잡이’ 언론에 의해 증폭된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사건을 폭로한 <피디수첩>에 대해 보수언론들은 ‘좌파언론의 국가사업 흠집내기’ ‘피디저널리즘의 상업주의’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 폭로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보수언론들은 일언반구 사과의 말도 않다가,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다시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언론자유에 족쇄를 채울 수사에 대해 같은 언론이 바람잡이를 하는 세계 언론 사상 보기 드문 일을 벌이고 있다.
주구나 사냥개라는 표현을 은근히 즐기는 한국 검찰이 요즘 물어온 사건마다 무죄 판결이 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언론은 더 크게 짖어대고 있다. 아무나 물어대고, 무조건 짖어대면 사냥개나 주구라고 할 수도 없다. 검사와 기자들이 그만 욕을 먹었으면 좋겠다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Egil@hani.co.kr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엊그제 참으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했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 그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사회주의 도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가 강조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세종시 원안은 효율성을 도외시하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한 도시이며, 이를 찬성하는 사람은 사회주의 신봉자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정도면 거의 막가파다. 색깔론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서 이제는 죄 없는 도시에까지 빨간 색칠을 하려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권 실장은 그동안에도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못 간다”는 식의 발언 등으로 충청권에 대한 협박을 심심치 않게 해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2005년 세종시법 통과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행정부처 이전에 적극 찬성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적에 대해 “부처 이전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것이니 상관없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이런 정도의 개인적 이해관계만을 따져 국정에 임해온 인물이 현 정부를 움직이는 최고위층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다. 그가 지금 소신을 180도 바꿔 세종시 원안 반대에 열을 올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보신과 출세라는 이기적 목적 말고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보이는 언행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어제 국회에서 “충청민들은 수정안이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의사 표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그는 또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호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세종시 수정안 여론몰이를 해온 것은 바로 정부다. 수정안이 민심으로부터 외면받는 근본적 이유를 외면한 채 엉뚱한 논리를 들이대니 참으로 딱하다.
정부가 처한 상황이 수정안을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하거나 현실을 제멋대로 왜곡해서는 곤란하다. 그럴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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